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난 사이오닉 전사이자 자객인 제라툴은 약 천 년 전 고향 행성 아이어에서 추방된 암흑 기사단의 일원이다.


암흑 기사단은 프로토스의 정신적 연결 고리인 칼라에 융합하기를 거부하고 개인으로서의 정체성을 지켜나갈 것을 선택한 프로토스들이었다. 정무관이라는 직위를 가진 제라툴은 저그의 위협이 처음 임박했을 때 종족의 생존을 위해 부단한 노력을 기울인 것으로 잘 알려졌다.


지식에 대해 말하는 것이오, 심판관? 경험에 대해 말하는 것이오? 나는 어둠을 가로지르며 머나먼 항성을 여행했소. 나는 음항성의 탄생을 지켜 보았고 모든 실재의 무질서를 목격했소...



차 행성에서 만난 집행관 태사다르의 편견을 극복하고 아이어 프로토스와 암흑 기사단 사이의 장벽을 허물기 시작한 것도 제라툴이었다. 불사의 존재로 여겨졌던 저그 정신체를 처음으로 처치한 자도 제라툴이었다. 태사다르와 함께 아이어로 돌아가 둘로 나뉜 프로토스 종족을 다시 결합시키고 대의회의 강압적인 통치를 종식시킨 일련의 사건을 일으킨 장본인 역시 제라툴이었다.


저그 초월체가 아이어를 침공했을 때 제라툴은 태사다르와 힘을 합쳐 초월체에 맞섰고 저그가 아이어를 장악해 나가자 프로토스를 탈출시켰다. 저그 군단이 프로토스 피난민들을 쫓아 암흑 기사단의 행성 샤쿠라스까지 몰려오자 제라툴은 칼리스와 우라즈 수정을 복구하는 데 힘썼다. 그 두 개의 수정으로 프로토스는 샤쿠라스의 젤나가 사원을 작동시켜 침략자들을 물리칠 수 있었다. 그 일이 있은 후 샤쿠라스를 "더럽힌" 댓가로 아이어 프로토스를 괴멸시켜 버리겠다고 암흑 집정관 울레자즈가 위협했을 때, 제라툴은 울레자즈에 반대했고 그의 계획을 무마시켰다.







하지만 제라툴은 많은 짐을 안고 있다. 정신체인 자스를 처치했을 때 제라툴은 일시적으로 초월체와 연결되었다. 그 덕에 초월체의 알려지지 않았던 의지나 계획을 상당히 알게 되었지만 초월체 역시 아이어의 위치를 알아냈고, 그것은 곧 아이어에 불어닥친 재앙의 씨앗이 되었다. 또한 제라툴은 칼날 여왕이 초월체가 죽은 후 저그 군단을 장악하기 위해 남아있는 정신체를 처치할 때 이용당하고 배반 당한 쓰라린 기억이 있다.


칼날 여왕은 프로토스의 정신적 지주인 여족장 라자갈을 자신의 의지대로 조종하면서 음모를 꾸미고 있었다. 제라툴은 나중에 라자갈을 구출하는 데 성공했지만 그녀는 이미 손을 쓸 수 없을 정도로 타락해 있었다. 슬픔에 찬 제라툴은 칼날 여왕의 노리개가 되어 버린 여족장의 목숨을 자기 손으로 끊어버렸다. 죽은 후에야 영혼이 풀려난 라자갈은 제라툴에게 감사하며 그를 암흑 기사단의 지도자로 임명했다. 제라툴은 끔찍한 경험으로 영혼에 상처를 입은 자신은 그 명예로운 직책에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잘도 나불대는구나, 저그의 첩이여. 우리가 비록 어둠 속에서 너희를 공격하지만, 빛으로 나아갈 용기가 없어서라곤 생각하진 마라.



제라툴은 우선 당면한 문제에 집중했다. 그것은 칼날 여왕의 배신 이후 생존해 있는 프로토스들과 연락하는 것이었다. 외딴 위성에서 흘러나오는 희미한 신호를 추적해 나가면서 제라툴은 자신의 동료를 찾아 샤쿠라스로 돌아와 함께 미래의 계획을 세우고자 했다. 하지만 제라툴이 발견한 것은 동료 프로토스가 아닌, 과거 칼날 여왕의 하수인이었던 사미르 듀란이었다. 그는 프로토스와 저그를 합친 변종 생명체를 육성하고 있었다.


제라툴이 시설을 파괴해버리긴 했지만 듀란은 다른 곳에 더 많은 시설이 있다고 주장했다. 듀란은 또한 수천 년 전의 존재를 알고 있으며 자신이 섬겼던 것은 칼날 여왕이 아니라 그보다 "더 위대한 힘"이라고 말했다. 자신이 목격한 광경에 크게 당황한 제라툴은 소수의 동료와 함께 스스로 유랑의 길에 들어섰다. 그는 듀란의 진정한 정체가 무엇이었는지, 앞으로 어떤 어두운 미래가 펼쳐질 것인지 고민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