출시 전부터 참 여러모로 말이 많았고, 내심 걱정도 되었다. '디아블로2 레저렉션' 누가 봐도 화제의 중심에 서기에 부족함이 없는 타이틀이지만, 흥행을 장담하기엔 마음에 걸리는 점이 꽤나 많았다.

블리자드의 개발 중진이 줄줄이 날아간 최근 사건이나 클래식 리마스터에 대한 위기감을 거세게 불러일으킨 속칭 '깐포지드' 등 게임 외적인 악재도 분명 영향이 없진 않으리라 생각했다. 하지만 그 이상으로 가장 마음에 걸린 점은, 이 게임이 '너무 오래된 게임'이라는 점이다. 게임 기자들끼리 우스갯소리로 하는 말 중에 이런 말이 있다.

'추억은 추억으로 남겨야 아름답다'

그 옛날 아무리 즐겁게 한 게임도, 십수년의 시간이 지나 다시 플레이하면 그 때의 감동과 재미는 주지 않는다. 오히려 '내가 이렇게 불편한 게임을 그렇게 재밌게 했었나?'하는 의아함과 함께 다시 추억 속으로 남겨두게 된다. 이런 경험이 한두번이 아니었기에 개인적으로는 '디아블로2'의 부활도 딱히 기대하지 않았다. 아니, 솔직히 별 관심도 없었다.

그리고, 이제 앞서 말한 기자들 간의 우스갯소리도 옛말이 되었다. '디아블로2 레저렉션'은 재밌다. 아니, 엄청 재미있다. 옛날만큼만 재밌으면 다행이라고 생각하면서 별 기대 없이 시작했건만, 최근 나오는 웬만한 게임들은 앞에서 명함도 못 내밀게 생겼다. 오히려 어린 시절의 무지몽매했던 게임관으로 게임을 바라볼 때와 달리 지금 플레이하니 더 재미있나 싶기도 했다.

문제는, 이게 왜 재미있는지를 딱 깔끔하게 설명하기가 참 어렵다는 거다. 리마스터가 되었다고 게임 내적으로 이전보다 편해진 건 없다. 여전히 물약과 참은 인벤토리를 꽉꽉 잡아먹고, 스테미너가 사라져 무한 달리기가 된 것도 아니며, 에테리얼과 소켓 아이템은 구별이 되지 않아 주워 봐야 구별이 된다. 뜬금없이 캐릭터가 순간이동하는 지형 렉도 없으면 섭하다.

그런고로, 오늘 리뷰는 이 게임이 왜 재미있는지에 대한 분석에 초점을 맞춰볼까 한다. 솔직히 나도 디아블로 시리즈 열심히 했지만, 대한민국에 나보다 더 많은 시간과 노력을 쏟아부은 이들이 적지 않을 거다. 내가 뭐라고 그들 앞에서 이건 좋고 이건 별로네를 말할까. 확장성 높은 아이템 설계, 캐릭터 메이킹, 유려한 난이도 곡선까지, 어차피 원작인 '디아블로2'가 대단한 게임이라는건 모두가 다 알고 있다. 중요한 건, 앞에서도 말했듯 20년 전에나 즐거웠던 그 게임을 지금 다시 꺼냈는데 이게 왜 재미있냐는 거다.


게임명 : 디아블로2: 레저렉션
장르명 : 액션 RPG
출시일 : 2021.09.24.
개발사 : 블리자드 엔터테인먼트
서비스 : 블리자드 엔터테인먼트
플랫폼 : PC, 콘솔 일체

관련 링크: '디아블로2: 레저렉션' 오픈크리틱 페이지


태생이 '좋은 게임'에 끼얹은 '좋은 리마스터'

먼저, 확실히 하고 가야 할 것이 있다. '디아블로2: 레저렉션'은 '리마스터'다. 그래픽을 일신하고 UI를 다소 세련되게 바꾸긴 했지만 그게 전부다. 게임 내적으로 바뀐 점은 단 둘. 기존에 래더에서만 쓰이던 룬워드 아이템들이 일반 게임에서도 쓸 수 있게 변경된 것과 계정 공유가 가능한 창고가 여럿 생긴 정도다. 룬워드 아이템이야 애초에 래더가 존재하지 않는 시점이니 그렇다 치고 결국 바뀐 건 창고 뿐이라는 거다.

