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텔이 커피레이크(Coffee Lake)기반 9세대 데스크톱 프로세서 라인업의 신제품인 ‘코어 i9-9900’과 ‘코어 i7-9700’을 선보였다. 논 K(non-K) 버전으로, 오버클럭에 특화된 K 버전 제품을 출시한 지 거의 반년만이다. 

‘논 K’ 버전이란 CPU 속도를 결정하는 배수(ratio)의 잠금이 해제되지 않은 일반 버전의 CPU를 말한다. 인텔은 데스크톱용 CPU를 출시할 때 우선 오버클럭을 지원하는 ‘K’ 버전을 먼저 출시한 다음,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서 일반 버전인 ‘논 K’ 제품을 출시해 라인업을 확대하는 전략을 취한다.


       

새로운 세대의 CPU가 출시되면 주로 얼리어댑터나 하드웨어 마니아들이 가장 먼저 제품을 찾는다. 이들 중 상당수는 강제로 작동 속도를 높이는 오버클럭까지 동원해 신제품의 성능을 최대한 끌어내려 애쓴다. 인텔이 오버클럭에 특화된 K 버전 CPU를 먼저 출시하는 이유다.

하지만 오버클럭은 누구에게나 다 필요한 기능은 아니다. 하드웨어에 대한 기본지식이 거의 없는 초보자에게는 맞지 않는다. 또한, 성능보다 안정성이 중요한 환경에서도 오버클럭은 득보다 실이 많다.


논 K 코어 i9-9900(왼쪽)과 i9-9900K의 CPU-Z 기본 정보 비교. / 최용석 기자


이번 논 K 버전 9세대 프로세서의 최대 장점은 줄어든 소비전력이다. 열 설계 전력(TDP, 전류가 흐르는 장치에서 생겨나는 열의 양)이 95W(와트)에 달하던 기존 K 버전 CPU와 달리, 이번 논 K 버전 ‘코어 i9-9900’과 ‘코어 i7-9700’의 TDP는 65W로 감소했다. TDP와 실제 소비전력은 전혀 다른 개념이지만, TDP가 높을수록 소비전력도 늘어나는 비례관계에 있다. 물론 소비전력이 줄어들면 그만큼 전기를 아낄 수 있어 전기요금 절감에 도움이 된다. 

소비전력이 줄었다는 ‘발열’ 또한 줄었다는 의미다. 고성능 CPU 쿨러 사용이 거의 강제됐던 9세대 프로세서와 달리, 이번 논 K 9세대 프로세서 2종은 중급 성능의 공랭 쿨러 정도면 큰 무리 없이 사용할 수 있을 만큼 발열이 개선됐다.


논 K 9세대 프로세서는 비싼 고성능 공랭쿨러나 수랭쿨러를 쓰지 않아도 안정적인 발열 해소와 성능 유지가 가능하다. / 최용석 기자

       

다만, 논 K 일반버전에 포함될 인텔 기본 쿨러의 성능을 고려해 별도로 판매하는 쿨러의 구매를 염두해야 한다. 고가의 고성능 쿨러를 사용하지 않아도 되는 만큼 쿨러 비용을 아낄 수 있다. 또 발열이 줄면서 냉각 팬을 덜 돌려도 되기 때문에 소음 감소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그뿐만이 아니다. 기존 K 버전 CPU는 최소 전원부 출력이 넉넉한 20만원대 전후의 중고급형 메인보드를 권장했다. 이번 논 K 버전 9세대 CPU는 전체적인 소비전력이 감소해 전원부 구성이 평범한 보급형 메인보드에서도 안정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 즉 메인보드 구매 비용도 절감할 수 있다.


9세대 논 K 코어 i7-9700(왼쪽)과 i7-9700K의 기본 정보 비교. / 최용석 기자


성능은 일반 논 K 버전이 같은 등급의 K 버전 CPU보다 조금 떨어지는 편이다. K 버전 CPU는 오버클럭 제한만 푼 것이 아니라 기본 작동속도(클럭스피드)도 좀 더 빠르기 때문이다. 하지만 전문가나 민감한 사용자, 하드코어 게이머 수준이 아니라면 대부분의 PC 작업에서 K 버전과 논 K 버전의 체감 성능 차이는 그리 크지 않다. 

