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ro | 2018-01-21 11:31 | 조회: 1,169 |
그 인형은 지휘관과 서약하지 않았다
10. 파란 날의 고양이
여름날 아침은 가파르게 떠올랐다. 새벽에 달라붙었던 쌀쌀함은 조급한 일출을 따라 성급히 물러섰다. 태양은 이른 시간에 날카롭고 높게 솟았고, 기온은 내리꽂힌 햇빛을 따라 진동하며 덥혀졌다. 아홉 시도 되기 전에 아지랑이가 피어올랐다. 풀과 나무들이 이파리에서 물을 많이 내었다. 줄기가 힘을 잃고 말라갔다. 가파른 아침을 따라서 HK416도 가파르게 잠에서 깨었다.
회로 속에 잔존한 데이터가 없었다. 데이터는 필요 여부에 따라 말끔하게 분리되어 있었고 마인드맵은 가벼웠다. 컨디션이 좋았다. 가벼운 마인드맵을 따라 온 몸의 감각이 선명하게 움직였다. 창문을 통과해 멀겋게 들이치는 햇빛은 흰 빛을 띠고 있었다. 햇빛에서는 먼지 냄새와 마른 흙바닥 냄새가 났다. 맑은 날이었고 맑은 정신이었다. 명치 뒤쪽으로 끈끈하게 응어리진 찌꺼기를 G11이 먹어치웠다. G11은 아직 자고 있었다. 작은 콧구멍을 따라 작은 숨결이 오갔다. HK416은 그런 그녀의 자는 모습을 잠시 쳐다보다가 침대에서 일어났다. 해야 할 일은 명확했고 던져야 할 질문은 선명했다.
“416, 좋은 아침. 일찍 일어났네?”
“…응. 휴가 출발해야 하니까. 9도 일찍 일어났네?”
“416처럼 밖에서 휴가를 보내는 건 아니어도, 알차게 휴가를 보내야지. 나도 낮엔 나가서 시내를 좀 둘러볼까 해.”
“저번에 말했던 빵집?”
“응!”
UMP9는 화분에 물을 주며 해맑게 답했다. 흙 위에 다 지고 떨어진 꽃잎들이 숨죽인 채 쌓여있었다. 흙 위에 뿌려진 물은 한 번에 흙으로 스며들지 못하고 서서히 차오르면서 꽃잎을 띄워 올렸는데, 짙고 파랬을 아네모네의 작은 꽃잎은 검게 문드러져 형체가 흐트러져있었다. 아네모네는 지난 달 까지 파랗게 피어 있었다. 작은 꽃이 한 송이 올라왔었고, 그 꽃은 7월에 접어들자 시들었다. HK416이 파자마를 벗으면서 웅얼거렸다. 옷이 가슴에 걸려 잘 벗겨지지 않았다. 목소리는 성긴 옷감의 사이로 스며들어 흘렀다.
“꽃도 없는 꽃에 왜 물을 주는 거야?”
“뿌리만 살아있으면 돼. 그래야 내년에도 꽃을 피우지.”
“물 안 주면 죽어버리나?”
“자주는 아니어도 한 달에 한두 번은 줘야 해. 꽃이 피웠을 땐 더 자주 줘야 하고.”
“성가시네……귀찮지 않아?”
“그래도 꽃이 피면 예쁘잖아. 416, 기분은 좀 풀렸어? 어제는 언니가 좀 짓궂었지.”
“……씻고 올게.”
“응.”
겸연쩍게 웃는 UMP9의 말에 HK416은 대답하지 않았다. UMP45의 말은 거슬리는 구석이 있었다. 그녀의 말은 UMP9를 자극하면서 동시에 HK416을 자극했다. HK416은 UMP45의 이야기가 그 일련의 거슬림을 불러 올 것을 알았다. 샤워실로 들어가는 HK416의 걸음을 따라 UMP45가 침대에서 일어났다. 부스스한 회색 머리가 받은 햇빛을 흩뿌렸다. 그녀는 잠이 달아나지 않은 듯 천천히 흉터 끝을 긁었다.
