콜루 콸레위히(Colum Cuallemeach)
켈트에서는 숫자 3이 신성시되고 있다. 신들은 대부분은 세 명이 하나의 기능을 관리하고, 마치 한 사람처럼 행동했다. 이러한 켈트의 삼신일체 중에서도 가장 멋진 조화를 자랑하는 것이 공예의 삼신 콜루(또는 돌루)였다.
이름의 유래는 잘 알려져 있지 않다. 돌루(Dolum)라는 설에 의하면 그 의미는 ‘불평, 처참한 경우’이며, 콜루(Colum)라는 설에 의하면 ‘비둘기’ 라는 뜻이다. 칭호인 콸레위히는 ‘접대하는 동료’를 의미하는데, 후세에 기술자나 상인들이 조직한 길드를 상기시킨다.
콜루 콸레위히는 대장장이 게브네, 세공사 크레드네, 목공 루흐다 세 명으로 이루어진 신이다. 또 세 명의 신 밑에는 잡일을 담당하는 견습 여성이 한 명 있었다.
· 대장장이 게브네(Goibne)
공예의 신 콜루 콸레위히의 우두머리는 대장장이 게브네이다. 그는 비교적 기원이 오래된 신으로, 웨일즈에서는 고반논(Govannon)이라고 불린다. 이름은 옛날 아일랜드어나 웨일즈어로 위대한 대장간이라는 의미다. 어머니는 다누다. 또 외눈에다 외팔이인 동생이 있었다.
게브네는 철강을 연마하는 기술을 관리하고 있었기 때문에 신들은 검이나 창의 대부분은 그의 작품이었다. 그는 해머를 단 세 번 치는 것으로 무기를 만들 수 있었다. 그 무기는 적을 놓치는 일이 없었고, 대부분의 경우 한 번으로 상대방을 죽일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었다.
‘모이투라 2차 전투’때에는 포워르 진영에도 둘브(Dulb)라는 우수한 대장장이가 있었지만, 게브네의 기술은 그보다 한 수 위였다. 이런 뛰어난 대장장이가 있었기 때문에 신들은 모이투라 2차 전투에서 승리할 수 있었던 것이다.
그가 단지 무기만 만들었던 것은 아니다. 그의 작품 중에서 비교적 유명한 것 중에 ‘마법의 연어잡이 망’이 있다. 이 망은 물에 집어넣으면 건질 수 없는 것이 없을 정도로 질겼다고 한다.
게브네가 가지고 있는 것 중에서 또 하나의 훌륭한 것이 있다. 그것은 불로불사의 에일(역주:홉을 넣지 않는 영국산 맥주)이다. 신들은 게브네가 베푸는 연회에서 언제나 이 마법의 에일을 마셨기 때문에 항상 젊은 모습을 유지할 수 있었다. 이것은 바다의 마술사 마나난으로부터 받은 선물이다.
· 세공사 크레드네(Creidne Cred)
크레드네는 청동이나 놋쇠 세공을 주로 하는 세공사였지만, 금이나 은 등의 귀금속 세공도 그가 맡아서 했던 것 같다. 무기는 창의 날끝과 몸통을 연결시키기 위한 물림쇠, 검의 몸통, 방패의 테두리와 중앙 돌기부를 만들었다.
그의 최대 걸작은 의사 디안 케트의 의뢰로 만든 누아자의 은으로 만든 팔이었다. 크레드네도 세 번 해머를 두드리면 거의 모든 세공을 완성시키는 명장이었는데, 그 은 팔만은 7년이 걸렸다고 한다. 팔에는 오감 문자(‘오마’편 참고)로 주분이 새겨져 있고, 진짜 팔과 똑같이 움직이도록 만들어진 뛰어난 것이었다.
· 목공 루흐다(Luchta mac Luachada)
그는 목공으로 나무 공예를 관장했다. 무기는 주로 방패나 창의 무늬를 만들었고, 세 번 도끼를 휘두르면 모든 것이 완성되었고 전해진다.
게브네와 포워르의 암살자 루아잔
공예의 신 콜루 콸레위히는 모이투라 2처 전투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 지금부터 소개하는 것이 사움이 이틀째의 일화다.
지난밤의 싸움에서 상당수의 부상자를 낸 마군 포워르는 날이 없는 무기를 손에 들고, 상처 입은 몸으로 채찍을 휘두르면서 전장으로 향했다. 그리고 놀라운 것을 보았다. 데 다난 군에서는 어제 중상을 입었던 전사가 상처 하나 없이 멀쩡하게 살아 있는 것이 아닌가. 그 뿐만 아니라 어제 싸움에서 상당히 많은 무기가 파괴되었을텐데 무기 수에는 전혀 변함이 없었다.
