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 칼럼] 보수는 궤멸의 길로 가고 있나

  • 김대중 고문

입력 : 2017.06.20 03:17



보수 정당, 청문회 재미에 빠져 이 나라 어디로 가는지 못 보나

이대로 가면 보수 자멸 뻔한데 탄핵 배신 운운하며 내분까지
사드, 한·미 동맹 등 이슈에 보수층 대변하고
지도자 키워야

김대중 고문
김대중 고문
지난 대통령 선거 막바지에 민주당의 공동선대위원장인 이해찬씨는 "문재인 후보가 대통령이 되면 다음에는 안희정·이재명·박원순 같은 사람이 이어서 쭉 장기 집권해야 한다"며 그렇게 해서 "보수 세력을 완전히 궤멸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보수 진영으로서는 '싸가지 없는 소리'였겠지만 이제 문재인 정권이 들어선 지 40여일이 지난 이 시점에서 어쩌면 이해찬씨의 말은 그냥 흘려버릴 말이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지금 정치적으로 보수는 궤멸하고 있다. 문 정권이 이 대한민국을 어떻게 바꾸고, 어디로 끌고 갈 것인지 충분히 감지하고 있으면서도 보수 진영은 아무런 손도 못 쓰고 있다. 못 쓰는 정도가 아니라 아직도 친박이니 아니니, 탄핵이 어떻느니 하면서 원수처럼 으르렁대고 있다. 좌파가 궤멸시키지 않아도 스스로 궤멸의 길로 가고 있는 것이다.

명색이 보수 정당이라는 자유한국당과 바른정당은 갈수록 무기력해지고 있다. '박근혜'는 불행하지만 이제 과거다. 그것의 잘잘못을 가리는 문제도 역사의 영역이 돼버렸다. 그런데 아직도 탄핵 문제를 놓고 서로 '죽일 X, 살릴 X' 욕을 하면서 배신론의 함정에 빠져 있다. 박근혜 탄핵 몰이로 정권 교체에 성공한 좌파 세력으로서도 보수가 이렇게까지 스스로 자멸하리라고는 예상(?)하지 못했을 정도다. 보수층 국민이 보기에도 처량하고 속절없다.

보수 정당들은 문 대통령이 고른 몇몇 장관 인선을 놓고 인준을 해주느니 못해주느니 하면서 골탕(?)을 먹이는 재미에 빠져 있다. 그까짓 장관 몇 자리 인준 여부는 의미가 없다. 어차피 문 대통령은 마이웨이로 가고 있다. 문 대통령 측은 인준 절차가 필요없는 몇몇 주요 자리는 핵심 인사들로 채우고 별 의미가 없는 내각 몇 자리를 놓고 승강이를 벌이도록 해서 절차 민주주의를 따르는 모양새로 포장하고 있다는 생각은 들지 않는가? 박근혜 정부나 한국당·바른정당이 여당일 때도 협치는 없었고 탕평도 없었는데 왜 이제 와서 협치 타령인가? '내로남불'은 순서가 바뀌었을 뿐이다.

중요한 것은 그런 청문이나 인준 문제가 아니라 문 정권이 이 나라의 정체성에 어떤 변화를 가져올 것인가다. 구체적으로 말해 사드는 어떻게 할 것인가, 주한 미군은 계속 존치될 것인가, 한·미동맹은 유지되는 것인가, 북핵에는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비핵화인가 동결인가, 남북 관계는 어떻게 이끌 것인가, 중국·일본과의 관계는 어떻게 변화시킬 것인가, 대기업 문제와 불평등 문제는 어떻게 다뤄 나갈 것인가 등등 대한민국의 미래 즉 안보와 경제와 사회 구조에 닥쳐올 좌파적 변화에 대한 것들이다. 어제까지 이 나라를 이끌었던 집권 세력이라면 당연히 이런 '나라를 바꾸는' 변화의 조짐에 유의하고 대처하는 것이 이 땅에 태어나서 이 땅의 보람을 안고 자란 보수 정치인들의 의무이고 보답이다.

이들의 급선무는 일단 문 정권의 안보 문제 대처 방식에 대한 브레이크다. 그러기 위해서는 보수 정당끼리 당연히 합쳐서 숫자를 불리고 이를 무기로 국회 내에서 싸워야 한다. 합당이 여의치 않다면 정책적 합의라도 천명해야 한다. 양당의 지도부는 소아(小我)에 얽매이지 말고 대의를 보고 가야 한다. 문 정권을 불안한 눈으로 보고 있는 40%의 보수층을 살펴야 한다.

그러고는 지도자를 찾아야 한다. 길러야 한다. 내년 서울시장부터 싸워야 한다. 문재인씨와 그의 조직이 어떻게 집권층의 '비리'를 찾아내고 '촛불'을 조직했으며, 어떤 컨트롤 타워를 구성했는가를 살펴야 한다. 그들의 장점은 문재인 개인을 추종하는 반(半)종교적 접근이 아니라 좌파·진보 세력의 집권에 있었고 그들 나름 '적폐 청산'에 의의를 뒀다. 그것은 보수 정당이나 보수 진영이 박근혜 숭배 조직 일변도로 정치를 이끌었던 것과 너무나 대조적이었다. 그것이 바로 박(朴)이 망하면서 보수가 망한 원인이기도 했다. 이제 보수를 이끌 지도자는 그런 개인적 욕망의 화신이 아닌 보수적 이념을 체계화하고, 좌파의 정책을 하나씩 격파해 나가는 '머리 좋은' 지도자였으면 한다. 필요하다면 보수를 아우르고 보수를 동원할 수 있는 욕심 없는 원로들로 원탁회의를 만들어도 좋다.

좌파를 올드 레프트와 뉴 레프트로 구분하고 스스로 뉴 레프트임을 자처한 주대환 사회민주주의 공동대표는 최근 인터뷰에서 "우리나라 상위 10%의 기득권을 대변하는 정부가 어떻게 좌파가 될 수 있느냐"며 대기업 정규직(민노총), 공무원, 교사(전교조)처럼 "세계적 수준의 임금과 연금을 받는 상위 10% 기득권자를 지지 기반으로 하는 문 정부의 개혁은 조만간 바닥이 나고 국민의 기대는 실망으로 바뀔 것"이라고 했다. 지금의 보수가 그 나머지 공간을 메울 수 있을는지, 또 그것이 보수의 진정한 역할인지는 알 수 없지만 문재인 정부의 한계가 드러날 때 그 사이를 '개선된 보수'가 얼마나 파고들 수 있을 것인지에 보수의 권토중래는 달려 있다. 그것은 우선 보수 진영의 오월동주(吳越同舟)에서 시작된다.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7/06/19/2017061902747.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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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당 주목할만한 새인물 류여해" 라는 글이 오이갤에 슬쩍 올라왔습니다. 댓글을 보니 이 인물이 얼마나 꼴통인지에 대해서만 얘기하시더군요.

이제 그들은 새 인물을 띄우고 싶어합니다. 슬쩍 사이다 발언을 하는 자한당 의원이 나오기도 할 것입니다. 뭔가 지도부와 날을 세우는 것 같은 의원도 나올 것입니다. 어느 젊은 의원이 혜성같이 자한당과 바른당을 통합할 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모든 것은 그들의 계략입니다. 아무에게도 관심 줄 필요가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