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3. 불행 (Misfortune)

 

 밤이 깊어 달이 바다 위로 비출때단은 살며시 그녀가 숨어있는 창고로 가 여기 저기 쌓여있는 짐 중 모포 하나를 톡톡 건드리며 말했다그제서야 여자는 안도의 한숨을 깊게 내쉬며 몸을 숨기고 덮여있던 모포를 걷어 젓혔다단은 그녀를 위한 비스킷 몇개와 마실것을 건넷다한참을 굶주린 여자는 예를 차릴것도 없이 순식간에 그것들을 먹어치웠다 한참을 고개를 떨구고 눈 마주치길 꺼리고 대답하던 마리아는 이번엔 먼저 남자를 응시하며 먼저 말했다.

 

 - ...나를 여기에 두어도 괜찮은가요...? 불운이 따를텐데


 - 나는 그런거 믿지 않습니다걱정하지 말아요마리아.


 - ........


 - 들키지만 않으면 곧 3일 내로 빌지워터에 다다를겁니다.... 그때까지만이라도 이곳에 숨어있어요


 - 네 고마워요.


 

 마리아 포츈, 그것이 여자의 이름이였다.  단은 마리아의 가녀린 손을 잡아주며 안심시켜 주었다그리고 밤새 대화는 이어졌다마리아는 녹서스의 궁전에서 탈출했는데 녹서스는 그때만해도 왕을 위한 처녀들을 매년 바치는것이 풍습이였다녹서스 왕을 위하여 사관들은 마을에 미인을 찾으려 혈안이 되었는데 그 이유는 왕에게 여자를 바친 사관은 엄청난 상금을 수여받았기 때문이다마리아는 빨래터에서 친구들과 빨래하다가 재수없게도 사관의 눈에 띄었는데 딱. 사관이 원하는 이상향의 미인이였다그녀의 의사는 무엇이건 간에 마리아는 끌려갔고 왕궁에서 아뭐라고 말하면 좋을까... 창녀들이 받는 몸가짐들의 레벨이 왕에게 하는것으로 높인것 뿐인 교육을 보름간에 거쳐마리아는 왕의 계집이 될 준비가 되어 갔다왕에게 몸을 바치러 가야하는 교육 마지막날마리아는 성벽에 떨어져 죽을 결심을 하고 교육을 받던 중도망쳐 성벽 너머 바다에 몸을 던진 순간어부의 그물에 걸려 간신히 목숨을 유지할 수 있었다다행히 그물은 심성 괜찮은 어부의 그물이였고 이를 딱하게 여긴 어부는 손수 마실것과 배를 제공해주는 등 순순히 마리아의 탈출을 도와주었다그 어부의 도움과 그물이 없었다면 자신은 살아 남지 못했을것이라고 연신 눈물을 주륵 주륵 흘렸다.


 

 

 해류에 배를 맡기듯 시간이 어느정도 흘러가 단은 낮에는 선원일을 하고 밤에는 선원들 몰래 창고에 있는 마리아를 만났다. 단은 마리아를 위해 음식을 주며 이야기를 나누며 서로는 서로에게 의지하며 각자 서로에 대한 마을을 서서히 드러 내었다. 어느날은 머리빗 하나를 불쑥 선물해주었는데 그것은 마리아의 머리가 헝클어진것이 보기 싫어 직접 판자를 깎아 만든 머리빗이였다. 마리아는 웃으며 고맙다고 표현한다. 며칠 간. 마리아는 자신이 단에게 보호받는다는 것을 강하게 느껴서 일까, 마리아는 서스름없이 자신의 알몸을 드러냈는데 그것은 마리아의 단순한 성욕이 아닌 단에 대한 강한 신뢰가 바탕이 되었기 때문이였다. 목숨을 위협받는 상태에서 종족 번식을 위한 자연의 본능이였다고... 쉴드 쳐 주고 싶다. 그들의 밤바다는 암흑이였지만 배는 빛나는 은하수를 따라 흘러 가고 있었다.

