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래는 1년전 고발자가 쓴글..


박성준 시인의 폭력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오래된 일이고 저는 당시 우울증에 걸려 약을 먹고 자해를 하는 등 2014년을 통째로 잃어버렸습니다. 과거 기억을 떠올리는 것 자체가 고통스럽기 때문에 아주 천천히 기억을 되짚으며 쓰겠습니다.

2014년 초, 나는 등단을 꿈꾸는 습작생이었고 재미공작소에서 진행하는 박성준 시인 강의에 등록했다. 박성준은 시인이고, 나보다 8살이나 많고, 키가 크고 몸집이 컸다. 나는 습작생이고, 어리고, 21살 밖에 되지 않아 아무것도 몰랐고, 작고 약했다. 박성준 시인과 나 사이에는 권력구조가 작용하고 있었고, 당시의 나는 그걸 알지 못했다. 박성준 시인은 경향신문에 연재하는 서평에 김지녀의 <여진>에 대해 썼다. 내 이름은 여진이다. 어차피 글로 벌어먹고 사는 사람인데도 나는 그게 로맨틱하다고 생각했고 서평이 실린 다음 날부터 시인과 사귀게 되었다. 시인은 아주 얕고 약한 언어폭력으로 시작해 내가 폭력에 점점 익숙해지게 만들었다. 매일 시인에게 못생겼다, 뚱뚱하다, 가슴이 작다, 넌 쎄컨이다 등의 언어폭력을 당했으며 자존감이 바닥을 쳤다.

또한 동료 시인들 및 주변인들에 대한 언어폭력도 서슴지 않았다. 동료 시인을 수업 및 나와의 대화 등에서 아웃팅하고 다녔으며, "걘 섹스할 때 박을까 박힐까? 콘돔 쓰겠지?"등의 성희롱을 하였고, 비슷한 또래의 여자 시인들 이름은 언급하며 "썅년 나랑 안 자준다" "언젠가는 따먹을 거다"등의 성희롱을 하였다. 또한 시인과 같은 수업을 듣는 학생, 후배 등을 언급하며 비슷한 성희롱을 하였다. 나는 박성준 시인과 사귀는 내내 그런 언어폭력을 들어야만 했다. 대상 중엔 내 친구들도 있었다.

시인은 내게 "콘돔은 돈 주고 사는 여자랑 섹스할 때 끼는 거잖아"라고 말하며 내게 임플라논(피하이식피임기구)을 하도록 유도하였다. 나는 임플라논 부작용, 콘돔 없이 관계시 걸리는 성병 등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고 말없이 산부인과에 가서 시술을 받았다

나는 동료 시인이 박성준에게 함께 룸싸롱에 가자고 말하는 전화를 옆에서 들어야 했다. 시인의 자취방에서 안마방 라이터를 마주쳐야 했다. 시인이 담당 교수와 함께 퇴폐업소에 갔다 왔다는 이야기를 아무렇지도 않게 들어야 했다. 그게 폭력인지 몰랐다. 시인은 내게 물레방아, 방석집, 키스방, 룸싸롱 등 퇴폐업소에 대해 아주 상세히 설명해주었고 그곳에 갔다왔다는 말을 아무렇지도 않게 했다.

시인의 모든 데이트 목적은 섹스에 있었다. 어느 날은 내가 울면서 "나는 오빠랑 카페에 가서 이야기하고 노는 게 좋은데 오빠는 섹스만 하고 싶어?"라고 묻자 시인은 "나는 섹스하는 게 훨씬 좋으니까 너 혼자 카페 가"라고 대답했다. 하루는 밤 늦게 을왕리 해수욕장에 도착했고, 모든 모텔들의 불이 다 꺼져 있었다. 시인은 가는 모텔마다 방이 없자 짜증을 냈다. 운전하면서 내게 “씨발년아 다 너 때문이야. 너랑 만나면 되는 일이 없어.” 하며 욕을 했다. 나는 그게 폭력인지 몰랐다.

동료 시인의 여자친구를 만나고 오면 내게 "너는 얼굴도 못생기고 가슴도 작고, 성형 안 하냐?"라고 말했고, 시를 봐줄테니 공모전에서 받은 상금으로 가슴성형을 해라, 43kg이라고 말하자 너무 뚱뚱하니 38kg까지 빼라 등의 언어폭력을 가했다.

하루는 박성준 시인의 자취방에 백도 통조림이 있었다. 시인은 내게 "야 넌 이거 맨손으로 따지도 못하지? 병신 따봐, 따봐"하며 '병신'이라는 말을 하였고, 나는 통조림을 땄다. 그러자 "씨발, 진짜 땄어? 썅, 내가 술 마시고 먹고 싶을 때 먹으려고 사다 놨던 건데 씨발년아"라며 내게 욕설을 퍼부었고, "황도보다 140원(정확한 가격은 기억나지 않지만 정확히 000원이라고 말하였다) 더 비싼 건데"라며 내게 화를 냈다. 나는 그런 폭력이 일상이었고 그게 폭력인지 몰랐다.

박성준 시인의 외모를 아는 사람이라면 알겠지만 매우 키가 크고 덩치가 있어서 나는 내게 화내고 소리지르는 것조차 위협적이었고 두려웠다. 폭력은 약한 강도에서부터 시작해 점점 익숙해졌고 시인은 그게 정상인 것처럼 행동했다. 상대적으로 약한 언어폭력인 "못생겼어"로 시작해 점점 강한 폭력을 가할 경우 상대는 폭력에 익숙해지고 문제를 인지하지 못한다는 것을 시인은 분명히 알고 있었을 것이다

박성준 시인과 헤어진 후에도 나는 습작생과 기성시인 사이의 권력관계 때문에 압박을 받았다. 이후 내게 (전화를 받지 않자)문자메시지로 네가 시를 쓰지 않았으면 좋겠다, 내 주변 사람들과 접촉하지 말아라, 서로 조심 좀 하자 등의 말을 하였다. 나는 1년 동안 시를 쓰지 못했고, 공모전, 신춘문예, 잡지사 등 아무 곳에도 시를 내지 못했다. 또한 문학 관련 행사에 갔다가 시인을 마주치는 것이 두렵고 끔찍하여 집에서만 지냈다. 나는 이 권력구조 속에서의 폭력이 너무나도 끔찍하며, 앞으로 나와 비슷한 일을 겪는 습작생이 절대 없길 바라는 마음에 트윗을 쓴다.

덧붙이자면 더 끔찍한 일들을 더 많이 이야기할 수 있지만 매 순간들은 각자 본인이 좋을대로 해석되기 때문에 정확히 이야기할 수 있는 부분에 대해서만 말했다. 하지만 피해자가 폭력이라고 느낄 경우, 그건 가해자의 입장을 떠나 폭력의 범주라고 말해야한다.


https://twitter.com/felinopho/status/789261527832416257

나는 그 시인 이름 보는 것도 끔찍해서 온갖 시 봇들 전부 언팔하거나 블락했는데 그랬더니 내가 볼 수 있는 봇들은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