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부터 빛돌의 해설이 섞일 때마다 불편했던 입장으로


요즘 한참 화제로 떠올라 있길래 몇 마디 써봅니다.



1) 빛돌의 분석은 결과부터 시작한다.


빛돌의 분석은  일관된 방향성이 있습니다.


남들보다 한 발짝 내가 더 찾아내는 무엇이 있어야 한다, 라는 심리에서 시작하는 것인데


한 장면에 포커스를 잡으면 그 결과에 대한 인자들이 마치 사전에 고려된 것인 양 포장합니다.


쉽게 말해 A라는 사건이 abcd라는 원인들로 인해 일어났다면


실제 인게임에서 선수가 했던 행동은 a 혹은 ab 가 됩니다. 나머지 원인들은 좋은 흐름에 겹친 우연이죠.


그 어떤 인간도 게임 내에서 일어나는 수십 수백만가지 사건들을 사전에 고려하고 조합해서 결과를 내지 못합니다.


a라는 플러스 원인, b라는 플러스 원인, c, d, 수많은 플러스 원인들을 뿌려보면서 좋은 결과가 나오길 기대하는 겁니다.


빛돌은 이 결과를 먼저 봅니다. 그리고 원인들을 거꾸로 찾아올라가죠. 그리고 그것들이 마치 고려된 것인 양 포장합니다.


왜?


본인은 '분석가' 로써 남들이 보지 못하는 포인트를 집어내야 한다는 고집이 있기 때문입니다.


이것만으로는 문제될 것이 없습니다. 그 중 실제로 맞는 것도 있을테고, 틀리다고 피해가 있는 것도 아니니까요.


하지만 이 태도는 다음 항목과 결합되면서 문제가 됩니다.




2) 화제와 인기에 지나치게 편승하려 한다.


1의 항목에서 보인 태도를 빛돌은 선별적으로 언급합니다.


스타성을 가진 선수나, 한참 화제가 되는 선수 혹은 팀, 대중의 사랑을 많이 받는 대상에게 이런 해석을 더합니다.


이것이 왜 문제가 되느냐?


먼저 바둑을 잠깐 언급하겠습니다.


여러분도 가끔 티비를 돌리다 즉석에서 프로바둑을 복기하는 해설들을 보셨을 겁니다.


바둑은 항상 몇 수 후를 내다보는 노림수 싸움이기 때문에 경기 중 큰 영향을 끼치는 이벤트가 생기면


해설들이 실시간으로 시청자에게 몇 수 전부터 일어난 원인과 진행을 복기해 보여주고 넘어갑니다.

  

이 바둑 해설은 바둑 애호가들에게 아주 예전부터 화제와 논쟁이 되어 왔습니다.


워낙 변수와 영향력의 가지수가 많은 종목이기 때문에 어디서부터 어디까지가 의도인지를 명확히 짚기가 어려워서인데요,


이를테면 좌하단에서 살아남기 위해 두었던 수가, 열 수를 지나고 보니 중원에서 상대 발목을 잡은 우연한 수가 된다던가,


하는 경우가 대단히 많기 때문에 어디서부터 어디까지가 선수의 의도였는지 그 폭을 상정하기가 어려워서입니다.


그래서 방송 초기에는 당연히 화제성이 있는 프로들의 경우에는 그 폭을 넓게 두어서 마치 모든 것이 의도인양 포장하고


신인이나 한참 내리막길을 걷는 주목도 없는 프로의 경우에는 우연으로 일축하며 해설들이 마음대로 커멘트 할 수 있었죠.


이 의도와 우연의 경계란


실제로 수백 수천 국을 두어가면서 고수를 겪어보고, 실제로 자신도 수준이 있고, 비슷한 국면을 많이 고민해보고,


하면서 경험으로 알게 되는 겁니다. 그래서 바둑은 해설가 본인들이 모두 프로에요.


자연히 경험적으로 가능한 맥시멈의 수까지만을 해설하고, 그 영역을 넘어가는 수는 나중에 여럿에 의해 회자되게 됩니다.


동시에 특정 프로에 대한 과대해석이 금기시됩니다. 어떻게? 다른 해설 모두가 다 알고 그 경우를 언급하니까요.


롤은 역사가 짧기 때문에 이러한 전통과 기준이 아직 만들어지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위에서 언급한 과대평가와 지나친 일축의 문제가 당연히 있을 수밖에 없습니다.


실제로 인게임에서 높은 레벨을 경험해 보지 못한 빛돌은 어디서부터 어디까지가


당시 프로가 고려하고 의도한 것인지에 대해 알기 힘듭니다.


그러면 프로가 아니면 해설을 해서는 안 되는 것이냐? 아니요, 그렇지 않습니다.


저런 불확실한 부분에 대해서는 언급을 하지 않거나, 정확한 언급을 해야 하는 것입니다.


이러이러한 수가 이런 결과를 초래했으나, (이것이 당시 선수가 의도한 것인지는 명확하지 않다.)


정히 커멘트를 해야겠으면 괄호의 부분을 두번 세번 강조해야 하는 것이지요.


그러나 쉽진 않을 겁니다. 자신의 해당 커멘트 전체가 무의미할 수도 있다는 언급이기 때문에


오히려 최대한 희끄무레 넘어가려 노력하겠지요.


다른 비 프로인 김동준이 아주 좋은 예가 되겠습니다. 그런 불확실한 부분에 대해서는 절대 언급하지 않아요.


특정 팀과 특정 선수를 좋아한다는 것을 팬이라면 누구나 알지만 그 해설의 형평성을 깨면서


과대평가나 침소봉대하지 않습니다.




원래 네 개 항목을 쓸 생각으로 시작한 글인데 현타왔네요. 까서 뭐하나 싶고 게임하러갑니다 ㅂㅂ