굉장했습니다. 

 아니, 애니메이션을 그렇게 많이 본 건 아니지만 지금껏 애니메이션을 볼 때 편견이 하나 있었습니다. 애니메이션은 화수가 길 수록 등장인물 관계의 밀도가 높아져서 인물들 각자가 살아나고 저는 그런걸 좋아해요. 그런데 이렇게 짧은 화수에 이렇게 밀도가 높은 작품은 처음봤어요. 제 편견을 부쉈어요. 정말, 정말로 농밀했어요.

 

 그건 아마도 만화의 컷처럼 화면을 분할해 연출하는 방식이 큰 역할을 했던 것 같아요. 하나 하나 보여줬으면 부족했을 시간을 쪼개고 쪼개서 한 화면에 우겨넣은 이 연출은 등장인물들 간의 관계를 탁구처럼 깔끔하지만 다양하게 밀도를 높여주면서 시간을 잊어먹고 작품을 보게 만들었던 것 같아요. 

 찰지게 공튀는 소리가 이런 화면 분할과 어울리는 건 덤이고요. 

 마치 만화의 컷과 컷 사이를 상상해보는 재미를 애니메이션에서도 느껴서 신선했습니다. 그리고 비행기나 새, 히어로와 같은 우리가 충분히 알 수 있는 상징들을 각 캐릭터와 꾸준히 연결시켜나가면서 만들어낸 의미 덩어리들은 여기서 큰 활약을 했고요. 

 


 그거만 있었으면 차라리 만화를 보지 애니를 봤을까 싶었겠지만 이 작품은 유연하게 컷 분할을 통한 정적인 장면과 동세 표현을 통한 동적인 장면을 오고가면서 눈을 뗄 수 없게 만들었습니다. 움직임이 정말 부드러웠어요. 아니, 와. 진짜로. 이게 또 작품 특유의 우글거리고 거친 작화를 만나니 기가막히더군요. 


 재능과 열정에 관해 이야기하는 작품의 메세지도 그렇고
 등장인물들의 살아있는 대사들도 그렇고
 동적인 면과 정적인 면을 유연하게 오고가는 연출도 그렇고
 
 어떻게 이런 것들이 서로 합이라도 맞춘듯 아귀가 딱 들어맞아서
 11화라는 짧은 분량에 안맞게 밀도가 굉장히 높을수가 있죠? 

 굉장해요. 

 멋져요.  


 충격에 벙쪄서 이것저것 젃어봤어요.

 대단한 작품이었어요. 정말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