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왼쪽부터 김시경, 박준효, 곽준혁

오는 12일 드래프트를 시작으로 EACC 2022 서머가 펼쳐진다. 온라인으로 펼쳐지는 이번 대회는 15일부터 본격적인 페이즈가 시작되며, 21일 결승전을 마무리로 약 1주일 동안 쉴 틈 없이 진행될 예정이다.

이번 EACC 한국 대표는 기존과 달리 새롭게 도입된 피파 eK리그 상위 세 팀이 선발됐다. 그동안 토너먼트로 한국 대표를 뽑았는데, eK리그는 풀리그로 진행되는 만큼, 운보다는 기본기, 얼마나 기복이 없이 좋은 경기를 펼쳤는지가 중요했다.

그 결과, 광동 프릭스, 대전 하나 시티즌, 크레이지 윈이 1~3위를 차지해 EACC 대표 자격을 얻었다. 우리나라는 예전부터 피파 온라인 강국이었지만, 최근에는 동남아를 중심으로 중국 등, 다른 나라의 수준이 올라오며 우승을 장담할 수 없었는데, eK리그를 통해 선발된 이번 대표들은 믿음직하다는 평이 많다. 누구보다 우승을 간절하게 염원할 세 팀의 선수들을 만나 EACC에 앞서 어떻게 지내고 있는지 물어봤다.


Q. 먼저 간단한 소개 부탁한다.

크레이지 윈 곽준혁 : EACC 우승 경험이 있는 크레이지 윈 소속 곽준혁이라고 한다.

광동 프릭스 박준효 : 아프리카 프릭스에서 광동 프릭스로 새롭게 태어나고, 최근 eK리그 우승을 차지한 광동 프릭스다. EACC가 국가대표 느낌이지 않나. 1년 만의 국가대표라 각오도 남다르고 감회가 새롭다.

대전 하나 시티즌 김시경 : 대전 하나 시티즌이고, 이번에 준우승을 차지했다. EACC 경험은 어느 정도 있는 편이며, 박기영 선수만 처음이다.


Q. 본격적인 EACC 이야기에 앞서 eK리그에 대해 말해보자.

곽준혁 : 새롭게 진행된 리그 방식이었는데, 아쉬웠던 순간이 많다. 3위라는 성적으로 EACC 진출은 확정 지었지만, 조금만 잘했으면 우승까지 가능했기 때문이다.

박준효 : 광동 프릭스의 경우 성적만 보면 너무 만족스러운 대회였다. 하지만 조금 더 멀리, 선수의 입장으로 봤을 때 선수들과 주최 측의 소통이 조금 아쉬운 점이 있었다. 그래도 이제 시작하는 단계라 이해는 한다. 앞으로는 운영 측에서도 선수들의 케어나 처우 개선이 더욱 필요해 보인다.

김시경 : 미디어데이 당시 신보석 해설위원이 가장 약체라고 평가하더라. 하지만 오히려 더 자극이 되어서 더욱 팀원들도 돈독해지고 성적이 좋았다. 하지만 후반 뒷심이 조금 부족해서 아쉬움은 있지만, 전체적으로는 만족한다.


Q. 운영적으로 아쉬웠던 측면이 있다고 했다. 어떤 부분일까?

박준효 : 방송에서의 입장 동선, 생방송 전에 해야 할 것들에 대한 소통이 필요한데, 원활하지 않았다. 그리고 주최 측에서 활동비, 운영비로 팀마다 지급되는 게 있는데, 사실 지방에 사는 선수가 있는 팀들은 차비나 숙소 문제 등, 부족한 감이 있다. 적어도 리그가 진행되는 기간만큼은 선수는 대회에만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야 그만큼 대회의 질도 좋아지지 않겠나.

그래도 감사한 부분은 운영비가 조금 올랐다는 점이다. 그리고 개인적으로는 등장 포스를 매주 다르게 하는데, 대회를 위한 퍼포먼스로 생각할 수 있으나 이게 매주 반복되고, 작가님들의 컨펌도 쉽지 않아 3~4주 차 부터는 스트레스로 다가오는 선수들도 많더라.

곽준혁 : 초반에는 리그 흥행을 위한 건데, 선수들이 온전히 대회에 집중하지 못하니까 역효과를 불러온 부분이 있는 것 같다.

김시경 : 팀마다 조금씩 다른 것 같다. 우리의 경우는 먼저 의견도 내고 다 군말 없이 따라와 줬다. 오히려 팀워크 측면에서 좋게 작용한 점도 있다.


Q. 풀리그 대회를 치러 본 소감은?

곽준혁 : 우리나라만 항상 단기 토너먼트로 대표를 선정해 EACC 환경에 적응이 조금 늦은 느낌을 받았다. 그래서 조별리그를 힘들게 통과하고 토너먼트로 가면서 강세인 경우가 많았는데, 이번에는 리그제로 치러서 도움이 되는 부분이 많았다.

