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틀로얄 장르의 게임은 이전에도 많이 나왔었지만, 크래프톤에서 개발한 '플레이어언노운즈: 배틀그라운드'가 큰 인기와 함께 전성기를 이끌며 인기 있는 장르 중 하나로 자리 잡았다. 유명한 FPS IP인 '배틀필드'나 '콜 오브 듀티'에서도 배틀로얄 모드를 도입했으니 두말할 나위 없다.

하지만 이후 배틀로얄은 대개 FPS나 TPS 방식이 주를 이뤘으며 새로운 배틀로얄 게임들이 우후죽순 쏟아져 나왔으나 FPS나 TPS의 틀을 크게 벗어나지는 못했다. 배틀로얄 장르가 다른 방식과는 어울리지 않는 장르인 건가? 뭔가 색다르면서 쌈박한 건 없을까? 하는 고민일 타파하기 위해 많은 시도가 있었는데, 한국에서도 색다른 장르의 결합을 시도한 게임사가 있다.

이터널 리턴은 '영원회귀: 블랙서바이벌'라는 이름으로 서비스를 시작했다가 요근래 이터널 리턴이라는 이름으로 외국에 서비스 중인 이름과 통일시켰다. 작년 10월 14일, 스팀에서 '먼저 해보기(얼리 액세스)'로 서비스 중인 이터널 리턴은 모바일 플랫폼으로 나온 전작 '블랙서바이벌'의 후속작이다. 그와 더불어 카카오게임즈를 통해 7월 22일 서비스를 예정으로 사전예약이 진행되고 있어 스팀에 대해 잘 모르는 게이머들의 접근성도 더 좋아질 것이라 기대된다.

이터널 리턴은 배틀로얄에선 다소 생소한 MOBA(다중 사용자 전투 아레나) 장르를 결합했다. 우리가 흔히 아는 MOBA는 무엇인가. '리그 오브 레전드'나 '히어로즈 오브 더 스톰', '도타 2'처럼 여러 명의 플레이어가 두 팀으로 나뉘어 서로 싸우면서 상대의 진영을 밀어버리는 게임이다. 그런데 여기에 개인 또는 소수의 팀으로 맺어진 채 끊임없는 전투가 진행되는 배틀로얄과 서바이벌의 요소까지 접목되다보니 입소문을 타고 많은 주목을 받았다.

▲ 시작부터 이쁜 누나가 맞이해줘서 너무 설렜다.



■ 네가 어려워할까 봐 이걸 준비해봤어.

현재 캐릭터의 수는 33명으로 현재 서비스중인 MOBA 게임들과 비교했을 때 캐릭터 수가 많지는 않은 편이고 특히 경쟁 게임의 특성상 밸런스가 좋은 캐릭터 위주로 고르기 때문에 매칭 시에도 보이던 캐릭터들이 자주 보이는 경향이 있다. 결국 플레이어들이 접하는 캐릭터의 폭은 아직 좁게 느껴지는 부분이 있으나, 공식 로드맵을 보면 2주에 한 번씩 새로운 캐릭터가 추가되고 있고, 일주일마다 밸런스 패치를 하고 있기 때문에 이 문제는 차차 잦아들 것으로 생각된다.

동일한 캐릭터라도 게이머의 선택에 따라 다양한 무기를 사용할 수 있다는 점은 흥미롭다. 개인의 플레이 스타일이나 성향에 따라 같은 캐릭터도 다른 전략이 가능하니 다양한 체험을 해볼 수 있다. 물론 캐릭터별로 지정된 무기 중에서만 고를 수 있긴 하지만 충분히 다른 게임에 비해 차별화되는 점이고 캐릭터마다 개성이 잘 살아있기 때문에 전략의 측면에서 신선한 경험으로 다가올 수 있다.

게임의 튜토리얼은 친절하게 기본적인 시스템을 알려준다. 비슷한 장르의 게임을 해봤거나 여러 게임 좀 해봤다 싶은 유저들이라면 대강 눈치껏 쓱 보면 알만한 것들도 있지만, 이터널 리턴만의 시스템도 소개해주므로 가볍게 게임의 스타일을 파악하는 용도로 좋았다. 오히려 이런 MOBA 장르는 게임의 정보량이 엄청나게 많다 보니 튜토리얼이나 게임 내 설명으로 모든 걸 알아가려는 것보다 패치 노트나 유저들의 공략을 보면서 익혀나가야 하는 것이 빠른 정답일 것이다.