HK416이 젖은 몸을 닦고 속옷을 입고 있을 때 카리나가 숙소 문을 두드렸다. 들어오라는 HK416의 말소리에 G11이 슬그머니 눈떴고, UMP45가 몸을 풀면서 창문을 열어 환기했다. 숙소 문이 열렸을 때 카리나는 서류철로 입을 가린 채 하품하고 있었다. 샤워하기 위해 잠옷을 벗던 UMP9가 웃으면서 그녀를 맞이했다.
카리나를 따라 열린 문 뒤로 그리폰의 복도는 소란했다. 지휘관을 찾는 인형의 목소리, 인형을 찾는 지휘관의 목소리, 아침인사 하는 그리폰 직원들의 목소리와 작전 나가는 인형들의 정비 소리가 섞여서 소리는 복잡하고 묵직했다. 단조롭고 고요한 숙소 안으로 복도의 소리는 슬금슬금 기어 들어왔다. 카리나는 그 소리들을 등지고 연신 하품하면서 말했다.
“416, 곧 지휘관이 출발할 거예요. 시간 맞춰서 나가고 싶으시면 앞으로 30분 내로 나갈 준비 완료하셔야 해요.”
“……네, 알겠어요 카리나. 15분 내로 지휘관에게 갈게요.”
“지휘관이요? 오늘 지휘관도 어딜 나가나요? 카리나.”
UMP9가 벗던 잠옷을 손목에 걸쳐놓은 채 카리나에게 질문했다. 입꼬리가 처져 있었고 동공이 확장되어 있었다. 열린 창문으로 아침바람이 파고들었다. 미지근한 바람이 UMP9의 적갈색 머리를 훑으며 지나갔다. 묶이지 않은 긴 생머리가 제멋대로 흩날렸다. 흰색 브래지어가 햇살을 머금고서 하얗게 발광했다. 카리나가 말끝을 올려가며 대답했다. 의문을 숨기지 않는 투였다.
“어라, 지휘관께서 이야기 안 하셨나요? 지휘관님도 오늘부터 휴가에요. 아마 자가 차량으로 출발하시면서 416을 데리고 나가시려는 모양인데……416은 알고 있었죠?”
“네.”
“……왜 얘기해 주지 않았어? 416.”
UMP9는 가만히 고개를 돌려 HK416을 바라보았고 HK416은 UMP9를 바라보지 않은 채 자켓을 걸쳤다. 두껍고 무거운 자켓의 앞섶이 잠기자 가슴이 눌려 호흡이 버거웠다. 익숙한 압박감을 뒤로하고 머리카락에 십자핀을 꽂았다. 연한 하늘빛 머리카락이 팔락일 때 UMP9가 다시 물었다.
“일부러 얘기하지 않은 거야? 416.”
“딱히 얘기할 이유가 없었어. 어차피 우리도 휴가인 마당에, 지휘관에게 지휘 받을 것도 없고.”
“아니…….”
“우리 팀에 이야기해야 할 정보는 아니었는데……딱히 네게만 이야기 할 이유는 없잖아?”
“…….”
UMP9는 여전히 벗던 상의를 그대로 손목에 걸친 채 입을 벌리고 침묵했다. 눈썹머리가 좁혀져 미간에 옅은 주름이 잡혔다. 그녀의 시선은 HK416을 향했다가 허공을 둘러보고, 다시 HK416을 향했다가 땅바닥을 훑었다. 그녀는 마인드맵이 혼란할 때 시선을 주체하지 못했고, HK416은 그런 UMP9를 힐끗 보며 베레모를 집어 들었다.
“저……그럼 가 볼게요. 416은 늦지 않게 지휘관실로 가 주세요.”
“네. 고맙습니다, 카리나.”
카리나는 두 인형을 힐끗거리다가 뒷걸음으로 빠져나갔다. 숙소 문이 닫히는 소리를 신호로 UMP9가 상의를 마저 벗어 침대에 올려놓았다. HK416이 장갑 낀 손으로 기지개 켰다. UMP45가 파자마 차림으로 침대에 다리 꼬고 앉아 둘을 지켜보았다.
“내게 지휘관의 이야기를 할 이유가 없다고 생각해? 416, 정말로 그렇게 생각해……?”
