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오늘은 친구와 약속이 있는 날이다

나는 예쁘게 화장을 하고 거울을 보았다

눈을 깜빡깜빡 거리는 아름다운 내 얼굴

나는 거울을 깨고 도망쳤다

 

 

2. 별로 무섭지 않을지도 모르겠는데 일단 써 볼께.

여자친구랑 동거 중인데, 좀 전에 컴퓨터를 켰는데 갑자기 화면에

「혼자 있으면 안 된다」

는 문장이 떴다가 슥 사라졌어.

뭐야 이거~ 싶어서, 우선 여친에게 말하려고 했는데

내가 말을 꺼내기 전에

저녁 밥 만들고 있었던 여친이

「어머, 마요네즈가 없네! 유스케, 잠깐 마요네즈 좀 사 올께.」

하고 나가 버렸다구.

솔직히

「혼자 있으면 안 된다」는게 무서워서 붙잡고 싶었지만,

이런 말해도 안 믿어 줄 것 같아서 못 잡고 결국 집에 나 혼자 남겨졌다구.

겁에 질려서 텔레비전 보고 있었는데, 실제로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어.

이래저래 30분 정도 지났지만 진짜 아무 일도 없어. 평화 그 자체야.

좀 전에 본 그 글은 역시 잘못 본 거였나? 이젠 무섭지도 않네.

시시한 글 써서 미안해 다들

 

 

3. 등산원들이 산으로 등산을 갔다

그중에선 장님이 한명있었다 장인인데도 산을 무척 좋아했던 사람이었다

그런데 예상치못한 폭설이 와서 모두 동굴로 들어가서 못나오고 있었다

하루가 지나자 한 등상원이 이렇게 말하였다

"우리 이대로 굶어 죽을 바에야 서로의 팔 한쪽을 잘라서 먹자"

장님은 자신의 팔 한쪽을 내주었고 보진 못했지만

일행원들 서로의 고통스런 비명소리를 들었다

그렇게 몇일이 지나고 구조원들이 등산원들을 찾았다

장님은 살았다는 안도감 때문에 기뻐했다

기뻐하는 장님의 귀에도

산행원들의 박수소리가 들려왔다.

4. 남자는 어느날 이사를 왔다.

그곳은 새로 지은 집이라 전선은 아직 연결하지 못했다.

아직 가족 빼고는 귀찮아서 이사왔다는 사실을 알리지 않았다.

밤이 되자 불은 들지도 않고 해서 아주 무서운데

갑자기 똑똑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남자는 "누구세요??"

하니까 밖에서 "얌마 나 몰라?"

"누구세요.........."

"대학 선배잖아 이 새끼야!!!!"

아......

남자는 안심하고 물을 열어드렸다.

선배랑 남자는 공포영화를 봤다.

선배는"야.... 불도 안들어오고 꽤 무서운데..."

"그러게요 ㅜㅜ"

"와 급한데 지금..... 야 화장실 같이 가자."

"싫어요....."

"알겠어 후배놈아. 후배라서 참아준다."



남자는 계속 공포영화를 시청했다.

갑자기 그의 머릿속에선 여러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그는 당장 문을 벅차고 사람이 많은 시내로 도망갔다.

 

5. 10년 쯤 전 이야기.

미술 교사였던 언니가 아틀리에용으로

방 두 개에 부엌과 식당이 딸린 고물 아파트를 빌렸다.

거기 살진 않고, 그저 그림을 그리기 위해 빌린 아파트.

모처럼 빌렸는데 비워두면 아까워!

...라고 생각한 나는 언니에게 간절히 부탁해 거기서 자취를 시작했다.

자취생활 첫 날.

두근두근하며 아틀리에로 귀가.

언니가 잊지 말고 문단속 하라고 했으니까

집에 가자마자 현관문을 잠그고 체인을 걸었다.

저녁밥을 만들어 먹고 책도 읽으며 즐겁게 혼자만의 시간을 보냈다.

자기 전에 한 번 더 현관문을 확인하고, 가스밸브도 잘 잠근 후 잠이 들었다.

잠시 후, 아마 밤 11시 쯤이였던 것 같다. 현관문이 철컥 열렸다.

언니가 들어온 것 같았다.

잠이 덜 깨서 인사도 못 건네고 그저

이런 밤 중에 무슨 일이지... 하고 생각하는데

언니는 내가 자고 있던 방 옆방에 들어갔다.

옆방은 물감이나 캔버스같은 그림 도구들이 있는 방.

이렇게 늦은 밤에도 그림을 그리다니 언니도 참 열심이구나

...하고 생각하다 어느새 잠들었다.

아침에 일어나자 언니는 어딜 나갔는지 아틀리에에 없었다.

언니의 그림에 대한 정열은 존경스럽다고 생각하면서

나갈 준비를 하고 현관을 나섰다.