그럭저럭 그날의 싸움을 버틴 포워르 왕 인디히는 데 다난 군의 비밀을 알기 위해 루아잔이라는 이름의 스파이를 보냈다. 루아잔은 아름다운 브레스와 봄의 여신 브리이트의 자식으로 포워르와 데 다난 양쪽을 피를 모두 이어받았지만 마족 밑에서 포워르로 자랐다. 그러나 루아잔은 신의 피를 강하게 받았기 때문에 언뜻 봐서는 데 다난으로 보였다. 그런 조건 때문에 그는 이번 임무에 최적의 인물이었던 것이다.
루아잔은 데 다난의 젊은이로 변장하고 신들의 캠프로 잠입해 들어갔다. 누구도 그를 이상하게 생각하지는 않았다. 루아잔은 유유히 콜루 콸레위히의 공방에 들어가서 견학하는 체하면서 그들이 일하는 모습을 경탄의 눈으로 바라보았다.
루아잔의 눈앞에서 먼저 게브네가 쇠망치를 휘둘렀다. 철을 세 번 두드리니까 거기에 창의 날끝이 완성되어 있었다. 게브네는 날끝을 잡고 입구의 가로목을 향해 강하게 던졌다. 날끝이 깊고 확실하게 가로목에 들어가자 빼내서 완성시키는 것이다.
다음으로 루흐다가 도기를 세 번 휘둘러대니 몸체를 완성시키고, 가로목에 꽂혀 있는 날끝을 향해서 그 몸통을 던졌다. 몸통은 바람 가르는 소리와 함께 날끝의 손잡이 부분에 들어가 부르르 떨면서 떨어지지 않았다.
마지막으로 세 번 휘둘러서 물림쇠를 완성시킨 크레드네가 손잡이를 향해 그 물림쇠를 던졌다. 물림쇠는 손잡이 구멍을 통해 몸통 깊숙이 꽂혀 날끝을 확실하게 고정시켰다.
그리고 견습하는 여자가 창을 가로목에서 빼서 날끝을 갈아 창을 완성시켰다. 그렇게 일을 했기 때문에 데 다난의 무기는 짧은 시간 안에 금방 보충되었던 것이다.
루아잔은 적지 않은 놀라움과 함께 그곳을 떠나 이번에는 의술사 디안 케트가 있는 곳으로 향했다. 디안 케트는 마술로 샘에 치유의 힘을 갖게 해서 죽어가는 전사들을 회생시켰다. 루아잔은 포워르의 진영으로 돌아가서 본 것을 그대로 보고했다. 수수께끼가 풀리자 포워르의 왕 인디히는 곧바로 행동으로 옮겼다. 우선 왕자 옥트리알라흐의 부대를 보내서 디안 케트의 샘물을 메우라고 지시했다. 그리고 루아잔에게는 콜루 콸레위히의 우두머리 게브네를 살해하도록 명령했다. 루아잔은 다시 데 다난의 진영에 잠입해 게브네가 있는 곳으로 갔다.
“게브네님, 다음 싸움을 위해서 저에게 창을 하나 만들어주시지 않겠습니까? 최후의 일격을 가하고 싶은 상대가 있습니다.”
아무 것도 모르는 게브네는 빙그레 웃으면서 대답했다.
“그것은 아주 쉬운 일이다. 청년이여, 아주 좋은 걸로 하나 만들어주지.”
콜루 콸레위히의 삼신은 번개처럼 창을 만들고 견습공에게 날끝을 갈게 해서 루아잔에게 건내주었다. 루아잔은 내심 웃으면서 창을 받아들였다.
“고맙습니다, 게브네님.”
루아잔은 그 자리를 떠나 출구가 있는 곳까지 갔다가 뒤돌아섰다. 일을 마친 루흐다와 크레드네는 이미 자리를 뜨고 없었다. 마침 거기에는 게브네 밖에 없어서 그는 천천히 말을 내뱉었다.
“그런데 당신의 창은 결코 목표를 빗나가지 않는다고 들었는데 정말입니까?”
“물론이지. 그리고 명중한 창은 절대로 상대를 살려두지 않지.”
“그 말을 들으니 안심이 되는 군요. 그러면 그것을 여기서 시험해볼까요?”
루아잔은 창을 크게 휘두르며 혼신의 힘을 다해 게브네를 향해 던졌다. 게브네의 배에 창이 깊숙이 꽂히자 피가 뿜어져 나왔다. 그러나 게브네는 의식을 잃지 않았다. 그는 창을 자신의 배에서 뽑아 들고 반대 손에 옮겨 쥔 다음 루아잔을 향했다. 창을 맞은 루아잔은 비명을 지르며 쓰려졌다.
죽어가는 두 사람은 서로 상처를 누르면서 뛰어나왔다. 루아잔은 부모가 기다리는 포워르의 진영으로, 게브네는 디안 케트가 있는 곳으로 달려갔다. 디안 케트는 딸 아르미드와 함께 곧바로 게브네를 치유의 샘으로 옮겼다. 다행히 게브네는 상처가 나아서 죽음의 운명에서 벗어났다.
