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이에 관한 진지한 논의가 여태껏 이뤄지고 있어서 매우 기쁩니다.

별로 어려운 이야기는 아닌데 '게이드립을 칠 때 맥락 있게 좀 쳐줬으면 한다'는 겁니다. 
첫 덧글에서도 얘기했지만 '나한테 게이드립을 치지 말라'가 아니라 '뭐 그려 올리기만 하면 게이랑 무관해도 시도때도 없이 게이드립치는 건 좀 지양했으면 좋겠습니다.'라는 부탁입니다. 
제가 이런 이야기를 하는 건 처음이지요?

근래에 뭘 그려 올리기만 하면 올린 작품에 대한 제대로 된 반응보다 '고추 달렸을 듯', '왜 남자가 아니지' 등의 게이드립이 많이 달렸는데요. 
저도 게이 드립 치는 거 좋아하고 딱히 싫어하는 건 아닙니다. 
아리 헤링턴이나 오리ang나 같은 것도 올렸었고. 게이 코드는 앞으로도 올리게 되면 올릴겁니다.

애초에 인벤에 만화 그려 올리면서 시작부터 팬티맨으로 불렸는데 새삼 게이라고 불린대서 기분 나쁠 것도 없지요. 
팬티맨이라는 별명이랑 게이라는 별명 중에 뭐가 더 기분 나쁘냐고 하면 저는 잘 모르겠습니다. 
어려운 질문이네요.

그런데 저는 게이물'만' 올리는 게 아닙니다.
WTF같은 다양한 변태가 나오는 만화도 꾸준히 올리고 있고, 
어느 소환사 이야기나 발로란의 위협같은 나름 진지한 이야기도 올리고 있고, 
여자 벗은 것도 올리고, 
남자 벗은 것도 올리고, 
누누의 기묘한 모험이나 이즈리얼이 근접챔프인 만화같은 단편짜리 개그만화도 올리고, 
그냥 낙서도 올리고 그럽니다.

그런데 이런 다양한 시도들이 게이드립같은 편중된 이미지 상에서 재단되고 제한되어 제대로 감상되지 못한다면, 창작하는 입장에서는 의욕을 많이 잃게 됩니다.

한 장짜리 그림이나, 단편만화같은 경우는 게이드립이 달리는 것도 어느 정도 이해합니다. 
그동안의 활동을 바탕으로 판단하는 건 당연한 일이지요. 
덧글로 팬티 드립도 치고 게이 드립도 치고 하면서 낄낄대는 것도 일종의 반응이고 커뮤니케이션입니다. 
좋은 일이지요. 
그래서 그동안은 별 말 안해왔구요.

그런데 WTF은 게이짤 올리기 한참 전부터 제가 인벤 시작할 때부터 올리던 만화입니다. 
그리고 이 만화를 '팬티변태 만화'라고 부를 수는 있겠지만 '게이 만화'라고는 부를 수 없을 겁니다. 
'그동안의 내용을 바탕으로' 판단한다면 절대로요.
이 시점에서 WTF에 게이 드립이 달린다는 건 '내가 시간 들여 그려 올린 만화를 사람들이 제대로 봐주지 않는구나'하는 실망감이 들었습니다.
기껏 구상하고 그리고 채색해서 올렸더니 내용 얘기는 없고 돌아오는 건 내용이랑 별 관련도 없는 게이 드립 뿐. 심지어 재미도 없는.

제가 연재식으로 올리는 WTF이나 발로란의 위협은 게이물이 아닙니다. 
게이물이었던 적도 없구요. 
WTF에 게이가 한 명 나오긴 합니다만.

계속 게이드립을 친다는 건, 
게이물이 호응받는다는 증거이고, 
독자들이 게이물을 선호한다고 해석할 수도 있습니다.
그렇다면 저는 별로 반응도 없고 호응도 없는 WTF이나 발로란의 위협, 혹은 본 게시물의 다이애나 스킨같은 비게이물은 관두고, 게이짤만 주구장창 올리는 게 바람직한 일일까요?

저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귀찮은 게이들을 위한 한 줄 요약 : 게이드립도 앞뒤 봐가면서


PS. 가능한 분란을 피하기 위해 입장을 안 적으려고 했습니다만, 그럼에도 이해하려고 노력해주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