“9, 네가 지휘관에게 특별한 마음이 있다면 질투할 수 있겠다고 생각하는데, 그것도 아니잖아. 왜 그런 표정을 짓는 지 짐작 가기는 하는데, 내가 지휘관과 휴가를 같이 나서서 뭘 하겠다는 것도 아니야. 그냥 나가는 길이 같아서 데려다 주는 것 뿐이야.”
“……한방 먹었네, 9.”
HK416이 말을 쏟아내었고 UMP45는 이죽거렸다. 막힘없이 가벼운 마인드맵은 경쟁자의 심곡(心曲)을 찔렀고, UMP9는 가슴에 박힌 말을 곱씹으며 도로 침대에 앉았다. 시선이 방황하고 있었다. 분명 그녀는 지휘관을 마음에 두고 있다는 말을 하지 않았다. 그 사실은 HK416에게도 해당되었으며 UMP45는 그 사이를 오가며 둘을 조롱했었다.
맑고 가벼운 HK416의 마인드맵은 빠르게 감정과 상황을 판단했고 알고리즘에게 선명하게 지시했다. 알고리즘은 명확한 해답을 내었으며, 감각과 기관이 일사불란하게 움직여 그걸 표현했다. UMP9는 침대 위에서 어쩔 줄 몰라 했다. 압도당한 UMP9가 머뭇거리는 사이에 HK416이 외출채비를 마쳤다. 거울을 보며 옷매무새를 가다듬는 그녀의 뒤로 UMP9가 중얼거렸다.
“그럼……지휘관이 딱히 일정이 없으면, 내가 지휘관에게 연락해서 같이 시간을 보내자고 할래.”
“…….”
“그래도 괜찮지? 416.”
“그걸 왜 내게 물어. 맘대로 해.”
선명하던 마인드맵이 삐거덕거렸다. UMP9가 예상보다 강경하게 나오고 있었다. 눈썹머리가 조금 올라갔지만 미간에 주름이 잡히진 않았다. 작게 콧노래 부르던 UMP45가 입을 열었다. 풀린 눈썹과 눈매와 반대로 목소리는 낮고 차갑게 깔렸다.
“416, 신난 건 좋은데, 휴가 때 너무 퍼지지는 마. 무슨 일이 있든지, 지휘관과 뭘 하든지 나는 신경 쓰지 않지만……”
“언니…!”
“…….”
“우린 404야. 여태까지 애써 쌓아온 무명(無名)의 삶을 생각해.”
HK416이 숙소 문을 나서기 직전에 움직임을 멈췄다. 손잡이를 잡으려던 손이 허공에 머무르고 있었다. 정적은 오래지 않았다. HK416은 금방 손잡이에 손을 얹고 문을 밀어 열었다. 오래된 숙소의 문은 날카롭고 긴 소리를 내었다. HK416은 UMP45의 말에 대답하지 않았다.
***
지휘관을 따라 나이 든 차였다. 타이어 휠의 광택이 사그라들어 있었고 도색된 검은색은 빛이 바래 있었다. 차 안에서는 오래된 가구 냄새가 났다. 계기판과 안전벨트, 좌석, 네비게이션 모두 옛 방식이었다. 네비게이션은 지나치게 또박또박한 말씨로 안내했고 지휘관은 느리고 부드럽게 차를 몰았다.
가라앉아 있던 HK416의 마인드맵이 다시금 초조해지고 있었다. 지휘관의 오른손이 기어를 바꿀 때 늙고 가느다란 손은 HK416을 향해 있었다. 지휘관의 작은 움직임, 페달을 밟는 허벅지의 움직임이나 좌우를 살피는 고갯짓, 사각(死角)을 살피는 어깻짓, 신호를 기다리며 등받이에 몸을 기대는 움직임 등이 HK416의 감각기관에 예리하게 걸렸다. 작은 움직임도 HK416의 감각기관이 과도하게 받아들이고 있었다. 그녀는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가로지르는 안전벨트를 만지작거리면서 창밖을 바라보고 있었다. 소란한 마인드맵을 따라서 생각은 다시금 난잡해 지고 있었다.