그럼에도, 게임을 할 때 이 게임이 옛날 게임이라는 느낌은 크게 와닿지 않는다. 이펙트와 광원, 반사 효과 등이 이전과 차원이 다르게 높아졌으니 눈으로 보기에만 그럴 수 있지만, 앞서 말했듯, 이 게임은 그래픽만 나아졌음에도 게임이 참 매끄럽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디아블로2: 레저렉션' 리마스터를 잘 했기에 재미있는 게임이기도 하지만, 원래부터 애초에 디아블로2라는 게임 자체가 굉장히 잘 만든 게임이라는 뜻이다. 그러나 모두가 알다시피 원작이 좋다고 무조건 리마스터가 성공하는 건 또 아니다.

▲ 얼음에 비친 캐릭터의 모습을 보게 될 줄이야

이 시점에 이르러 생각나는 타이틀이 블리자드의 이전 리마스터 타이틀인 '워크래프트3: 리포지드'다. 워크래프트3 또한 장르는 다를지언정, 디아블로2 만큼이나 대단한 게임이었다. 그런 게임이 주요 웹진들에게 60점대라는 참혹한 점수를 받았는데, 그마저도 기존 워크래프트3의 게임성이 포함되었기에 유지한 점수였고, 유저 평가는 그야말로 바닥을 기었다. '디아블로2: 레저렉션'의 재미가 단순히 원작이 좋았기에 당연하다고 말하기엔, '워크래프트3: 리포지드'가 훌륭한 반증이 되어준다는 뜻이다.

'디아블로2: 레저렉션'은 충실히 원작의 게임성을 보존하면서, 동시에 리마스터의 초점을 '강점의 부각'에 두었다. 그리고 여기서 말하는 '강점'은 원작의 후속작이었던 '디아블로3'가 대흥행 속에서도 지금까지 낙인처럼 달고 다니는 주홍글씨인 '게임의 색감과 분위기'다.

▲ 이 분위기가 팬들이 그렇게 말하던 '디아블로다움'

'디아블로2'는 어두운 게임이다. 하루종일 지하를 쏘다녀야 하는 1편보다는 낫지만, 그래도 굉장히 어두운 분위기를 고수하는 게임이다. 시야 수치가 낮으면 게임 화면의 대부분이 어두컴컴한데다가 그 어두운 영역 속에서 괴물들이 스멀스멀 기어 나온다. 디아블로 시리즈가 다른 핵앤슬래시 게임들과 차별화되는 점이 바로 그 분위기와 톤이다. 도대체 무엇이 숨어있을지 모를(물론 당연히 알지만) 어둠 속에서 쏟아져 나오는 엄청난 수의 괴물들을 조지고 부수는 재미. 오죽하면 디아블로3의 성역도 지옥이 따로 없건만 게임이 너무 밝다고 욕을 먹었겠나.

그리고 '디아블로2: 레저렉션'은 이 디아블로 시리즈 특유의 딥-다크한 감성을 높은 수준의 비주얼 퀄리티로 여지없이 구현했다. 널부러진 시체 조각, 바닥이 첨벙거릴 정도로 차오른 피웅덩이, 불타는 지옥의 본 모습과 이에 어우러지는 마법들의 광원 효과까지. 게임성과 시스템을 유지하면서도 리마스터가 관여할 수 있는 비주얼과 톤, 분위기를 극적으로 끌어올렸다는 점에서 '디아블로2: 레저렉션'은 리마스터의 모범이라 부르기에 모자람이 없다.

▲ 내가 써놓고 내가 놀란 몰튼 보울더. 스킬 이펙트를 비교하는 재미도 살아있다.



막막함, 그 시절의 매력

하지만, 여전히 디아블로2의 한계는 명확하다. 콘텐츠는 여전히 노멀, 나이트메어, 헬로 이어지는 삼단계의 난이도뿐이며, 맵이 랜덤으로 구성되긴 하지만 어차피 나오는 몬스터도 똑같다. 디아블로3처럼 20개에 달하는 난이도가 존재하는 것도 아니고, 끝없이 올라가야 하는 콘텐츠가 있는 것도 아니며, 이시대 게임의 흐름에 맞는 콘텐츠나 파티 플레이 지원 시스템도 없다. 심지어 음성 채팅도 안 되고 멀티플레이도 옛날 그대로 방을 파고 비밀번호를 입력해 들어가야 하는 형태다.

