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희 집(셔터 닫혀진 집)앞은 항상 이렇습니다. 이 정도면 정말 준수한 편이고 추석 연휴같이 쓰레기 수거하시는 분들이 쉬는 날이 있으면 문 앞까지 쓰레기가 쌓여있죠. 치킨 쳐먹고 그 박스에 뼈와 소스그릇 담아서 내놓은 인간들, 음식물 쓰레기 검은 봉투에 넣어서 버리는 인간들...등등...별의 별 인간(이라고 부르기도 싫은) 들이 많이 삽니다.

 

쓰레기 버린다고 뭐라고 하면 다시 가지고 가는 사람들도 있긴 하지만 대부분 눈을 부릅뜨고 달라들어요. '여기가 니 땅이냐. 니가 뭔데 간섭이냐.' 라는 반응이죠. 동네 사람들과 싸우기 싫어 동사무소나 구청에도 수십 번 이야기 해봤지만 이사 와서부터 지금까지 달라진건 없네요. 십년 넘게 살면서 이제 쌈박질 하는게 지겹기도 하고 나이를 먹으니까 남성 호르몬이 줄어서인지....ㅠ.ㅠ...성격이 예전보다 부드러워져 이제 그냥 신경 안 쓰고 살고는 있어요...

 

그런데 한가지 문제는 고양이들이 음식물 쓰레기들을 물고 차 밑으로 들어가는거예요. 가지고 들어가면 꺼내기도 힘들고 특히 여름에는 썩어서 냄새가 무지하게 나거든요. 1층이 제 사업장이기도 하고 저 건물 전체를 저희 가족이 쓰니까 여러가지로 힘들더라구요. 그래서 고양이 밥을 주기 시작했어요.

 

어느정도 효과를 보고 있던 장마철 어느날 새끼 고양이 3마리가 저희 집 앞에 놓인 사료를 먹으러 쫄랑쫄랑 다가왔어요. 그 중 한마리는 앞 다리를 다쳤는지 걸을때마다 소리를 내더라구요. 자연의 법칙을 거스르면 안되는데 말이죠...(뭐 어짜피 사료를 준다는 행위가 자연의 법칙을 거스르는 거긴 하지만...) 다리 다친 한마리가 다른 고양이들에 비해 비쩍 마르고 불쌍해 보여서 사료를 조금씩 더 줬죠. 잡아서 치료를 해주고 싶은 마음도 있었지만 아무리 새끼라도 길고양이가 사람한테 잡히겠어요.

 

 

하여튼 한달정도 특별 관리를 받고 나니 부쩍 자라 다른 고양이들보다 더 커지고 다리도 이상하게 붙어 절뚝거리면서도 밥을 주면 남매들을 두들겨 패는 깡패로 성장했어요...그리고 항상 사업장 앞에 저렇게 앉아 있더라구요. 이쁘기도 하고 기특하기고 해서 사람들 보기 힘든 구석에 박스로 집을 만들어 주었어요. 그리고 보름 뒤...

 

 

드디어 손길을 허락했어요. 그 뒤에 고양이 키우시는 분들의 조언을 얻어 스치로폴 박스로 집을 만들어 줬고 나름 아늑했는지 밥 먹을때 외에는 안에서 자느라 얼굴 한번 보기 힘든 날이 계속 됐어요.

 

아마도 11월 하순이었을꺼예요. 갑자기 너무 추워진 날씨에 아무래도 집 앞에서 고양이 시체 치우는게 아닌가 싶어 집으로 데리고 올라왔어요. 꼬질꼬질한 몸을 씻긴 후 전기장판 깔아 거기 눕혀줬는데 갑자기 들리는 '고로롱 고로롱~'...전 그 때까지 고양이를 키워본 적이 없어 'ㅅㅂ...추운데 씻겨서 감기 걸렸나 보다.' 라고 생각했었죠. 그 때부터 인터넷 켜고 고양이를 키우려면 뭐가 필요한지 검색했으니까 정말 아무 생각 없이 데리고 온거예요...

 

 

그랬던 놈이 6.3kg의 돼지가 되었습니다. 벌써 6살이네요. 수의사가 아직까지는 우려할 상황은 아니지만 몸무게가 더 늘어나지 않게만 주의하라고 해서 요새는 나름 다이어트를 하고 있어요. 저기 구부러져 있는 오른쪽 앞다리가 부러졌다 이상하게 붙어버린 다리예요...ㅠ.ㅠ..

 

전 지금도 길고양이 두마리에게 몇 년째 밥을 주고 있어요. 제가 정한 원칙은 꼭 지키면서요.

 

1. 밥은 내 집 앞에만 준다.

내 집 앞에 주면 누가 시비를 걸더라도 '음식물 쓰레기 물고 가는 고양이 때문' 이라는 나름대로의 이유가 생겨요. 그리고 그건 사실이긴 하니까요.

 

2. 만나면 준다.

제가 밥을 주는 특정 고양이를 만났을 때만 주게 되면 밥을 먹으러 오는 고양이들이 늘어나지는 않더라구요. 어짜피 길고양이들이 번식해 봤자 새끼들은 그 해 넘기기가 힘든 경우가 많은데다 영역 동물이라 다른 고양이가 자기 구역을 침범하는걸 가만히 보고 있는 일은 거의 없어 개체수는 항상 유지돼요. 

 

3. 무조건 사과한다.

혹시라도 밥 주는것 때문에 사람들과 문제가 생기면 무조건 사과부터 합니다. '고양이가 음식물 쓰레기를 먹는걸 방지하기 위해 밥을 주는 행위' 도 어떻게 보면 제 편의를 위해서 하는 일이거든요. '죄송합니다.' 로 시작하면 왠만해서는 그 이상의 문제는 생기지 않더라구요.

 

이 정도만 해도 고양이 때문에 동네 분들과 얼굴 붉히는 일은 안 생기더군요. 뭐....그 분들 나름대로 불만이 있으실지는 잘 모르겠지만요. 이 동네에서는 인사성 밝고 항상 웃고 다닌다고 어르신들께 칭찬듣는 사람인데 고양이 때문에 뒤에서 욕 먹고 있는건 아니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