박준효 : 소위 손이 달궈진다는 느낌? EACC에선 항상 우리나라는 달궈지지 않은 상황이랄까. 준비가 부족했던 팀이 국가대표가 된 경우도 있었고 말이다. 애초에 본업이 있고, 취미 식으로 하는 선수들이 많았는데, 대표로 나가서 우승이 말이 안 되는 거다. 실제 축구로 치면 조기 축구팀이 K리그를 우승한 것 아니겠나.

리그가 생겨 좋은 점은 상시 손을 풀 수 있고, 계속 뭔가를 실전에서 경험하고, 폼이 올라간 상황에서EACC가 열리기 때문에 정말 좋다.

김시경 : 다 동의하고, EACC 토너먼트의 경우 길어봤자 9경기 정도인데, 리그는 최대 11경기를 할 수도 있고, 무대 적응에 큰 도움이 됐다.


Q. 이번 EACC에 대해 어떻게 분석하고 있는지 궁금하다.

곽준혁 : 외국팀들의 6310 전략을 어떻게 뚫을 것인가. 그게 핵심이다.

박준효 : 마찬가지로 수비적인 외국 팀들을 어떻게 뚫어내느냐가 관건이다. 한국은 지나간 메타다. 좋은 전술이긴 하지만, 한국에서는 유행이 지났다. 그래도 이게 무조건 뚫는다는 공략법이 있는 게 아니라 머리가 아프다.

일단 재미도 반감된다. 개인적으로 대회 측에서 생각을 좀 더 해주고, 이런 부분을 룰로 규제하는 것도 어떤가 싶다. 이기기 위한 수단으로 사용하겠으나 극단적 수비는 보는 재미를 정말 없게 만든다. 나는 이기는 건 당연하고, 재밌는 경기를 만드는 것도 프로게이머의 사명감이라고 생각한다. 다만, 이건 선수의 문제가 아니라 메타의 문제다. 룰로 제한을 두는 것도 괜찮은 방안이 아닌가 싶다.

김시경 : 우리팀은 일단 우리가 할 것만 잘하자는 마인드다. 이번 EACC 메타를 봐야겠지만, 일단은 우리가 잘하는 것을 잘하기 위한 준비를 하고 있다.


Q. 온라인으로 대회가 열린다. 서버, 핑 등 그동안 문제가 있었는데, 이 부분은 걱정되지 않는지?

곽준혁 : 우려가 되긴 하지만, 대회의 일부분이라고 생각해 크게 걱정하진 않는다. 굳이 뽑으라면 핑이 조금 걱정된다.

김시경 : 적응하는 것도 실력이라고 생각한다. 대회 서버 핑이 4~60으로 고정인데, 빨리 적응해야 한다.


Q. 피파 온라인4에서 현재 우리나라의 위치는 어떤가. 최근 동남아 팀들이 강세라는 말이 많다.

박준효 : 여전히 최상위라고 생각한다. 동등한 조건으로 대결하면 우리나라 아니면 태국이 가장 강하다고 생각하며, 둘 중 하나를 고르라면 우리나라가 더 낫다고 생각한다. 이럴 때 만큼은 인터넷 강국인 점이 서럽다(웃음). 해외 선수들의 경우 비교적 한국보다는 쾌적하지 않은 핑이라 대회 핑 적응이 더 쉬울 것이다. 만약 오프라인으로 열리면 큰 이변이 생기지 않는 이상 우리나라의 우승 가능성이 가장 높다고 본다.

곽준혁 : 나도 우리나라가 가장 잘한다고 생각한다. 특히 우리나라는 모든 팀들의 상향 평준화다. 우스겟소리로 EACC 우승만큼 국내 대표되는 게 어렵다. 태국이 강세라고 하는데, 페이즈 클랜만 수준이 높다.

김시경 : 상향 평준화가 되었기 때문에 리그를 통해 정해진 세 팀이라 우리 중에 EACC 우승팀이 나오지 않을까 생각한다.


Q. 페이즈 클랜은 모두가 인정하는 것 같다. 만약 페이즈 클랜이 eK리그에 있었다면 몇 위 정도 할 것 같나?

곽준혁 : 솔직히 TOP3 안에 들 실력이다.

박준효 : 아무리 못해도 3위 안에는 있을 것이다. 처음에는 인정하기 싫었지만, 정말 실력이 좋은 선수들이다. 이제는 우리나라 선수들 대부분 페이즈 클랜을 인정한다.

김시경 : 실제로 만나본 적이 없긴 한데, 나도 그 정도라고 생각한다.