그 후로, 나는 절대로 그 아틀리에에 발을 들이지 않았다

 

 

6. 어떤 무인도에 여자 6명, 남자 1명이 표류했다.

처음에는 다 함께 힘을 합쳐 무인도 탈출을 시도했지만, 젊은 여자들이 밤이면 밤마다 남자를 그리워하게 되었다.

1일 교대로 관계를 가졌기 때문에 남자의 휴일은 일요일 뿐. 점점 얼굴에는 피곤한 기색이 짙어졌다.

그리고 어느 날, 섬에 또 한 사람의 남자가 떠내려 왔다.

원래 있던 남자는 「이제야 휴일이 늘겠군!」이라고 생각해 매우 기뻐했지만, 남자의 휴일은 아예 사라졌다.

7. 과자를 주지 않으면 장난칠 거야~ 라며 언제나 나에게 말을 거는 이웃집 아이가 있다.

하지만 내가 과자를 주든 안 주든간에 그 아이의 장난은 멈추지 않는다.

그래서 나는 절대로 과자를 주지 말아야지, 하고 다짐했지만 오늘 무심코 또 주어 버렸다.



다음 날, 그 남자아이는 아몬드 향 나는 과자가 상당히 마음에 들었던 것인지 조용했다.

8. '아직이야?'

나는 아내를 향해 불만을 내뱉었다.

여자들은 왜 이리 준비가 오래 걸리는 걸까?

'이제 곧 끝나. 서두르지 마. 미사코야, 왜 이렇게 요란이니!'

아내가 말하는 것처럼 확실히 난 성격이 급하다.

기다리다 지쳐 난 담배를 꺼내 붙을 붙였다.

어느새 딸이 조용해졌다.

'아버님, 어머님이 갑자기 놀라시지 않으실까?'

'손녀를 보시자마자, 싱글벙글 하실 거야.'

아내가 내 목 주위를 가지런하게 해 주었다.

목이 약간 조이는 것 같아.

'뭐야, 갑자기.'

'왜~ 부부잖아'

아내는 시선을 내리며, 수줍어하고 있는 것 같다.

'그래, 나도 당신 사랑해.'

이렇게 이야기한 건 정말 몇 년 만일까.

조금 부끄러웠지만, 기분은 나쁘지 않다.

나는 아내의 손을 잡고 말했다.

'그러면 이제 갈까?'

'응 여보.'

 

 

9. 내 방에 혼자 있는데, 이상하게 시선이 느껴진다

가족들이 있는 거실이나, 바깥에선 그런 생각이 들지 않는데

방의 책상에 앉아 있으면 반드시 누군가 보고 있단 생각이 든다

분명 누군가 보고 있단 생각에 책상앞 창문 커텐을 열고 바깥을 내다 보았다.

순간, 내 등뒤로 사람 그림자가 비쳐서 깜짝 놀랐다.

헌데 잘보니 창문 맞은 편에 있는 큰 거울에 내 모습이 비쳐 보이고 있을 뿐이었다

그렇구나! 평소 느껴지던 시선의 정체는 이거였구나

나는 안심하고 다시 책상 앞에 앉았다

10. 결혼한지 이제 2년째.

평일에는 회사에 나가 일을 하고 주말에는 쉽니다.

빨래나 청소 같은 건 언제나 미뤄뒀다가 토, 일요일이 되면 한꺼번에 해왔지만

오늘은 어쩐지 마음이 내키질 않아서 그냥 멍하게 있다가 잠깐 낮잠을 잤습니다.

남편도 일어나지 않고 있어서 그다지 신경 안쓰고 느긋하게 기다리면서 시간을 보내고 있었습니다.

점심때쯤일까 인터폰이 울려서 모니터를 들여다보니

30대~ 40대 정도로 보이는 낯선 여성이 서있었습니다

뭔가 돈을 받으러 온 걸까요? 아니면 남편을 만나러?

남편이 일어나질 않아서 확인할 수도 없는데다가

나도 잠옷바람으로 단정치못한 모습이라서

응답하지 않고 조용하게 사람이 없는 척 하고 있으니 또각또각 계단을 내려가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그런데 3분 뒤 다시 인터폰이 울렸습니다.

같은 여성이었습니다.

왠지 기분이 나빠져서 역시 응답하지 않고 있으니 그 여성은 다시 돌아갔습니다.

저녁이 되어 찬거리를 사러 나가기 위해 현관문을 열고 열쇠로 잠그려는데

투명한 셀로판지로 감싼 꽃 한송이가 편지함에 들어가 있었습니다.

약간 시들어버린 국화꽃이었습니다.

서서히 이 일의 중대함을 깨닫고 무서워졌습니다.

어째서? 어떻게!

혼란스러운 머리속으로 낮에 찾아왔던 그 여성이 떠올랐습니다.

밖으로 한걸음도 나가지 못하는 지금, 저는 혼자서 두려움에 떨며 움직이지 못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