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너무나 높았던 유저들의 기대치

어떤 애니 시리즈이건 1쿨 첫 오프닝/엔딩곡은 그 애니를 상징하는 곡으로 인식됩니다. 신데걸즈극장에서는 키랏 만개 스마일이 그 포지션입니다. 음반 판매량도 좋았다고 알고 있고, 가사를 바꾼 패러디도 많이 나왔습니다. 곡의 분위기도 진지하지 않은 극장 본편의 내용과 잘 맞았고 귀여운 안무도 좋았습니다.
데레스테 내부적으로도, '일부러 카드를 내지 않고 아끼고 있다' 는 티를 팍팍 내고 있는 우즈키를 상위 보상으로 내놓으면서 분위기를 후끈 달아오르게 하는데에 큰 영향을 줬죠.



2. 키랏! 만개 스마일 원곡의 문제

극장 엔딩은 30초짜리입니다. 데레스테 삽입버전은 2분 조금 넘어가고, 풀버전은 4분20초입니다.
30초짜리 여러번 들어서 익숙해졌다가 4분20초짜리 처음 들으면 솔직히 좀 지루합니다. 그리 길지 않은 메인파트를 과하게 반복시켰다는 느낌이 듭니다. 30초가 너무 짧다 느껴진다면 1분28초짜리 콜롬비아 유툽에서 들을 수 있는 샘플버전이 가장 곡을 잘 압축했다고 생각됩니다. 여기서 문제가 벌어집니다.
데레스테에 넣기에 30초는 말할 것도 없고, 1분28초는 너무 짧습니다. 현재까지 데레스테 수록곡 기준 가장 짧은 곡은 Snow wings의 1분54초. 가장 긴 곡도 2분20초를 넘지 않습니다.
템포가 느려지고 다른 분위기를 내는 B파트를 더하면 좋겠는데, 이거 잘못 더하면 곡이 너무 길어집니다. 데레스테의 1분50초~2분20초 사이의 기준에 맞추기에 굉장히 매우 몹시 지랄맞은 구성의 곡입니다. 물론 그걸 어떻게든 잘 해내야 그걸로 밥먹고 사는 프로겠지만, 풀버전을 어색하게 잘라놨다는 불만은 변명의 여지가 있다고 봅니다. 이 정도면 개인적으로는 최선이라고 봐요.



3. 애니 엔딩화면의 안무 역동성

애니메이션으로 표현된 것을 3D 모델로 자연스럽게 표현하는건 굉장히 어려운 일입니다. 당장 만화/애니 원작을 3D로 옮겨놓은 게임 중에서 더할나위 없이 자연스러웠다고 느끼는 물건이 어느 정도 되는지 떠올려보시면 쉽게 짐작할 수 있을겁니다. 게다가 신데렐라극장과 데레스테는 그림체 분위기도, 등신비율도 다릅니다. 최대한 그대로 가져온다는 식으로 노력할 수도 없고, 어떻게든 원본을 바탕으로 한 전면적인 재창조에 들어갈 수 밖에 없습니다.
그 와중에, 만개스마일은 현재까지 나온 신데렐라극장 엔딩 6곡 중에서 가장 움직임도 많고 무대안무도 많은 곡입니다. 원본과의 비교가 어떻게든 될 수 밖에 없죠. 그걸 그대로 가져올 것인가, 변형해서 가져올 것인가, 아니면 새롭게 만들 것인가 자체가 관심을 받을 수 밖에 없으니까요.
반대로, 극장엔딩곡이 데레스테에 첫 발을 내딛었으니 앞으로 추가될 것이라 예상되는 '에튀드는 1곡만' 이 실제로 추가된다면 안무로 인한 까임은 훨신 적을 것으로 보입니다. 이 곡은 유일하게 극장 엔딩 6곡 중 안무로 보일 수 있는 움직이는 씬이 단 한 컷도 없었거든요. 원본과 비교할게 없으니 많이 어색하지만 않으면 뭐가 나와도 그냥저냥 넘어갈겁니다.




4. 신곡이 아닌, 신데렐라극장이라는 애니 엔딩곡이 가지는 입지

많은 유저들이 별로 생각하고싶지 않아 하는 문제이지만, 거꾸로 판매자/서비스제공자 입장에서 생각해봅시다.
만개스마일의 3D 안무에 잔뜩 힘을 주었을 때 거기에 대해 합당한 보상을 받을 수 있을까요? 고퀄리티가 고수익으로 직결되지 않는다는건 예시를 찾아오지 않아도 될 만큼 너무나 당연한 사실입니다. 물론 고퀄로 만들면 유저들의 호응과 평판이 좋아지고 저퀄로 만들면 떨어진다는 또 하나의 당연한 사실도 있습니다만, 거기에 이어서 이미 충분히 탄탄한 기반을 가지고 있는 컨텐츠는 완전히 유저들의 신뢰와 기대를 박살낼 만큼의 큰 사고가 있지 않는 한 약간의 평판 저하 정도로 매출에 큰 지장이 생기지 않는다는 것 또한 사실입니다.

