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 수준의 선수들이 펼치는 치열한 승부가 끝나면 언제까지나 잊혀지지 않는 장면들이 남는 법입니다.

지난 월드 챔피언십의 역사를 돌아보며, 모든 팬들의 마음속에 남았던 순간들을 돌아보고 
어떤 점이 특별했는지 이야기해보는 시간을 갖도록 하겠습니다.



첫 번째 장면 - Maknoon의 나진 소드, 조별 예선을 돌파하다

“두 다이브(Do Dive)!”

2012년에 혜성처럼 나타난 스타들이 여럿 있었지만, Maknoon만큼 돋보였던 존재는 없었습니다. 
언제나 팀 위주의 게임인 리그 오브 레전드에서, Maknoon은 돌발적이고 카리스마 넘치는 성격으로 
눈에 띄었습니다. 자신이 최고라고 믿고, 사람들한테 그렇게 말하는 것뿐만 아니라 소환사의 협곡에서 
그걸 직접 증명하는 것을 즐기는 선수였죠.



Maknoon과 나진 소드는 당시 대회에서 가장 압도적인 승리를 몇 번 기록하며 조별 예선을 통과했습니다. 
예를 들면, 결국 준결승까지 진출했던 CLG.EU를 팀 골드 차이 2만까지 따돌리며 쓰러뜨렸죠. 
그때 Maknoon 선수는 Wickd 선수보다 두 배의 CS(미니언 처치 수)를 기록했습니다.

“두 다이브”는 Maknoon과 나진 소드의 상징이 되었습니다. 무리하다 싶을 만큼 공격적이었고, 
시즌 2 당시 다른 팀들이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갈피를 잡지 못할 만큼 위험부담이 큰 플레이를 즐겨했죠.

후에 나진 소드는 한국에서 최강팀의 반열에 올라,롤챔스 우승까지 차지하게 됩니다. 하지만 시즌 2 월드 
챔피언십 초반에 보여줬던 인상적인 활약은 바로 다음에 살펴볼 이변에 묻혀 씁쓸하게 중단되고 말았습니다.



두 번째 장면 - Taipei Assassins, 월드 챔피언십을 제패하다

시즌 2 월드 챔피언십을 오랜 숙적 CLG.EU와 Moscow 5 사이의 라이벌전으로 기억하는 팬도 있고, 
나진 소드, 아주브 블레이즈, 아주부 프로스트 같은 한국 팀들의 비상이 시작된 대회로 기억하는 팬도 
있습니다. 하지만 태평양을 건너온 Taipei Assassins(TPA)가 일으킬 무시무시한 폭풍을 예상한 사람은 
거의 없었죠.



하지만 GPL을 챙겨본 팬들에겐 TPA의 승리는 거의 당연한 것이었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렇게까지 
놀라운 일은 아니었다는 생각도 듭니다. 운영 전략에 있어 TPA는 당시의 다른 팀들에 비해 거의 1년 
앞서 있었습니다. 맵 장악과 미니언 웨이브 조정을 가장 먼저 마스터한 팀이었죠. Stanley의 스플릿 푸쉬는 막을 수가 없었습니다. Lil Ballz와 MiSTakE의 로밍과 카운터 정글링엔 상대가 대처조차 하지 못했죠. 
Toyz는 라인전 주도권을 내주지 않았습니다. 또한, 지금까지 대만 팀들의 강점으로 꼽히는 강력한 한타도 
빼놓을 수 없죠. MiSTakE의 환상적인 오더에 따라 TPA는 조직적이고 깔끔한 전투를 선보였습니다. 
어떻게 하면 이길 수 있는지, 모든 순간 어떻게 하면 이득을 챙길 수 있는지 아는 팀이었죠. 

Taipei Assassins는 모두의 예상을 뒤엎고 나진 소드, Moscow 5, 그리고 결승에서 Azubu Frost를 
격침시키며 시즌 2 월드 챔피언십의 왕좌를 차지합니다. 믿을 수 없는, 기적 같은 순간이었죠.



세 번째 장면 - OMG 대 SKT, Faker 대 Cool

시즌 3 월드 챔피언십에서, SK Telecom T1 K는 두 게임밖에 내주지 않았습니다. 
상대는 준결승에서 만난 나진 블랙 소드와 조별 예선에서 대결한 OMG였죠.



2013년엔 미드 암살자 메타가 절정에 다다른 시기였습니다. Faker 선수와 Cool 선수의 대결만큼 이를 
잘 보여주는 사례는 없었죠. 대회가 시작하기 전 Cool은 LPL 서머 스플릿의 MVP로 뽑혔고, Faker는 
한국 롤챔스 서머 MVP를 차지했죠. Faker가 더 우세하다는 인식이 많았지만, 팬들 뿐만 아니라 
e스포츠 관계자 중에도 Cool을 응원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경기 결과를 보면 Faker 선수가 드물게 벌어진 Cool 선수와의 1:1 대결에선 우위를 차지했지만, 팀 간의 
승부는 반반으로 갈렸죠. 첫 경기는 OMG가 가져갔지만, 두 번째엔 상대의 미세한 실수를 놓치지 않고 
역대 최고의 쾌속 압박을 펼친 SKT가 승리했습니다.



시즌 3 당시의 SKT T1 K는 많은 e스포츠 분석가들에게 역대 최고의 팀으로 뽑힙니다. 하지만 상대였던 OMG도 생각해보면 열 손가락 안에 꼽힐 만한 좋은 팀이었죠. 이 두 팀의 경기를 지금 다시 보면, 
기대감이 상당히 높았지만 그 이상을 충족시켜준 명경기라고 할 만합니다.

다음 주에도 예전 월드 챔피언십의 명장면들과 함께 돌아오겠습니다. 
역사적인 명승부를 돌아보며 월드 챔피언십을 더 재미있게 즐겨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