아이템은 떨어지는 순간 모두에게 보여 모르는 이들과 파티플레이를 하면 클릭 경쟁이 생기고, 성소 시스템도 여전히 저주와 같은 코드를 사용해 저주가 걸리는 순간 날아가 버리며, 초보자들은 죽었다 깨도 알 수가 없는 큐빙의 공식도 게임 내에서 전혀 찾아볼 수 없다. 그럼에도 '디아블로2: 레저렉션'은 출시와 동시에 수많은 게이머들을 끌어들였고, 누구나 예상했던 나를 포함한 그 나이의 아재들은 물론, 디아블로2를 전혀 플레이해보지 않은 이들도 한 번쯤은 게임에 기웃거리게 만들었다.

물론 과거의 그 재미를 느끼고자 하는 나이 지긋한 아재들의 추억을 향한 돌진이 주된 원인이겠지만, 그게 전부는 아니다. 지금의 트렌드가 그렇다. 낡은 게임, 옛날 게임이라고 재미마저 낡았다고 여겨지던 몇 년 전과 달리, '재미의 다양성'이 트렌드인 지금은 일부러 불편하게, 어렵게, 게이머가 자발적으로 찾아 나서도록 디자인하는 형태의 게임들이 적지 않다. '디아블로2'시절의 재미가 수용될 수 있는 상황이 마련되었다는 뜻이다.

▲ 수없이 망하고 새로 키우던 게 그 시절의 감성

물놀이를 간다고 가정했을 때, '워터파크'를 갈 것이냐, 아니면 그냥 무작정 바다로 떠날 것이냐의 차이 정도로 비유할 수 있다. 워터파크는 보는 순간 어떻게 놀아야 할 지 딱 알 수 있으며, 어찌어찌 놀라며 친절히 설명까지 해 주는 안내문과 안내요원이 존재한다.

하지만 해수욕장은 그런 것 없다. 선만 넘지 말라고 지키는 이가 있을 뿐, 바닷속에서 헤엄을 치든, 모래를 가지고 놀든, 조개껍데기를 줍고 다니든 재미를 만들어내서 즐겨야 한다. 이러면 무슨 재미일까 싶지만, 바다는 사람의 힘으로 만든 워터파크 따위와는 차원이 다른 넓이와 깊이를 지녔다. 재미를 찾아내는 게 과정이 필요할 뿐이다.

비교적 최근 출시된 게임들은 마치 워터파크의 슬라이드처럼 '보다 쉬운 게임'이라는 대의하에 의도적으로 기획한 재미의 가이드라인을 갖추고 있다. 게임 중간중간 재미 요소들을 넣어 두고, 이를 충실히 따라가 재미를 느껴보라는 것이다. MMORPG는 당연히 그러하고, 핵앤슬래시 액션 게임들도 마찬가지인데, 대표적인 사례가 '디아블로3'다.

조시 모스키에라가 담당한 시점에 바뀐 디아블로3는 필요한 아이템이 드랍되는 스마트 드랍 시스템을 적용해 아이템의 사용처를 보다 명확하게 바꾸었고, 이후 업데이트가 거듭될수록 세트 아이템에 말도 안 되는 양의 데미지 증가율을 적용해 사실상 악몽의 유산과 세트 아이템을 제외하면 고단계 등반은 어려운 게임이 되어 버렸다. 길은 정해져 있으니 이 길을 따라가라 이거다.

▲ 아예 딱 빌드를 정해준 디아블로3

물론, 2010년대 초반의 게임 시장 상황에서 이런 변화는 더없이 적합했다. 당시의 트렌드는 무엇보다 빠르게 게임의 핵심 재미로 접근하는 것이 미덕이었으니까. 덕분에, 디아블로3는 날아올랐고, 게이머들은 고민할 필요 없이 손쉽게 필요한 아이템들을 파악해 빠르게 강한 캐릭터를 육성할 수 있었다. 하지만 고민할 필요가 없다는 이점은 역으로 게이머들을 너무 편하게 만들었고, 이는 게이머들을 잠들게 만드는 부작용도 함께 만들어냈다.

