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그 오브 레전드에는 오래된 저주가 몇 가지 있습니다. Liquid는 몇 번이고 4위로 시즌을 마무리했죠.
월드 챔피언십의 저주도 잘 알려져 있습니다. 월드 챔피언십 우승팀은 차기 월드 챔피언십에 진출하지 못한다는 저주죠. (SK Telecom T1이 올해 그 저주를 깨고 웓드 챔피언십에 진출했지만요.)
외부에는 잘 알려져 있지 않지만 동남아시아와 LMS 지역에도 저주가 하나 있습니다.

바로 Chawy의 저주죠. 고지를 눈앞에 두고 번번이 고지 점령에 실패한다는 Chawy의 저주는 Xing Lei “Chawy” Wong 선수를 따라다니며 월드 챔피언십에 진출하지 못하게 했습니다.
싱가포르의 자존심인 Chawy 선수는 웬만한 프로 복서보다도 펀치를 더 많이 맞은 선수입니다.
펀치를 맞아 링 위에 쓰러져도 굳은 의지로 언제나 다시 일어났죠.

Chawy의 저주는 동남아시아 리그 오브 레전드 첫 프로팀인 Singapore Sentinels와 함께 시작되었습니다. 
Chawy 선수는 동남아시아 최강급 선수였지만 의무 군 복무로 인해 Sentinels에서 뛸 수 없었습니다.
Sentinels는 병역과 프로 선수 생활을 병행하는 것이 Chawy 선수에게 부담일 거라 생각한 것이죠. 그래서 Chawy 선수는 Sentinels가 틀렸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직접 Sleeping Giants라는 팀을 창단하기에 이릅니다. 

Chawy 선수는 눈부신 개인 기량을 뽐내며 지역 대회에서 Sentinels를 상대로 몇 차례 승리를 거두었습니다. 군 복무에도 불구하고 프로 무대에서 충분히 활약할 수 있는 의지와 실력을 지니고 있다는 것을 Sentinels 에게 보여준 셈이죠. 이후 Sentinels는 Chawy 선수를 영입해 지역 강팀으로서 전성기를 구가하게 됩니다.
패배하는 경기를 찾아보기가 힘들었으며, 동남아시아 지역 강자로 군림해오던 Taipei Assassins(TPA)의 유일한 대항마였죠. 

하지만 Sentinels가 월드 챔피언십 진출을 목전에 두고 싸울 때마다 Chawy의 저주가 고개를 내밀었습니다.
시즌 2, 3 당시 한 경기만 이기면 월드 챔피언십에 진출할 수 있었지만 마지막 고비를 넘지 못했죠.
하지만 월드 챔피언십 진출에 실패할 때마다 Chawy 선수의 의지는 더 커져만 갔습니다. 

Chawy 선수는 “뭘 하든 잘하고 싶어요. 그래서 녹초가 되어도 계속 연습할 거예요.
최고가 되고 싶으니까요”라고 말합니다.

이러한 의지는 Chawy 선수를 TPA로 이끌었습니다. TPA에서 Kuan-Ting “Morning” Chen 선수에게 밀려 후보 선수 생활을 해야 했지만 월드 챔피언십 무대에만 설 수 있다면 개의치 않았죠. TPA는 2014 월드 챔피언십 조 추첨에서 운이 따랐지만 조 꼴찌로 밀려났고 Chawy 선수에게 무대에 설 기회는 주어지지 않았습니다. 

월드 챔피언십에서 비참한 성적표를 받아든 TPA는 Chawy 선수에게 주전 미드 라이너 자리를 맡겼습니다.
TPA는 2015년 내내 힘겨운 시즌을 이어갔지만 Chawy 선수는 눈부신 개인 기량으로 팀을 이끌었고, 그로 인해 팀은 서킷 포인트를 쌓아 2015 월드 챔피언십에 진출할 수 있는 상황이었습니다.
일반적인 각본이었다면 Chawy 선수는 마침내 고대하던 월드 챔피언십에 진출해 자신의 역량을 뽐냈겠지만 Chawy 선수를 위한 각본은 그런 각본이 아니었습니다.

2015년 8월 1일, Chawy 선수는 대리 게임으로 인해 출장정지 제재를 받게 됩니다. 
이후 TPA는 월드 챔피언십 진출에 실패했고 Chawy 선수는 TPA와 결별하게 되죠. 

Chawy 선수는 “지금 생각해보면 실망도 했고 배신당했다는 느낌도 들어요. 하지만 배운 점도 있죠.
과거에 어떤 실수를 했건 결국에는 원래의 자리로 되돌아온다는 거예요”라고 말합니다. 

논란이 잦아들고 출장정지 제재가 만료되자 Chawy 선수는 ahq e-Sports Club에 새 둥지를 틀었습니다.
ahq의 현 미드 라이너 Shu-Wei “Westdoor” Liu 선수는 역대 최강 미드 라이너 중 한 명이죠. 
Westdoor 선수의 암살자 챔피언 플레이는 독보적입니다. 하지만 하나의 플레이 스타일에 치중하다 보니 상대편으로서는 저격밴으로 Westdoor 선수를 틀어막기가 쉬웠습니다. 반면 Chawy 선수는 밴 카드로는 막을 수 없는 탄탄한 플레이를 보여주었죠. 2016 스프링 시즌에ahq는 블루·레드 진영에 따라 다른 선수를 기용하는 전략을 사용해 단 한 매치도 패하지 않고 1위로 정규 시즌을 마무리했습니다. 

하지만 스프링 플레이오프 결승전에서 Chawy 선수와 Westdoor 선수는 Flash Wolves의 미드 라이너 Yi-Tuang “Maple” Huang 선수에게 패하고 말았습니다. Chawy 선수는 다시 한 번 국제 대회 출전 기회를 놓쳤고 관중으로서 MSI를 지켜봐야만 했죠. 

결승전에서의 패배로 인해 ahq 코칭 스태프는 미드 라이너 2인 기용 전략을 포기하게 됩니다. 
대신 경쟁이 치열한 한국 서버에서 누가 높은 순위에 오르느냐를 기준으로 미드 라이너를 선발하기로 했죠. Westdoor 선수가 더 빨리 높은 점수를 기록했고 Chawy 선수는 다시금 ahq에서도 후보 자리로 밀려나고 말았습니다. 

개인과 프로 선수로서 지금까지 많은 역경을 거쳐왔지만 Chawy 선수는 아직 월드 챔피언십 무대를 직접 밟아 보겠다는 꿈을 포기하지 않았습니다. 아직 월드 챔피언십에 출전하지 못한 선수 중 최강의 경기력을 지닌 Chawy 선수, 올해 월드 챔피언십 무대에 설 수 있을까요? 아니면 Chawy의 저주는 계속될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