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극히 개인적인 후기입니다.)

니세코이 애니메이션을 본건 2014년이지만,
이후에 코믹스판을 완결까지 기다리다가 완결난지 1년이나 지나서 다 봤습니다.

니세코이라는 작품은 하렘과 러브코미디의 클리셰가 떡칠이 되긴 했지만, 이쁜 그림체와 캐릭터의 개성. 그리고 작가의 뛰어난 개그센스로 인해 진부하면서도 재밌는 작품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보다보면 작가가 러브히나의 영향을 많이 받은건가 생각될 정도로 스토리 전개나 연출, 개그감이 비슷한 부분이 많아요.
러브히나를 굉장히 재밌게 봐서 그런지 니세코이도 굉장히 재밌게 봤습니다.

뭐 전개가 질질 끌린다던가..  왕창 벌려놓고 수습을 제대로 못한다거나 캐릭터간 갈등요소가 평면적이라거나 하는 단점들은 뭐..  괜찮았습니다.  그 정도는 괜찮았어요..

다만..!!

정말 용납이 안돼는건 바로 타치바나의 광탈과 강제 치토게 루트.

물론 작품 타이틀이 치토게를 뜻하는 '니세코이' 이고,
치토게가 메인 히로인으로 등장을 했기 때문에 작가가 처음부터 결말을 생각하고 있었을지 몰라요.

하지만 오노데라를 의도하고 밀어준건지, 초중반부 부터 라쿠와 오노데라 사이의 감정 묘사는 최고조였고, 로맨스 장르에서 이런 감정 묘사는 몰입감과 공감요소로 작용되죠. 오노데라 팬도 엄청 생겼었구요.

하지만 라쿠가 치토게를 대하는 감정에 대한 묘사는 굉장히 미비했죠. 라쿠와 오노데라 둘 사이에 연애감정이 너무 크게 묘사된 탓에, 라쿠는 치토게를 친구 정도로만 생각되게 그려졌습니다. 코믹스 100화가 넘도록요. 작가의 역량 부족인지 오노데라 라는 캐릭터의 존재 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전 엔딩 바로 직전까지도 라쿠가 치토게를 좋아(사랑)한다는 감정이 전혀 와닿지가 않았어요. 전혀 주인공의 감정선에 공감이 되지 않았습니다.

생각보다 서브 히로인이였던 오노데라와의 감정 묘사가 커짐 > 뒤늦게 치토게가 조금씩 좋아졌다는 묘사를 했지만 공감이 되지 않음 > 작가 본인도 생각치못한 오노데라의 인기 때문에 혼란 > 하지만 그래도 처음 생각했던 결말이 치토게니까 치토게로 가자. 하고 억지로 노선을 틀어버린 느낌이 너무 강했습니다.

라쿠가 치토게를 좋아하게 됐다는 감정묘사는 고작 작품 내 50화 정도 분량에다가 큰 에피소드가 있던것도 아니였고, 그냥 '어 같이 놀다보니까 편하네? 이게 바로 사랑!?' 하고 지혼자 깨닳아버리는 황당한 묘사와, 조연 캐릭터들이 '그래서 키리사키 좋아해?' 라는 질문에 '그.. 그런가?' 하고 보여준 내적갈등씬 몇번. 고작 이게 전부에요. 이걸로 독자가 공감이 될 턱이 없죠.

반면 1화부터 229화까지 중딩부터 졸업까지 수년간 서로를 좋아한걸로 묘사됐고, 약속의 여자아이였던 오노데라는 한순간에. 단 1화만에 치토게에게 라쿠를 뺏기게 되죠. 게다가 그걸 너무 쉽게 납득해버립니다;;;

동시에 두명의 사람을 좋아하는거? 저도 그랬던 경험이 있어서 공감됩니다. 하지만 진짜 오래 사랑을 해봤던 분들이라면 결말의 오노데라의 감정은 이해가 되지 않을거라 생각해요. 수년간 사랑한 사람이 자신의 친구를 좋아하게 되서 사랑을 이루지 못했을때의 그 상실감. 제가 오노데라였으면 수개월~년 단위로 폐인이 되었을거에요. 진짜 죽고싶을텐데 갑자기 사랑에 해탈한 사람마냥 납득하고 포기하는 오노데라의  모습. 고작 10컷 나오나요..? 사랑의 실패로 인한 상실감은 정말 누구보다도 클 텐데..

치토게와의 결말이 마음에 드는 분들도 분명 계실거라 생각되고, 제가 타치바나 오노데라파여서 이렇게 열 올리고 글을 쓰는 부분도 있긴 하지만..

다 보고 난 뒤에는 찝찝함만 남았어요.
오노데라가 불쌍합니다. 그냥 오노데라가 불쌍하다는 생각뿐이네요.

오노데라가 불쌍해요..

너무 화가 나는 결말이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