작년의 트리니티 필드 떠올려봅시다. 퀄 좋았죠. 모두가 환호했습니다. 얘네 못하는거 아닙니다. 다만, 만개 스마일에 그만큼의 퀄리티를 끌어올릴만한 가치가 없다고 판단했을겁니다. 개인적인 추측으로는 반남과 사이게임즈의 수익 분배에 관한 문제가 얽혀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이미 1년전에 발매된 애니의 엔딩곡, 음반도 이미 내서 팔릴대로 팔렸구요. 
사실상 지금까지 힘주는걸 보면 스타라이트마스터 시리즈에 들어갈만한 데레스테 오리지널곡이 얘들 메인인거 같은데, SM의 발매 일정이 무슨 이유에서인지는 모르겠지만 너무 심하게 밀려버려서 기존 발매된 곡들을 끌어다가 이벤트를 치뤄내고 있죠. 그리고 그 이벤트들에서 보여지는 모습들은 SM 이외의 곡들에는 SM 만큼의 힘을 줄 생각이 없다는 간접적인 의사표명으로 보여집니다.
위에서 적은 내용들과 얽혀서 완전히 반대의 시너지를 내버렸다고 할까요. 유저들의 기대치와 눈은 높아져있는데, 만드는 사람은 힘이 빠져있으니...



5. 기대치를 낮추는게 실망을 덜 할 수 있는 방법 중 하나

사실 이번 만개 스마일 이벤트를 예상하면서 더 최악을 생각했습니다. 이벤트카드 일러스트를 그 그림체 그대로 애니화면 일부에서 잘라서 가져온다거나(마치 요즘 오프라인 콜라보샵에서 판매하고 있는 굿즈들처럼), 3D 배경을 플립플랍의 야외배경에서 색과 일부오브젝트만 변경해서 내놓는다거나. 지극히 개인적인 제 입장으로는 '이만하면 다행이다' 싶었습니다.
퀄리티가 기대한대로 나오지 않으면 실망/비난/불매 하는건 소비자의 당연한 권리라고 할 수 있습니다. 오히려 그런 의사를 적극적으로 표명해주시고 매상도 내어주지 않는 편이 '그래 퀄리티가 좋지 않으면 이런 결과가 나오는구나' 라는걸 서비스제공자에게 인식시켜줄 수 있는 좋은 방법이라고 봅니다. 하지만 대응은 대응이고, 내 마음은 내가 추스려야죠. 내가 게시판 등에서 불같이 불만을 표했다고 갑자기 내일 낮에 패치하더니 안무 퀄리티가 올라가있고 하는 일은 절대 없으니까요.

베스트는 유저들이 직접적으로 호응을 해주지 않아서 매출 등의 지표가 떨어지는 것인데..솔직히 쉽지 않아보입니다. 어쨌거나 우즈키 상위는 몹시 매력적인 보상이고, 달릴 사람들은 뭐가 어쨌건간에 달릴겁니다. 저는 오히려 이번 이벤트의 결과로 사이게가 '거봐 안무 같은거 어떻게 만들건 그냥 이 정도 퀄리티만 유지해도 흥할 이벤트는 흥한다니까?' 라는 교훈을 얻지 않았으면 하네요.
안타깝지만 신데렐라걸즈극장 엔딩곡들에 있어서는 유저가 기대치를 낮추는게 그나마 자기 멘탈을 지킬 수 있는 방법이 아닐까 싶습니다. 솔직히 아쉽지 않다면 거짓말이겠구요. 제가 무척 좋아하는 곡인 선플라워가 고퀄로 나와주길 너무나도 바라고 있습니다만, 상징성이 강한 만개 스마일이 이렇게 나왔으니 그 뒤에 나올 곡들에 큰 기대를 걸면 안될거 같아요.



3줄 요약
이번 만개스마일 이벤트는 유저의 기대와 서비스제공자의 현실 사이의 갭이 너무 커서 벌어진 문제라고 봅니다.
오리지널 곡이 아니라면 큰 기대를 하지 않는게 멘탈 붙잡는데 도움이 됩니다.
뭐가 어떻게 꼬여있는지는 모르겠지만 SM시리즈 음반 좀 빨리 나왔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