▲ 튜토리얼은 대강 감만 잡는다고 생각하는 게 좋다.

▲ 오늘은 기분도 꿀꿀한데 시원하게 단칼이나 들어볼까?

게임의 진입장벽은 꽤 높은 편이라 느꼈다. MOBA라는 장르 특성상 캐릭터별로 특성이나 스킬을 숙지해야 한다는 당연한 얘기는 굳이 언급하지 않겠다. 조금 어렵다고 느낀 부분은 게임 내 아이템에 대한 것이다. 무기, 방어구, 음식 등의 종류가 전부 합할 경우 수백 가지가 넘을 정도로 매우 많다.

장비나 아이템을 만들기 위해 필요한 재료들은 구역마다 드롭되는 종류, 개수가 각자 다 다르기 때문에 초반에 원하는 재료를 어디서 얻을 수 있는지, 최소한의 이동으로 얼마나 빨리 얻을 수 있는지 등 여러 방면으로 고려해 사전에 계획을 짜두어야 한다. 이는 이터널 리턴만의 전략 요소이고 다른 MOBA게임과 차별화되는 재미의 요소지만 이제 막 게임을 접한 초보자들에게는 다소 부담스럽게 느껴질 수 있다.

핵심적인 재미의 요소다 보니 님블뉴런도 이 부분을 보완하기 위해 해결책을 내놓았다. 로비에서 인기있는 루트를 먼저 볼 수도 있고 게임 내에서 원하는 아이템의 재료나 드롭되는 구역의 정보를 표시해 주는 시스템도 넣은 것이다. 게임을 하면서 루트 및 재료들의 보급장소, 조합법 등을 실시간으로 찾을 수 있으니 초보자는 따라하기만 해도 얼추 진행이 가능해 초반의 접근성을 낮춰 준다.

아이템과 장비를 잘 모르는 상태에서 게임을 진행하는 초보자들에게는 수월히 즐길 수 있게 도와주는 길잡이 역할을 톡톡히 해주니, 당장 파밍이 안 풀리거나 컨셉이 비슷한 캐릭터가 많아 장비와 아이템 제조에 문제가 생긴다면 당장 가이드를 따라해 보자.

▲ 도감에서 모든 아이템을 눌러보면 그 양에 경악할 수 있지만...

▲ 게임 내에서 도감을 바로 확인할 수 있으니 너무 걱정 말자.



■ 피지컬뿐만 아니라 뇌지컬도 필요한 플레이

재미있는 시스템이 두 가지 있는데 하나는 '숙련도'고 다른 하나는 '루트'다. 이터널 리턴은 배틀로얄 장르라 해서 그냥 단순히 파밍만 잘하면 되는 게임이 아니다. 숙련도를 쌓아 캐릭터의 능력치를 쌓고, 스킬을 강화하는 것 또한 중요하다. 그렇기 때문에 남는 시간이나 파밍 중간중간에 사냥하거나 다른 플레이어와의 전투를 통해 더욱 강해져야 한다. 즉, 단순 피지컬뿐만 아니라 시간을 잘 배분해서 활용해야 승리를 거머쥘 수 있다는 것이다.

숙련도를 쌓기 위해서는 사냥이 불가피한데, 자칫 플레이어들이 숙제나 노가다로 느낄 수 있는 위험이 있지만 사냥하면 아이템 제조에 사용되는 재료가 드롭되기 때문에 이 부분을 조금 더 완화했다는 느낌이 들었다. 닭, 박쥐, 들개와 같이 사냥이 동물들은 비교적 낮은 등급의 재료가 드롭되는 반면, 곰이나 위클라인 박사처럼 사냥이 비교적 어려운 대상의 경우에는 희귀한 재료들도 드롭되어 생존에 유리해질 수 있어 오히려 도전 의식을 불러일으킨다.

▲ 틈틈이 요리해서 체력과 스태미나가 부족할 때 보충할 수 있는 음식을 준비하자.

▲ 부지런히 사냥해서 강해지도록 하자.

루트라는 시스템도 꽤 재미있는 녀석이다. 위에서도 한번 언급했었지만 한 맵에 나눠진 구역마다 드롭되는 재료 아이템과 동물들이 있다. 내가 어디로 가서 어떻게 먹어야지 하고 생각을 했더라도 게임을 진행하다 헷갈리거나 까먹는 경우가 있다. 이것을 방지해서 재료 아이템들을 쉽게 구하고 효율적으로 움직이도록 지도에 미리 이동할 구역을 표시해놓는 것이 바로 루트다.

