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좋아하거나 정말 싫어하거나. 하지만 정말 좋아한다면 정상은 아닙니다. 티모는 말 그대로 악마죠.

프로듀서 제프 쥬 (Jeff Jew), 시니어 게임 디자이너 콜트 할럼 (Colt Hallam), CEO 브랜든 벡 
(Brandon Beck)이 리그 오브 레전드에서 가장 끔찍한 괴물의 탄생 비화를 공개합니다.

탄생의 비밀


Q. 도대체 어쩌다 이런 끔찍한 챔피언을 만들게 되신 건가요?

브랜든 벡: 상당히 초기부터 티모에 대한 구상을 해 왔습니다. 당시는 무법천지나 다름없었는데요. 
넘쳐나는 아이디어를 정리해서 리그 오브 레전드의 세계관을 다듬고 있던 때입니다. 티모가 나오면서 
요들이라는 종족도 생긴 거고요. 그러면서 아무무나 다른 챔피언들도 요들로 설정되었죠. 
다 티모 덕분이라고 보셔도 되겠습니다.

제프 쥬: 다양한 캐릭터가 필요하다고 생각했죠. 정말 악독한 캐릭터부터 귀엽고 깜찍한 캐릭터까지요. 
개인적으로 파이널 판타지의 모그리와 스타워즈의 이워크 같은 캐릭터들을 좋아합니다. 그래서 그런 
작지만 용맹한 챔피언에 비주류적인 느낌, 사람들에게 어떤 영감을 줄 수 있는 느낌을 살려 보고 싶었죠. 
티모와 아무무 이후에도 코르키나 트리스타나처럼 깜찍하지만 용맹한 챔피언들을 기획했고, 그렇게 
리그에는 유쾌하면서도 과감한 캐릭터라는 새로운 유형의 챔피언들이 등장하게 되었습니다.

"귀엽기만 한데?!"


Q. 티모는 어쩌면 이렇게 (징그러울 정도로) 사랑스러운 건가요?

제프 쥬: 전 티모의 디자인이 정말 마음에 들어요. 유행을 타지 않는 스타일이고, 발랄한 느낌으로는 
따라올 챔피언이 없죠. 많은 플레이어 분들이 제일 좋아하는 챔피언으로 꼽는 데는 다 이유가 있지 않을까요.
재미있는 건 그런 겉모습과 실제 게임플레이 속성은 정반대라는 거예요. 게임에서 어떤 짓을 하는지 
실제로 보기 전까지는 그저 귀여운 꼬맹이로밖에는 안 보이죠.

콜트 할럼: 디자인만 봤을 때는 스카우트 단원이 딱이다 싶어서 게임에서 정찰대 역할로 낙점했습니다. 
실제로 보이스카우트 활동을 하는 친구가 있어서 아이디어를 많이 얻었죠.

제프 쥬: 비슷하게 작고 귀여운 챔피언을 두어 개 더 만들면서 서로 친구로 설정한 김에 아예 
같은 종족이면 좋지 않을까 하고 생각했습니다. 바로 종족의 기본 설정을 세우기 시작했지만 
(거짓말을 할 수 없다, 모자를 좋아한다 등) 이름은 못 붙인 상태였죠. 
그런데 어느날 프로덕트 매니저 폴 벨레자가 저한테 오더니 좋은 아이디어가 떠올랐다며 
호들갑을 떨더라고요. 그 전날 꿈을 꿨는데 스타워즈의 요다랑 야들이 나왔다면서 깨자마자 
"요들!"하고 소리를 질렀다고 했죠.

티모의 무기에 대해서


Q. 티모는 어쩌다 이렇게 "트롤"스러운 챔피언이 되었나요?

브랜든 벡: 스카우트 단원처럼 생긴 꼬맹이가 다트 총을 든 걸 처음 봤을 때 게임에서 뭔가 
트롤스러운 짓을 하기 좋겠다고 생각했었는데 결국 이렇게 짜증나는 챔피언이 됐네요.

제프 쥬: 잽싼 챔피언이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죠. 가렌이나 카타리나 같은 챔피언만 있는 세상에서 
이런 꼬맹이가 어떻게 살아남을 수 있을까요? 힘으로 압도할 수는 없으니까 일단 빨라야 하고, 상대를 
다트 총으로 실명시킨 후에 제압해야겠죠. 버섯 아이디어가 나오면서 확실히 가닥이 잡혔어요. 
챔피언의 성격이 정해진 거죠. 살짝 귀찮게 하기나 하는 캐릭터에서 전 지역을 지배하고 상대 팀 전체를 
열받게 할 수 있는 그런 캐릭터로 바뀌었습니다.