20년 전 게임인 디아블로2는 완전히 다르다. 게임하는 내내 스탯을 어떻게 찍어야 할 지, 어떤 스킬을 주력으로 올려야 할 지, 어떤 아이템을 갖춰야 할 지를 생각해야 한다. 물론 오래된 게임이니만큼 정해진 빌드가 여럿 있지만, 모범답안일 뿐, 정답은 없다. 디아블로3보다 아이템과 스킬의 숫자도 적고, 획기적인 아이템 고유 효과는 아예 존재하지 않지만, 오히려 뚜렷하게 강한 게 없다는 점 때문에 온갖 개성넘치는 빌드와 도전이 이뤄진다.

곰으로 변신해 불싸대기를 날리는 소서리스나, 수수께끼로 온 맵을 누비고 다니는 해머 팔라딘이 이와 같은 도전의 과정에서 만들어진 결과물이다. 그리고 이 기상천외한 빌드들은 '디아블로2'라는 게임이 지닌 깊이의 방증이 되어 게이머들을 끌어당긴다. 사실, 아무것도 없는 상황에서 맨땅 시작을 하려면 어느정도 플레이 스타일이 강제되기 마련이지만, 그 여부와 관계없이 겉으로 드러난 이 다양한 빌드들은 정해진 길만 따라가는데 지친 오늘날의 게이머들에겐 또 다른 매력포인트로 다가간다.

▲ 처음 보았던 십수년 전 두 눈을 의심했던 곰 소서

이와 같은 형태의 '네 맘대로 해라'식 재미를 추구하는 대표적인 핵앤슬래시 게임이 그라인딩기어의 '패스오브엑자일(POE)'다. 물론 POE나 디아블로2나 정석과 빌드가 추려져 나오는 건 어쩔 수 없지만, '그것 외엔 방법이 없는 것'과 '새로운 것을 시도라도 해볼 수 있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다. 마인크래프트를 위시한 샌드박스류 게임들과 크래프팅 생존 게임들이 뜨는 이유도 비슷할 거다. '쉬운 게임'이 왕도이던 시대는 가고, '다양한 재미'를 추구하는 시대가 왔다.

그리고, '디아블로2: 레저렉션'은 모바일 게임 시장의 대두와 플랫폼의 결합으로 점점 쉬워져만 가는 오늘날의 메이저 게임 산업에 정면으로 반하는 재미를 들고 나타났다. 오랜만에 느끼는 선택의 쫄깃함, 득템은 했는데 이게 좋은 템인지 뭔지 모르는 상황에서 오는 당혹감, 그리고 캐릭터가 망했을 때의 절망과 옛 추억까지 한 웅큼 가지고 말이다.



'디아블로2: 레저렉션'은 누구를 위한 게임인가?

리뷰의 본질로 돌아가보자. 결국 리뷰는 읽는 이들이 그래서 사도 되는지 아닌지를 판단할 수 있는 근거가 되어야 하니까. 앞서 말한 내용들을 짧게 정리하면, '디아블로2: 레저렉션'은 애초에 잘 만든 게임을, 강점을 살려 잘 리마스터한 작품이다. 게임성을 그대로 유지했고, 그런 와중에 그래픽 비주얼을 굉장히 높은 수준으로 끌어올렸으며, 그렇기 때문에 기존의 재미를 그대로 지니고 있다.

▲ 가끔 게임하다 지루해질때 G키를 한 번씩 누르면 2021년을 살아간다는 점에 감사하게 된다.

더불어, 요즘 게임에서는 쉽게 볼 수 없는 '막막함'과 빌드 창출의 깊이를 지니고 있다는 것도 매력적인 포인트다. 물론 게임이 오래된 만큼 정석이 다 정해져버린 건 피할 수 없는 일이지만, 대의에 파묻혀 잊혀져 버린 선택과 모험, 도전이라는 고전만의 재미가 남아 있고, 보다 다양한 게임적 재미를 추구하는 오늘날의 트렌드에 충분히 적응할 수 있을 정도의 위력을 갖췄다는 점에서 지금 플레이해도 충분히 즐거운 게임이 될 수 있다.

하지만, 그럼에도 '디아블로2: 레저렉션'은 옛날 게임이다. 게임을 플레이하면서 종종 이런 생각이 들었다.

