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서대로 보시는 걸 추천드립니다

아래는 화 별 링크입니다






















거검이 박히면서 피워낸 먼지가 잦아들었다.

애나는 넬의 품에 안겨 있었고,

넬은 얼굴 반쪽이 피로 물들어 있었다.


「꺄아아아악!!」


애나가 넬을 부여잡고 비명을 질렀다.


「언니, 넬 언니!!」


넬이 입가에 웃음을 지으며 애나를 내려다 보며 말했다.


「애나, 괜찮아?」

「전 괜찮아요. 그보다, 언니가...」

「이 정도 아픔은 익숙해. 어서 피하자」


둘은 오크의 거검의 사정거리에서 조심스럽게 물러났지만,

이미 진한 피 냄새를 맡은 오크들의 수중에서 벗어날 방법은 없다는 걸 직감으로 알 수 있었다.

두 사람은 주위를 둘러봤지만, 이미 오크들에게 포위된 상태였다.

처음 거검을 내리친 오크가 그들의 수장인 듯, 다른 오크들은 그저 지켜보고만 있는 것 같기도 했지만

그렇다고 포위망을 순순히 뚫려 줄 것 같지도 않았다.

수장으로 보이는 오크가 다시 거검을 들어올렸다.

애나는 이미 저항할 생각조차 들지도 않았지만, 넬 언니만은 지켜주고 싶었다.

천천히 넬의 앞으로 애나가 걸어 나왔다. 그리고 눈을 감고,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Interlude #3


참 짧았던 인생이었죠

마지막 만은

그대를 지키게 해 주세요


참 허무한 인생이었죠

그래도 저는

그대와 함께라서 좋았답니다


사실은 그대와

더 웃고, 더 울고, 더 사랑하며


그렇게 살고 싶어요

살고 싶어요...



- Annabel trois Einsward, 「삶」

제논력 107년, 사수자리의 1월 1일






파삭.

이젠 익숙한, 머리카락이 갈라지는 듯 한 소리를 들으며 애나가 노래를 마쳤고,

수장 오크는 처음 보는 행동에 당황했는지, 이상한 소리를 냈다.


「꾸워?」


그와 동시에, 애나의 눈 앞에서 빛이 번득였다.

서걱. 쿵.

거검을 든 수장 오크의 오른팔이 나뒹굴고 있었다.

애나의 눈 앞에는 언제 나타났는지 모를 검은 코트의 사람이, 기다랗게 하나로 땋은 검은 머리를 휘날리며 서 있었다.


「쿠어어어어!!」


오크가 아픔에 신음하는 사이, 검은 코트의 사람이 애나에게 고개를 돌리지도 않고 인사했다.


「여어, 안녕? 찾고 있었어」


시원시원한 중저음이지만, 여성의 목소리였다.

그것보다, 찾고 있었다니...뭐지?

여성의 목소리가 이어졌다.


「일단 금방 끝낼 테니, 나머진 이따 이야기하자고」


여성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마치 검은 선풍(旋風)이 휘몰아치는 듯이 여성의 공격이 오크 집단을 휘몰아쳤다.

막고, 찌르고, 쳐내고, 벤다.

두 자루 검은 단도로 이루어지는 이 일련의 동작이 여성의 너울대는 검은 코트 자락과 합쳐져

마치 춤을 추는 한 마리 검은 나비 같았다.

그렇게, 춤사위를 구경하는 듯, 애나는 여성을 멍하니 바라보고 있을 수 밖에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