Q. 가장 경계되는 팀이 있다면?

박준효 : 원래는 페이즈 클랜인데 대표 선발전에서 극한의 수비 전략인 8백에 4위로 떨어졌다. 그래서 기쁘기도 한데, 이걸 어떻게 뚫느냐가 문제다. 국제전에서는 경험하지 못한 걸 만났을 때 당황하면 패배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곽준효 : 6310도 중앙이 두터운 거지, 사이드를 뚫으려면 뚫을 수 있다. 다만, 드래프트할 때 앞라인에 많은 급여를 투자해야 하는데, 그럴 경우 사이드를 뚫을 수 있을지가 의문이다.


Q. eK리그 중 8차 넥스트 필드도 있었고, 변화된 게 있다. 최근 선수들의 분위기는 어떤가?

곽준혁 : EACC 티켓을 마지막에 확정 지은 팀이라 정말 마지막 순간까지 최선을 다해 준비했다. 그래서 지금 폼도 꽤 올라와 있고 우여곡절이 있어서 다들 열의에 차있다.

박준효 : 마지막 대회라 계속 선수들의 폼을 끌어올리는 데 집중하고 있고, 다 좋은 것 같다. 내가 서포팅을 하면서 지금 시스템적으로도 굉장히 잘 잡혀 있어서 분위기도 굉장히 좋다.

김시경 : 준우승을 차지하기도 했고, 폼도 좋다. 박기영 선수의 경우 8차 넥스트 필드 이후 조금 아쉬운 모습이 있었으나, 지금 방학이라 연습을 정말 열심히 하고 있다.


Q. 팀원 중 조금만 분발해줬으면 하는 선수가 있다면?

곽준혁 : 나 빼고 전부다. 성적도 내가 제일 좋은데 연습량도 가장 많았다. 그런데 자극을 잘 받지 않았다(웃음). 기본적으로 연습량은 따라와 줬으면 좋겠다.

박준효 : 가장 먼저 떠오르는 건 강준호 선수다. 흔들렸던 적이 있는데, 정성민, 최호석이 있으니까 내가 캐리보다는 동생들에게 의지하려는 느낌을 받는다. 3주 동안 하드 트레이닝을 했는데, 최근에는 폼이 좀 올라왔다. 해외 선수들이랑 하면 정말 작은 차이로 떨어지는 경우가 많아서 안일한 마인드가 있으면 안 되는데, 지금부터라도 내가 없을 때의 연습을 해서 광동을 이끌 좋은 차기 리더가 되었으면 좋겠다.

김시경 : 윤창근 선수가 1:1 기회에 결정력 미스가 자주 나와서 그런 부분만 보완했으면 좋겠다. 그런 경우로 eK리그에서 무승부가 세 번 정도 나왔다. 솔직히 한 번 정도는 운이 없었다고 생각하는데 두, 세 번째는 아쉬움이 많았다.


Q. 대회가 얼마 남지 않았다. 어떻게 준비하고 있는지?

박준효 : 준비할 수 있는 게 딱히 없다. 대회 계정 지급이 너무 늦다. 물론 모두 동일해서 상관없다고 될 수 있지만 말이다. 그래서 준비할 수 있는 것이 그렇게 많지 않다. 선수 입장에서는 무조건 빨리 지급해주는 게 좋다.

곽준혁 : 게임적으로 준비할 수 있는 건 얼마 없어서 최근에는 휴식에 집중하고 있고, 이제 곧 드래프트가 있어 그에 대한 준비를 하고 있다. 내 생각에 드래프트가 거의 반 이상이다.

김시경 : 드래프트 전에는 휴식을 많이 취하고 있다.


Q. 끝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곽준혁 : 이번 리그를 끝으로 크레이지 윈과 계약이 끝난다. 다음 시즌부터는 플레이 그라운드와 함께 한다. 이번 EACC부터 함께 할 수 있는지 물어봤지만, EA측에서 안 된다고 하더라. eK리그를 크레이지 윈으로 했기 때문에 여기까진 이해한다. 그런데, 이번 EACC를 크레이지 윈으로 나가면 성적이 좋았을 때 참가할 FECC도 팀명을 크레이지 윈으로 해야 한다고 하더라. 당황스러웠다. 이런 부분들이 당장은 아니더라도 개선이 되었으면 좋겠다.

박준효 : 피파 온라인3 챔피언십부터 있었던 사람으로서 느끼는 부분에 대해 조금 이야기하고 싶다. 선수는 을, 대회는 갑 같은 분위기는 사라졌으면 좋겠다. 선수와 대회 측 모두가 동등한 파트너쉽 분위기가 됐으면 좋겠다. 선수들의 대우도 더 좋아져야 한다. 돈이 얼마 안 되고, 인기가 없다고 처음부터 소극적이거나 선수들이 위축될만한 상황 자체가 나와서는 안 된다. 내가 선수여서 그런지 몰라도 선수들이 대회에만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이 됐으면 좋겠다.

김시경 : EACC 나갈 때마다 항상 광탈했는데, 이번에는 꼭 좋은 성적을 내도록 열심히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