그런 과정에서 재미있는 아이디어도 많이 나왔어요. 핵 미사일을 쓰게 하자는 아이디어도 있었는데요. 
거짓말 아닙니다! 저희는 좋아하는 게임에 대한 오마쥬를 즐겨서 스타크래프트의 "Nuclear launch detected" 처럼 만들어 보려고 했었습니다. 은신 상태로 레이저를 사용해 조준하는 거죠. 
멋진 아이디어였던 건 맞지만 곰곰이 생각해보니 다른 챔피언들과 조화되는 맛도 없고 티모의 
캐릭터에 맞지도 않아서 포기했던 기억이 있네요.

콜트 할럼: 그때는 원거리 공격수나 마법사 같은 역할군을 설정하기도 전이어서 개성 있는 플레이 패턴을 
만들어내는 데 주로 집중하고 있었습니다. 티모 같은 경우에는 지역을 정찰하고 동료들에게 길을 안내하는 
역할을 맡기려고 했었죠. 원래 티모의 기본 지속 효과는 "길잡이"나 "선봉대" 같은 걸로 하려고 했습니다. 
지나가는 길에 흔적을 남겨서 일시적으로 시야를 구축하고 동료들의 이동 속도를 증가시키는 효과였죠.
두 가지 이유로 포기했지만요. 일단 티모가 너무 약해서 길잡이를 하다가 적에게 빠르게 처치되기 일쑤였고,
기술적으로도 문제가 있었습니다. 스킬을 구현해 두니까 유닛 백 개당 하나 꼴로 보이지 않는 미니언이 
생성되더라고요. 당연히 게임이 엄청나게 느려졌죠.

핵 미사일은 두 번째로 나왔던 궁극기 아이디어였습니다. 첫 번째 아이디어는 범위는 더 작았지만 위력은 
훨씬 막강했어요. 강화된 맹독 다트 같은 거였는데 더 치명적인 지속 피해를 주고 6초간 잠들게 하는 
스킬이었습니다. 피해를 입으면 잠에서 깨어나게 하려고 했다가 경직 상태가 되는 걸로 바꿨죠. 
고정 비율로 마나도 태워서 마법사 계열이 아닌 챔피언은 마나가 완전히 바닥나게 했습니다. 
정말 무지막지했죠. 그래서 얼마 안 가 포기했습니다. 핵 미사일도 마찬가지고요. 
그 후에 정찰하는 캐릭터라는 점을 살려 덫을 놓게 하기로 한 거죠.

완벽한 마무리


Q. 버섯 아이디어는 어떻게 나온 건가요?

콜트 할럼: 티모라는 챔피언을 거의 완성시켜갈 무렵 저는 덫을 어떻게 구현할 것인지가 가장 
고민이었습니다. 아시다시피 엄청나게 강력해질 수 있으니까요. 결국 지속적인 피해를 주는 방식으로 
결정했는데, 그때까지 이미지 자료가 없어서 실제 스킬이 어떻게 만들어질 것인지는 전혀 알 수가 
없었습니다. 그런데 하루는 게임을 하다 소환사의 협곡 맵을 바라보는데 뭔가 눈에 들어왔어요. 
정글에 아주 조그마한 버섯이 하나 있더라고요. 당장 미친 듯이 아티스트들에게 달려가 맵에서 잘라내
달라고 했습니다. 해상도 좀 높여 보라고 소리를 지르면서요. 바로 그거였죠. 폭발하는 버섯으로 독성 지속 
피해를 주는 거였어요. 어쩌다 보니 버섯이 빙글빙글 회전하게 됐는데 더 잘 보일 테니 그대로 
두자고 했습니다. 버섯이 왜 회전하는지는 아마 아직도 모를 거예요.

결국 이 아이디어로 진행하게 됐습니다. 나중에 손을 보긴 했지만요. 오소리 춤 모션도 추가하고, 은신이나
이동 속도 증가 효과도 조금씩 수정했죠. 하나 아쉬운 점이 있다면 오소리 티모가 버섯은 제대로 됐는데 
다트를 뱀으로 바꾸지 못했어요. 그것만 했으면 "Badgers(오소리들)" 뮤직비디오랑 똑같았을 텐데...

