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관악구의 한 주공아파트 입주자대표회장 후보가 ‘당선되면 고양이를 적극적으로 퇴치하겠다’는 공약을 걸어 논란이 되고 있다. 사실상 길고양이를 모두 죽이겠다는 발언이어서 동물보호법 위반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26일 고양이 관련 인터넷 커뮤니티 ‘고양이라서 다행이야’에는 ‘혹시 서울시 관악구 쪽에 캣맘들 안계실까요? 도와주세요’란 글이 올라왔다. 게시물을 쓴 사람은 “어제 저녁 아파트 입구에서 두명의 사람이 주민들에게 전단지를 나눠줬다. 무심코 받아봤는데 내용이 너무나도 어이가 없었다”며 “고양이들이 살인진드기와 조류독감을 옮긴다는 둥 근거 없는 허위의 유언비어를 퍼뜨리며 길고양이를 모두 없애겠다는 전단지를 배포하고 있었다”고 전했다. 



26일 인터넷 커뮤니티 ‘고양이라서 다행이야’에 올라온 전단지 사진. ‘고양이를 퇴치하겠다’는 공약이 담겨 있다.

글쓴이가 올린 전단지는 ‘준비된 후보, 입주자대표회장 후보자 OOO입니다’라는 제목으로, 입주자대표회장 선거에 나선 A씨가 자신의 공약을 홍보하는 내용이다. 전단지에는 “첫째, 선심성 사업을 연기합니다.”, “둘째, 고양이를 퇴치합니다” 등 두개의 공약이 쓰여있다.
A씨는 두번째 공약에 대한 부연 설명으로 “고양이는 살인진드기, 조류독감을 옮긴다. 아이들이 위험하다. 차를 긁으며 차에다 오줌을 싸고 똥칠을 한다. 배관 보온재를 긁어서 겨울철 동파의 원인이 된다”며 길고양이를 퇴치해야하는 이유를 나열했다. 또 “고양이가 전깃줄을 물어뜯는다면 합선이 돼 대형화재로 이어진다. 이번 인천 소래시장 화재 참사를 보면 남의 일이 아니다”라며 마치 소래포구 시장 화재가 고양이때문에 발생한 것이라는 듯한 뉘앙스를 풍겼다.

이어 “저는 현재 OOO동대표로 일하면서 고양이 퇴치를 적극적으로 추진해 주민들로부터 큰 호응을 얻고 있다. 이제는 주차장 고양이 숫자가 줄어들어 거의 마무리 단계”라며 “O번을 찍어야 아파트가 바뀐다”고 강조했다. A씨가 아파트에 있는 길고양이들을 잡아 죽였다는 의혹을 사는 대목이다. 동물보호법에 따르면 길고양이를 죽이거나 죽음에 이르게 하는 등의 학대 행위를 할 경우 1000만원 이하의 벌금 또는 1년 이하의 징역에 처해질 수 있다. 그런데도 A씨는 자신이 고양이를 죽였다는 사실을 ‘업적’으로 자랑하고, 앞으로도 고양이를 더 죽이겠다고 선포한 것이다.

인터넷 커뮤니티에 해당 전단지를 올린 사람은 “고양이와 사람간 살인진드기 바이러스와 조류독감 전파 사례는 없고 소래포구 시장 화재도 고양이 때문이라는 증거는 어디에도 없다”며 “고양이들은 안보이는데다 배변을 보고 숨기는 습성이 있어 차에 오줌을 싸고 똥칠을 하는 일도 거의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밝혔다. 이어 “전단지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해 배포를 막기 위해 (전단지) 승인 도장을 찍어준 관리사무소에 갔으나 ‘후보의 공약이기 때문에 자유고 판단은 주민들이 하는 것’이란 말만 들었다”고 토로했다. 그는 “이대로 고양이들이 죽어나갈때까지 손 놓고 기다려야 하는 거냐”며 “어떻게 해야할지 막막하다. 도와달라”고 호소했다.

해당 사연이 알려지면서 ‘관악구청장에게 바란다’ 등 관악구청 민원 게시판에는 A씨가 허위사실을 유포하는 것을 막고, 동물학대 행위를 처벌해달라는 글이 줄을 잇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