쌓아올린 무명의 삶을 생각하라는 UMP45의 말이 걸렸다. 신나 보인다던 말도 걸렸다. 다급함이 새어나오던 UMP9의 중얼거림이 걸렸다. 자매가 동시에 HK416의 마인드맵을 옥죄고 있었다. 말들의 압박이 HK416의 결의를 짓눌러 튀어나오지 못하게 했다. 눌린 자리에서 외려 HK416이 억누른 자신의 생각들은 다시금 흘러나오고 있었다.
무명의 삶과 신나 보인다던 UMP45의 말은 지휘관을 경계하라고 말하고 있었다. 지휘관과의 관계를 쌓고, 지휘관과 인연의 끈을 엮는 것을 주의하라고 말하고 있었다. 그 말은 HK416이 지난 밤 애써 억눌렀던 지휘관에 대한 경계심을 다시 꺼냈고, HK416의 입술을 움직이지 못하게 했다. 반대로 지휘관을 만날 것이라던 UMP9의 말은 HK416을 다그치고 있었는데, 상반된 말에서 도출된 상반된 알고리즘 결과는 행동을 가로막았고 생각을 가로막았다. 기껏 독하게 마음먹은 마인드맵이 흔들리고 있었다.
타이어가 아스팔트를 밟고 굴러가는 소리와 엔진 돌아가는 소리, 휘발유 태우는 소리와 차 안의 잡동사니들이 부딪히면서 나는 소리가 났다. HK416과 지휘관은 말하지 않았다. 에어컨 바람이 조금 셌다. 에어컨 바람은 나올 때 억센 소리를 냈는데 그 소리가 차 안의 모든 소리들을 한데 묶고 있었다. 배를 향해 배려 없이 쏟아지는 찬바람은 HK416의 몸에 부딪혀 얼굴과 다리로 뻗쳤다. 드러난 허벅지와 턱 밑이 차가웠다. 지휘관의 차량은 그의 방처럼 쌀쌀했다.
흘러가는 풍경들이 HK416의 결단을 재촉하고 있었다. HK416은 돌린 고개 한 쪽이 뻣뻣해 짐을 느끼면서 갈등했다. 사진 속 여자에 대한 질문과 404소대의 사명과 지휘관과의 관계와 UMP9가 부추긴 질투가 정신없이 뒤엉켰다. 명치 뒤쪽으로 뜨거운 화가 치밀어 한숨으로 흘러나왔다. 지휘관이 운전하다가 종종 곁눈질로 HK416을 보았다.
“인형들은 휴가 나왔을 때 어디에 거처하지?”
“……아, 도시 시내에 내려 주시면 돼요.”
“숙소가 있나?”
“그리폰에서 제공하는 숙소가 있어요.”
“…인형들은 휴가 나와서도 인형처럼 숙소에 묵는군. 그리폰은 인형을 사람처럼 대한다고 했지만……”
지휘관의 목소리는 느긋한 운전을 따라 나긋거렸다. HK416은 그의 갑작스러운 질문에 화들짝 놀라며 대답했다. 오랫동안 한 쪽으로 고개를 돌린 목 근육이 경련했다. 차량이 서서히 도시로 들어서고 있었다. HK416의 마인드맵이 생각을 정리하지 못했다. 오늘 처음 들은 지휘관의 목소리가 그 복잡한 생각들에 끼어들고 있었다.
질문이 성대구조까지 전달되었다가 다시 빠지길 반복했다. 지휘관, 질문이 있어요. 그 여자가 누군지 궁금해요. 엄청 신경 쓰여요. 목 안쪽이 간질거렸다. 가슴 안쪽이 타오르듯 답답했고 복잡하게 날뛰는 계산을 따라 논리회로가 무거워지고 있었다. HK416이 입을 열어 지휘관에게 말을 걸었다. 그녀는 혼잡한 거리 한쪽에 차를 세워달라고 말했다. HK416은 지휘관에게 질문하지 못했다. 떠나는 차는 느리고 부드럽게 시야에서 사라져갔다.