'블리자드는 디아블로2라는 게임과 그 팬덤을 감당할 수 없게 되버린 것 아닐까?'

숱하게 지적되었던 인벤토리를 비롯한 편의성 문제에 대해서 블리자드는 '밸런스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 설명했고, 이같은 주장은 실제로 어느정도 설득력이 있다. 하지만, 밸런스에 전혀 영향을 주지 않는 선에서의 개입은 조금 더 가능했으리라 보임에도, 게임 본연의 취지를 살린다는 명목으로 이를 전혀 건드리지 않았다. 마치, 현대 기술로는 분석할 수 없어 그냥 두어야 하는 고대 유물을 취급하듯, 분명 더 나아질 여지가 있음에도 이를 건드리지 않았다.

예를 들어, 창고에 보관하는 룬이나 보석 등의 중첩 보관은 밸런스에 전혀 영향을 주지 않는 부분이지만 구판과 마찬가지로 하나씩 보관된다. 또한, 캐릭터 성능에 영향을 주는 '참'류 아이템은 그렇다 쳐도 타운포탈 책이나 아이템 감정서, 열쇠 등은 별도의 보관 슬롯을 만들 수 있었을 것이다. 인터넷 조금만 뒤져도 나오는 큐빙 공식을 따로 안내하거나, 도무지 쓸모가 없는 1,3,5막 용병들은 손을 봐줄 수 없었을까?

▲ 창고에 보석좀 쌓아두는게 뭐 그리 대수라고 그걸 못하게 하는지

뭐 이 때문에 열쇠와 책이 쓸 다섯칸에 참이 두어개 더 들어가서 게임이 더 쉬워진다고 주장하면 할 말은 없지만, 사실 그게 뭐 엄청 대단한 문제는 아니지 않나. 캐릭터를 즉사의 길로 이끌었던 위치렉이나, 같은 경로를 반복파밍할 경우 높은 확률로 생기는 미니맵 버그 등도 충분히 고칠 만한 여지가 있지 않았나 싶다. 다행이라면, 이제 다시 '라이브 서비스'를 시작하는 만큼 피드백을 통한 후개선의 여지가 남아있다는 점이랄까.

이전의 게임성을 그대로 가져온 덕분에 그 재미가 그대로 남아 있고 그게 주된 매력 포인트이긴 하지만, 리마스터라는 취지에 갇히기보다 조금 더 적극적인 개선을 이뤄냈으면 하는 아쉬움이 없지 않아 있다. 물론 이 부분은 호불호가 갈릴 부분인데다 이전에도 바꿔야 하니 마니 갑론을박이 있었던 부분이니 그냥 개인적인 의견으로 남겨두겠다.

▲ 20년이 지나도 여전히 문은 굳게 닫혀있다.

결론을 말하자면, '디아블로2: 레저렉션'은 구매 전, 분명히 고민이 요구되는 타이틀이다. 단순히 플레이 시간만 따진다면 48,000원 정도야 충분히 값어치를 할 만한 게임이지만, 콘텐츠 구성과 편의성 면에서 옛 게임이라는 느낌은 지울 수 없다. 디아블로2를 전혀 플레이해보지 않은 게이머라면, 이 시절의 불편함이 퍽 거슬리는 장벽으로 다가올 수도 있다.

하지만, 본인이 과거 디아블로2를 즐겁게 플레이한 기억이 있는 게이머라면, '디아블로2: 레저렉션'은 결코 아쉽지 않은 선택이 될 것이다. 똑같이 두번, 세번 읽는 삼국지도 읽을 때의 나이에 따라 느낌이 다르다. 세 번은 읽어야 한다는 격언이 그 때문일 거다.

디아블로2가 그렇다. 막연히 어렸을 때 했던 재미가 지금 플레이하면 전혀 다른 느낌이다. 800x600의 그래픽에 눈이 썩을 것 같아 감히 하지 못했건만, 예쁘게 새단장까지 하고 나오지 않았나. 그때와 같으면서도, 다른 재미를 준다. 머리카락이 슬 위험해지기 시작한 나잇대의 주변 친구들도 그렇게 말하고, 나 또한 그렇게 느꼈다. 다시 해도 재밌을까 싶었는데, 다행이다. 다시 해도 재미있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