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을 닫고 어둡고 무거운 목소리와 딱딱하고 고지식한 태도로 일관하던 시절이든
고개를 들어 밝으면서 경쾌한 목소리와 보다 풀어지고 때로는 귀엽기도 한 모습을 보여주는 지금이든
누구보다 노래를 사랑하고 노래하는 모습이 가장 아름답고 돋보이는 아이,
노래하는 표정이 제일 멋지고 노래 안에 자신의 이야기가 솔직하게 묻어나오는 아이돌,
우리나라에선 잘 안 쓰이는 표현이지만 '가희'라는 단어가 가장 잘 어울리는 한 명의 아티스트
키사라기 치하야의 생일이 되었습니다.



치하야의 성씨인 '키사라기(如月)'는 음력 2월을 뜻하는 표현인데,
우리나라에서도 잘 쓰는 말은 아니고 일본에서도 실제로 성씨로 쓰는 경우는 잘 없다고 합니다만
어원을 따져 들어가보면 옛 문자의 뜻을 고증하고 설명하는 유교 경전인 『이아(爾雅)』에서 나왔다고 하네요.
음력으로는 1월부터 3월까지를 봄이라고 하기 때문에 '여월'이라는 말도 봄을 뜻하고
그중에서도 '如'의 의미는 따른다(隨)는 뜻으로 겨울잠을 자던 만물이 봄이 되자 
모두 깨어나는 시기를 음력 2월이라고 불렀다 합니다. 음력 2월이 양력으로 대강 3월쯤이니 그럴싸한 말이죠

이런 유래가 치하야랑 별 관련은 없을 것 같기는 하지만,
한편으로는 마치 겨울처럼 고요하고 적적하고 차가운 아이였던 치하야가
시간이 지나면서 마치 봄에 날씨가 따뜻해지고 동식물들이 깨어나는 것처럼 밝고 부드러워지는 변화와도
어딘가 통하는 부분이 있을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어서 괜히 기억에 남는 부분이었습니다.

여하튼 15년이 넘는 시간 동안 목소리부터 비롯해서 많은 것이 바뀌어온 본가 아이돌 중에서도
특히 여러 가지 부분에서 가장 많이 바뀌었을 아이돌인 치하야이기에
콘솔을 통해 오랫동안 치하야를 만났을 프로듀서들도, 애니메이션 등으로 비교적 가볍게 접했을 프로듀서들도
치하야의 다소 극적이기까지 한 변화를 두고 이런저런 이야기를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 변화에 대해 어떻게 받아들이는지는 개인의 몫이고 정답 역시 없겠지만
제가 느끼기에는 오랜 겨울이 지나고 막 봄이 왔지만, 막 깨어나서 어딘가 어설프고 어린 생기와
따뜻하긴 하지만 드문드문 오는 추위 때문에 겨울옷을 도외시할 수만은 없는 날씨를 보는 것 같은 느낌입니다

분명히 성격도 표정도 목소리도 많이 밝아지고 주변인들과의 관계는 말할 것도 없이 좋아졌는데다가
노래 역시 이전의 진중하고 가라앉은 무게감을 벗어던지고 탁 트인 하늘 같은 느낌을 주지만,
여전히 자신의 고고하고 차가운 이미지가 많이 남아있고, 그런 점을 의식하고 때로는 고민하면서
데뷔하고 어느 정도 지난 프로 아이돌로서, 39명이나 되는 후배를 둔 선배로서
자신의 길은 어디이고 나아갈 방향은 또 어느 쪽인지 생각하는 모습을 보여주기 때문입니다.



몇 달 전에 추가되었던 치하야의 솔로곡 'Just be myself!!'와 메인 커뮤에서는 많이 발전한 동료들의 모습을 보면서 앞으로 자신이 나갈 방향은 어디인지에 대한 고민을 다루고 있었죠.
그리고 커뮤들이 항상 그렇지만 노래의 제목처럼, 치하야가 선택한 방향이 무엇이든 그저 본인답게 선택하고 노래하면 된다는 결론을 내렸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최대한 멀리, 최대한 높이 나아가는 것뿐이라는 대사가 기억에 남네요.

단체곡들을 제외한 메인커뮤는 그 아이돌 개인에 대한 이야기이니만큼,
메인커뮤를 통해 추가된 노래에도 이런저런 의미가 부여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인지 메인커뮤로 추가되는 노래는 다른 곡들보다도 더 귀에 잘 들어오게 되는 경우도 왕왕 있습니다.
치하야도 그런 케이스 중 하나라, 커뮤 추가 이후에 'Just be myself!!'가 더 좋아지게 됐어요
치하야 곡들은 우열을 가릴 수가 없지만 이 곡의 제목과 가사, 그리고 곡의 분위기 등등이
밀리마스 시점의 치하야가 어떤 아이돌인지를 제일 잘 보여주는 곡이라고 느끼게 되어서였네요.
곡 자체가 가지는 장악력(?)도 있거니와 MV에서 보이는 파란색 형광봉의 물결도 괜히 인상적으로 다가와서
메인커뮤들 중에서는 가장 기억에 남는 화이기도 했습니다. 담당이라 그런 것도 있지만요

그치만 잔잔하고 부드러우면서도 여느 곡들 못지않게 사람을 휘어잡는 'Snow White'도,
TC 투표의 기억까지 더해져서 여러모로 신선하고 새로운 느낌이었던 'World Changer'도,
ARCANA라는 이름으로 오랜만에 모인 본가 보컬 3인방의 웅장한 신곡인 'Fermata in Rapsodia'와
이에 대비되면서도 무척 몽환적이고 귓가에 계속 맴도는 쌍둥이곡 'DEpArture from THe life'도
하나하나가 전부 메인커뮤에 나온 본인의 말처럼 이전보다 더 다양한 색깔을 갖춘 치하야를
잘 드러내주는 곡이라고 생각하기에, 밀리마스의 치하야 역시 가희라는 정체성을 유지하면서도
동시에 이전보다 더욱 발전하였다고도 볼 수 있다고 느껴서 괜히 자랑스럽기도 했습니다.

예전 치하야의 모습으로는 상상조차 할 수 없을 정도로 다채로운 변화이기에
앞으로의 미래는 또 어떤 식으로 반짝일지도 매우 궁금하네요



올해는 3번째로 맞이하는 담당의 생일입니다.
밀리시타를 해오면서 하나 뿌듯한 점은 치하야의 카드만큼은 전부 모으고 어나더를 달아줬다는 것이네요. 
카드 유무나 이벤트 순위나 친애도 같은 게 담당의 조건이 되는 건 결코 아니긴 합니다만,
그래도 나름대로 제가 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는 공을 들인 것 같다고 조금은 자부해봅니다.

생각해보면 작년에는 치하야랑 관련해서 많은 일이 있었네요.
연초에는 배역투표가 있었고, 4월에는 한정 복각을 기다린 끝에 데려왔는데다가 LEADER!! 이벤트도 있었고
이후에도 3차 쓰알과 한섭 쓰알 출시, 솔로곡 커뮤와 World Changer 및 ARCANA 이벤트 등이 있었으니까요.
다사다난했다면 다사다난했고, 치하야 담당으로서 치하야를 많이 볼 수 있어 기뻤던 해기도 했습니다.
올해는 그보다 더 활발한 모습을 보여주길 바라면서
치하야의 첫 번째 팬으로서 치하야의 생일을 진심으로 축하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