다양한 스킨


Q. 스킨과 관련된 일화는 없나요?

제프 쥬: 그때 챔피언 스킨을 담당하고 있었는데 제 기억으로 다른 챔피언들은 스킨이 두어 개 나오기도 전에
티모 스킨은 일곱 개가 나왔었어요. 물론 플레이어 분들 사이에서 인기도 있고, 그런 자료도 있지만 
저 스스로도 티모 스킨은 다 마음에 들더라고요.

제일 좋아하는 스킨은 우주비행사 티모입니다. 이유야 많죠. 당시에 스킨에 대해서 농담도 하고 이야기도 
많이 하고 다녔는데 제 생일날 캐릭터 아티스트인 챈스 로위(Chance Rowe)가 오더니 선물을 준비했다고 
하더라고요. 틈틈이 만든 프로토타입이라고 하면서요. 100% 객관적인 판단 하에 말했습니다. 
"이걸로 가자!" 고요.

정말 좋아하거나 정말 싫어하거나


Q. 진짜 티모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있다고요?!

제프 쥬: 티모는 정말 귀여운데 정말 짜증나는 캐릭터죠. 좋으면 좋은 대로, 싫으면 싫은 대로 다들 하실
말씀이 많으실 겁니다. 가장 독특하고 인상적인 챔피언 중 하나라 크게 인기 몰이 중이죠. 모자도 멋지고, 
귀엽게 생긴 데다 리그 오브 레전드에 팬을 가장 많이 끌어들이고 있어요. 훌륭한 마스코트라고 
할 수 있습니다. 중립적이지만 정체성이라는 면에서는 상당히 흥미롭고, 리그의 다양성을 누구보다
잘 대표해 주고 있거든요. 게다가 그 귀여움은 전 세계적으로 통하니까요.

콜트 할럼: 어느 게임에나 악당은 있습니다. 우리 게임의 악당이 좀 사랑스러운 것 뿐이죠. 좋아하는 사람도 
싫어하는 사람도 많다는 건 결국 인기가 많다는 뜻입니다. 전 세계적으로 그렇고요. 리그 오브 레전드에서 
이 쥐콩만한 챔피언을 처치할 때 느끼는 만족감이나 체력이 없는 상태에서 버섯에 당할 때의 좌절감에 
비할 건 없죠. 플레이하는 입장에서는 정말 재미있는 반면에 당하는 상대 입장에서는 너무 싫은 겁니다.

브랜든 벡: 티모는 리그에서 챔피언의 다양성을 너무나도 잘 대변해 주고 있습니다. 챔피언이 크게 우울하고
진중한 부류와 엉뚱하고 기발한 부류로 나뉜다면 티모는 그 중간에 있거든요. 저는 이런 점이 티모의 
인기 비결이라고 생각합니다. 모든 요소들이 잘 조화되어서 티모가 매력적인 양면성을 갖춘 챔피언으로 
탄생할 수 있었던 것도 물론 잘 된 일이지만, 티모가 게임의 분위기를 좀 더 가볍게 만들어 줘서 다른 
유형의 챔피언들도 등장할 수 있었던 게 정말 중요했죠.

모자, 왜 그렇게 많은지 모를 (죄송합니다!) 스킨들, 우주비행사 티모 미니 게임, "티모가 죽는다 
(Teemo dies)" 인터넷 방송까지, 플레이어 분들의 폭발적인 관심 덕분에 저희도 영감을 많이 받았죠. 
플레이어 분들이 티모를 통해 다양한 차원에서 리그와 교감하고 있다는 점이 특히 만족스럽습니다. 
티모는 심지어 게임 내 거리 측정 단위로 쓰일 정도니까요!

처음 리그 오브 레전드를 접하는 플레이어 분들께도 좋은 지침이 되는 챔피언이예요. 사악한 면도 있지만 
사람을 미소짓게 하는 면도 있습니다. 이런 귀여운 모습이 아이러니한 게, 사실 티모는 상대의 시체를 
밟고 춤을 추면서 즐거워하는 나쁜 놈이거든요. 몇 년 전 유출되어서 미완성으로 남은 도미니언 시네마틱 
영상에서도 티모는 생긋 웃으며 공중제비나 넘더니 모데카이저를 실명시키고 처절하게 쓰러집니다. 
정말 티모다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