이번 논K 버전 코어 i9-9900은 K버전인 i9-9900K와 같은 8코어 16스레드 구성을 가지고 있다. 캐시(cache) 메모리 용량도 16MB(메가바이트)로 같다. 기본 작동 속도만 각각 3.1㎓(9900)와 3.6㎓(9900K)로 약 500㎒ 정도 차이가 난다. 차이가 큰 것 같지만 막상 체감 성능 차이는 크지 않다. 오히려 CPU 스스로 성능을 순간적으로 높이는 ‘터보 부스트’ 기능이 작동할 때의 최대 속도는 둘 다 5.0㎓로 같다.


코어 i9-9900(왼쪽)과 i9-9900K의 시네벤치 R15 버전 성능 비교. / 최용석 기자



코어 i9-9900(왼쪽)과 i9-9900K의 CPU-Z 자체 벤치마크 성능 비교. / 최용석 기자


마찬가지로 이번 논 K 코어 i7-9700과 K 버전 i7-9700K 역시 8코어 구성에 캐시 용량도 12MB로 같다. 기본 속도만 각각 3.0㎓(9700)와 3.6㎓(9700K)로 차이가 있을 뿐이다.

4코어 이상의 멀티 코어 CPU일수록 단순 속도보다는 코어의 수가 전체적인 성능에 더 영향을 끼치게 됐다. 코어 구성과 캐시 메모리 용량이 같은 만큼 이번 논 K 9세대 프로세서는 대략 K 버전의 90%~95% 이상의 효율을 낼 수 있다.

바꾸어 말하면 논 K 버전 CPU 사용 시 기존 K 버전 CPU와 비슷한 효율의 시스템을 약 10%~20% 이상 저렴한 가격으로 구성할 수 있다. 인텔 공시 가격 기준으로 논 K 버전이 K 버전보다 각각 50달러(약 6만원)씩 더 저렴한 데다, 위에서 언급한 대로 냉각 솔루션, 메인보드 등을 훨씬 저렴한 제품으로 사용해도 되기 때문에 전반적인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

또 사용자가 오버클럭에 신경을 쓸 필요가 없기 때문에 PC 하드웨어 초보자가 그냥 쓰기에도 편하다. 대부분의 브랜드 완제품 PC가 K 버전 CPU가 아닌 논 K 버전 일반 CPU를 달고 나오는 것도 그런 이유다. ‘가성비’만 보면 논 K 9세대 ‘코어 i9-9900’과 ‘코어 i7-9700’ 프로세서는 같은 구성의 K 버전 CPU보다 유리하다.


9세대 논 K 버전과 K 버전 코어 i9 및 코어 i7 프로세서 사양 비교. / 최용석 기자


불안 요소도 있다. 우선 인텔의 CPU 공급이 아직 안정화되지 않았다. 게다가 이번 9세대 논 K버전과 기존 K버전의 공시 가격 차이는 생각보다 크지 않은 편이다. 논 K 버전의 공급이 원활하지 못하면 출시 초기 가격적인 메리트는 거의 없을 전망이다. 또한, 기본 제공되는 CPU 쿨러 성능을 기대할 수 없는 만큼, K 버전과 마찬가지로 별도의 쿨러 구매를 피할 수 없는 것도 아쉬운 점이다.


이번 논 K 버전 ‘코어 i9-9900’과 ‘코어 i7-9700’은 PC 초보자와 완제품 제조사의 9세대 CPU 선택의 폭을 넓힐 전망이다. / 인텔 제공

       


초기 공급만 안정화되면 이번 9세대 논 K 버전 ‘코어 i9-9900’과 ‘코어 i7-9700’은 충분히 매력적인 제품이다. 특히 오버클럭에는 전혀 관심 없는 일반 소비자나 하드웨어 초보자라면 더 비싼 K 버전 CPU를 선택하지 않아도 되고, 전체적인 비용도 절감할 수 있다. 9세대 프로세서로 넘어가고 싶지만 K 버전 CPU와 이에 기반한 시스템의 비싼 가격이 부담됐던 이들에게도 희소식이다. 완제품 PC 제조사들도 부담 없이 9세대 고사양 PC를 선보일 수 있게 됐으니 PC 제조사 입장에서도 환영할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