그러나 루아잔은 어머니 신 브리이트의 팔 안에서 숨을 거둘 처지에 놓여 있었다. 생명을 구하려면 디안 케트의 치유의 샘물에 뛰어드는 수밖에 다른 방법이 없었다. 하지만 왕자 옥트리알라흐가 그 샘을 메우고 돌아온 것이 마침 그때였다. 이제는 별다른 방법이 없었다. 브레스와 브리이트는 아들의 죽음에 통곡했다.
이것이 에린에서의 최초의 통곡이었다고 한다.
게브네의 아버지 고반과 마왕 발로르
콜루 삼신 중 게브네는 다른 전설에서는 아버지와 함께 활약하고 있다. 그의 아버지 고반 세르(Gobhan Saer)로 솜씨가 훌륭한 목수(석공)이며 건축사였다.
데 다난의 백성이 에린에 이주한 직후, 게브네는 아버지 고반 세르와 함께 마왕 발로르에게 불려간 적이 있었다. 발로르는 많은 보수를 약속하고 그들에게 자신의 궁전을 만들도록 의뢰했다.
고반 세르는 무사히 돌아가지 못할 것을 예측하여 부인(다누인지는 명확하지 않습니다)에게 이렇게 말해놓았다.
“혹시 아들 혼자 돌아오면 나는 죽었다고 생각해라. 그리고 나나 게브네가 아닌 다른 놈이 심부름 왔다고 하면서 들어오면 어떻게 해서든지 가두어 놓아라.”
신들 중에서 가장 우수한 목수와 대장장이가 함께 만들었기 때문에 완성된 궁전은 그야 말로 대단히 훌륭했다. 발로르는 완성된 궁전을 보고, 이대로 둘을 돌려보내면 신들이 무적의 성을 만들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을 하고 비밀리에 그 둘을 죽이기로 계획을 세웠다.
그러나 마족의 영역에 와서 그냥 돌아갈 수 없을 거라고 깨닫고 있던 고반 세르는 천장에 구멍을 뚫어놓고 발로르에게 말했다.
“죄송합니다. 이렇게 큰 구멍은 여기에 있는 도구로는 고칠 수 없습니다. 아들 게브네를 집에 보내 도구를 가져오게 했으면 좋겠는데요….”
자신은 제쳐놓고라도 아들만은 도망치게 하고 싶은 부모의 마음이었다. 그러나 발로르는 고반 세르의 의도를 금방 알아차렸다. 그래서 게브네가 아니라 발로르 자신의 아들(유감스럽게도 이름이 알려져 있지 않아서 책의 저자도 모릅니다)을 보냈다.
게브네의 집에 도착한 발로르의 아들은 전에 게브네가 부인과 약속한 대로 붙잡히고 말았다. 게브네의 어머니는 맢녀과 아들 게브네, 약속한 보수를 주지 않으면 인질을 돌려보내지 않겠다고 발로르에게 통고했다. 아무리 발로르라도 자신의 아들만은 귀여워했기 때문에 그 제안에 따르지 않을 수가 없었다.
게브네 부자를 배에 태우고 나아가려고 할 때, 발로르는 고반 세르에게 물었다.
“너희들이 이렇게 가버리면 도데체 누가 내 궁전의 지붕을 고치느냐?”
고반 세르가 대답했다.
“가바지 고에게 부탁하면 된다. 그런 수리를 하는 데 그를 따를 기술자가 없다.”
이리하여 고반 세르 부자는 무사히 돌아올 수 있었다.
(그런데 대신 일하러 간 가바지 고는 어떻게 되었을까라고 궁금증을 가지실 것입니다. 그 이야기는 ‘키안’편에 나오니까 그 쪽을 참고하세요.)
고반논 : 웨일즈의 게브네
웨일즈에서는 대장장이 게브네가 고반논이라고 불렸다는 것은 앞에서 이야기 한 바 있다. 고반논은 왕에게만 충성을 맹세하고 왕 이외에 다른 자가 내리는 명령은 결코 듣지 않았다고 한다.
고반논에 대해서는 이렇다 할 일화가 남아 있지 않다. 다만 자신의 조카인 파도의 아들 딜란(Dylan eil Ton)을 한 방에 때려 죽였다는 이야기만 전해지고 있다.
딜란은 아리안흐로드(‘브리이트’편 참조)의 자식 중 하나로, 파도에 상관없이 마치 물고기처럼 헤엄칠 수 있었다. 필자(책의 저자)는 딜란이야말로 에린의 루아잔이 아닐까 생각한다.
 
가바지 고... 그 인물에 대해서는 많은 고민이 있을 것입니다. 개인적으로 저는 마비노기에서 모이투라 2차 전투에 맹활약을 한 전설속의 전사라 불린 '광명의 신 루'가 나타나게 된 계기가 저 부분이 시발점이 아닐까 합니다. 물론 이건 단순히 저의 생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