***
HK416은 내리고 나서 차 문을 세게 닫았다. 그녀가 내뿜었던 침묵을 따라 조수석이 가라앉아 있었다. 그녀가 내린 곳에서 십 분 거리에 병원이 있었다. 지휘관은 집에 들어가기 전에 병원에 들러야겠다고 생각했다. 뒷덜미와 등이 식은땀에 젖어 있었다.
시야가 흐릿해졌고 몸을 움직이기 싫었으며 생각이 무거워지고 판단이 뭉툭해졌다. 손끝과 발끝에 힘이 잘 들어가지 않았고, 관절은 움직일 때 마다 비명을 질렀다. 근육의 숨이 빠지는 것을 느꼈다. 뼈가 텅텅 비어 몸무게가 줄었고 고개를 들고 있기 힘들었다. 의사는 증상들을 듣고 노화에 의한 단순한 증세일 것이라 말했다.
“다만……시대가 시대이다 보니 조금 특수한 경우도 있습니다. 환자분께선 혹시 ED나 방사능에 노출된 경험이 있으십니까?”
“옛 직장이 그런 환경이었습니다. 죽은 아내도 방사능에 피폭되었고…….”
“ED나 방사능 때문에 급격히 죽음에 이르는 경우가 있습니다. 증상이 시작되는 시점은 노화와 비슷하지만 피폭은 그 증상의 악화가 훨씬 가파르기 때문에 주의를 요합니다. 일단 환자분께선 피폭 가능성이 있으니 정밀검사를 받아보시고……”
의사는 예의를 지켰지만 단조롭게 말을 이어나갔다. 수없이 봐 온 환자들은 구분되지 않을 터였고, 지휘관이 북한에서 겪은 피폭은 그 수많은 환자들의 피폭과 구분되지 않았다. 의사는 그에게 일찍 죽을 수도 있다 말하고 있었다. 지휘관은 정밀검사를 받으면서 죽음이 자신에게 큰 의미가 있는지 생각했다.
정밀검사를 마치고 차에 시동을 걸었을 때 UMP9가 전화했다. 그녀는 머뭇거리면서 지휘관의 위치를 물었다. 도시의 병원에 있다는 지휘관에 말에, 그녀는 마침 시내에 나와 있으니 점심을 함께 하자고 말했다. 지휘관이 뜸들였다. 그는 일정을 살피고 다시 연락하겠다 말했다. 수화기 너머로 UMP9의 목소리가 떨렸다. 그녀는 떨리는 목소리로 힘차게 대답했다. 전화가 끊기자 곧바로 다시 벨이 울렸다. HK416의 전화였다.
***
집 안이 매콤한 냄새로 가득 찼다. 지휘관이 차갑게 식힌 소주 한 병을 꺼내 식탁 위에 놓았다. 잘 끓인 김치찌개와 제육볶음, 쌈 채소와 반찬들이 차려져 있었다. 지휘관이 난잡한 주방을 치웠다. 양파껍질과 파 꼭지, 채소들의 조각들과 버려진 식재료들을 모았다. 미처 설거지하지 못한 식기들을 다른 한 쪽에 모았을 때 초인종이 울렸다. 지휘관이 손에 묻은 물을 닦고 천천히 현관으로 걸었다.
“……들어와라. 정말로 올 줄은 몰랐군.”
지휘관은 문을 열면서 말했다. 열린 문 너머로 음식 냄새가 끼쳤다. 음식 냄새는 달고 매력적인 색깔을 빚었고 지휘관은 몸을 비켜 손님을 맞이했다. 손님은 쭈뼛거리며 현관에서 머뭇거렸다. 지휘관이 신발을 벗고 들어오라 일렀다. 그는 긴 면바지에 목까지 올라오는 베이지 색 니트를 입고 있었다. 밝은 색의 차가운 마룻바닥을 걸을 때 그는 소리를 내지 않았다. 양말을 신고 옮기는 발걸음은 조용했고 포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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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어주신 모든 분들 정말정말 감사드립니다!! 읽느라 고생 많으셨어용 :D
아네모네에 관한 내용 검수는 어머니가 도와주셨습니다! :D 엄마고마워!
다음 편은 다음주 화요일 쯤 올릴 수 있을것 같아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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