루트는 유저들이 직접 만들어서 서버에 업로드해 다른 플레이어들과 공유할 수 있다. 다른 유저들은 해당 루트에 대해 평가를 할 수 있기 때문에 루트나 아이템에 대해 제대로 파악을 하지 못한 초보자들도 '좋아요'가 높은 순으로 따라가면 충분히 좋은 루트를 골라 게임을 즐길 수 있다.

게임 중후반에 파밍이 잘 풀리지 않았거나 음식이 없어 게임에 불리해지면 게임이 말렸다는 생각이 드는 순간 하기 싫어지는 기분이 확 밀려온다. 하지만 이 부분에서도 항공 보급이라는 시스템을 통해서 상황을 역전시킬 수 있다. 게임이 진행되면서 랜덤으로 몇몇 구역에 항공 보급 상자가 드롭된다. 그 상자 안에는 전투를 유리하게 이끌어줄 음식물이나, 방어구가 랜덤으로 담겨있다. 혹여 후반부에 상황이 좋지 않더라도 포기하지 말고 보급 상자를 까보자. 혹시 필요한 장비가 나올지 누가 아는가.

▲ 게임 시작 전 다른 유저들이 등록한 루트를 가져올 수 있다.

▲ 캐릭터나 구역별 리스폰되는 플레이어 수를 보고 그때그때 루트를 바꿔 골라도 된다.

▲ 상자깡은 못 참지 ㅋㅋ 10연챠 간다!

게임을 진행하다 보면 미니맵을 통해 적의 위치를 확인할 수 있다. 캐릭터가 소음을 발생시킬 경우, 미니맵에 일정한 확률로 표시가 발생하는데 이를 통해서 적의 위치를 어림짐작할 수 있는 것이다. 아이템을 제조하거나, 재료를 파밍하거나, 사냥 또는 전투를 할 때마다 일정 확률로 미니맵에 표시되기 때문에 이를 통해서 주위에 있는 적의 위치를 파악해 상황에 따른 전략적인 플레이를 구사할 수 있다.

구역마다 존재하는 CCTV를 활용해 구역의 일정 부분의 시야를 활성화해 동물이나 적의 위치를 확인할 수 있고, 하이퍼루프를 사용해서 먼 구역으로 순간 이동해 전투에 임하거나 파밍을 진행할 수 있다. 원하는 구역을 선택한 뒤 하이퍼루프를 했을 때 리스폰 되는 위치는 몇 고정위치 중에서 랜덤으로 정해지기 때문에 운이 나쁘다면 적의 눈 바로 앞에 리스폰 될 수 있다. 위험 요소가 있긴 하지만 짧은 시간 안에 긴 거리를 갈 수 있으니 파밍 중일 때에는 매력적일 것이다.

▲ CCTV로 시야를 밝혀두면 손해 보진 않는다.

▲ 원활한 파밍을 위해서는 하이퍼루프가 필수적이다.



■ 그래서 이 게임 재밌나요?

이터널 리턴은 비슷한 장르의 게임들이 그렇듯이 초보자들에게는 선뜻 추천하기 어려운 게임이다. 기본적인 게임 내 편의성이 갖추어져 있고 게이머들이 불편하다고 꼽는 부분들이 개선되어가고 있지만, 장르의 특성상 미리 공부해야 할 것이 많아 진입 장벽이 높은 것도 사실이다.

다만 아직 추천하기가 어려울 뿐 이터널 리턴은 장르 자체의 재미뿐만 아니라 타 MOBA 게임들과의 차별화가 돋보이는 게임이다. 이미 얼리 액세스 초기부터 입소문을 타고 알려지며 여러 스트리머나 프로 게이머에게 '이 게임 재미있다.'라는 긍정적인 평가를 많이 받고 있고 꾸준한 패치를 통해 밸런스도 개선되고 있다.

이터널 리턴은 카카오게임즈와 함께 본격적인 한국 서비스 역시 준비하고 있다. 비슷한 장르의 게임을 하다 색다른 재미를 원하는 게이머 혹은 새롭게 정착할 게임을 찾는 게이머들이라면 얼리 액세스 이후 이터널 리턴의 모습을 기대해 봐도 좋을 것이다.

▲ 총알...갈랐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