 

 


 보름 간 순풍을 타던 배는 언제 그랬냐는둥 심술을 부리며 좀처럼 나아가질 않았다. 그 선선하던 순풍또한 한줄기 없이 말끔히 사라졌는데 중년의 선원은 배가 무풍지대에 들어왔다고 혀를 끌끌 찻다. 따가운 햇빛만 내리쬐는 무풍지대에서 생활이 계속되자 선원들은 신경을 곤두세우며 조그만 일에도 화를 자주 냈으며 가만히 있어도 뭘 야리냐 라는 식의 대화가 오갔다. 곧 큰 사태가 일어날 것만 같은 폭풍 전야의 상태였다. 선원들은 '무풍지대를 어떻게 빠져 나갈까'라는 궁리보다 '어느 녀석이 나보다 식량을 더 많이 챙기나'라는 칼같은 앙심을 품게 되었다. 선원들의 마음에도 바람들지 아니한 무풍지대에 들어온지 6일째 되는 날이였다.

 

 


중년 선원의 귀에 누군가 식량을 빼돌린다는 제보가 귀에 들어갔다. 여기서 이 중년 선원은 선원들 중에서도 나이가 선장 다음으로 많은 뿐더러 그의 인생 대부분을 바다에 바쳤다. 아무튼 매일 밤마다 식량고를 드룿는 범인을 잡기 위해 직접 중년 선원은 누가 식량고를 터는지 그날밤 숨어 밤새 지켜 보았고 밤안개 속에서 식량고의 자물쇠를 건드린건 여자를 살리려고 했던 햇병아리 녀석임을 승냥이 같은 눈으로 확인했고 즉시 현장에서 발각, 네놈이 또 한번 이런짓을 하는구나 라며 장정 3명이서 흠씬 두들겨 패고 도망 못가게 돗대에 밧줄로 꽁꽁 묶어 놓았다. 그리고 다음날 어김없이 아침해가 수평선 위로 모습을 드러내었다.



  - ..... 비스킷을 갉아먹는 쥐새끼가 있었구먼

  

 

 돛대에 꼼짝달싹 하지 못하게 묶여있는 단을 둘러싼 선원들이 단을 노려본다. 선원들이 무풍지대에서 고난을 겪는 가장 큰 이유는 바로 식량문제였다. 바람만이 불지 않을 뿐더러 해류도 썩 좋지 않아 플랑크톤들이 제대로 활성화 되지 않아서 고기 잡이란 여간 쉬운일이 아니였다. 오죽하면 맨손을 손에 담그면 팔뚝만한 고기가 잡혀나오던 한 어부가 한나절 바닷속을 헤엄쳐도 송사리만한 고기 두어마리가 전부였을까. 선원들이 마실 물과 식량에 대해 필사적이였던 것은 당연햇으리라. 선원들이 돌아가며 단에 얼굴에 주먹마사지를 흠씬나게 하던 도중.  중년 선원이 고개를 숙이고 있던 단의 뒤통수를 잡아 젓힌다.

 

 

  - 네놈이 우리 모두를 바닷귀신으로 만드려고 하는구나. 넌 여기서 상어밥이 되어주어야겠다.



 중년 선원이 시퍼런 칼을 꺼내, 다시 단에 목에 걸었다. 중년 선원을 비롯한 모든 선원이 한결같이 똑같은 표정으로 단을 바라보았다. 모두들 요며칠 굶주린 상태라서 몰골이 훤하게 드러나 마녀에게 저주받은 좀비의 모습처럼 그가 식량을 밷어내지만 않는다면 기어코 자신을 잡아먹을 기세였다. 중년 선원이 칼을 높게 든 순간. 단은 눈을 질끔 감아버린다. 자신의 인생은 여기까지라고 생각했을까.... 자신이 살아온 인생이 마치 영화 필름처럼 겹치며 고향 빌지워터가 머리위를 스치고 마지막으로 마리아의 진한 얼굴이 보였다.




어??



 예상외로 들어오려던 칼이 단의 목 앞에서 멈춘다. 곧바로 중년 선원은 칼을 걷어들였다. 바로 선장이 나타났기 때문이다. 선장은 검은 수염을 매만지며 태양을 등지고 어디서 가져왔는지 몰라  손엔 뜨거운 커피잔을 들고 등장해, 단에 눈에는 만화영화의 히어로처럼 느껴졌다. 선장은 커피를 여유있는 사람처럼 홀짝 마시자, 선원들은 방금전에 단에게 지엇던 표정들을 감추고 단을 묶은 돛대에서 두발자국 물러났다. 선장은 느닷없이 단의 어깨에 있는 실처럼 가느다란것을 집어 올렸는데 그것은 붉은 머리의 긴 머리카락이였다!




 - 배안에 불행 있었군. 배를 샅샅히 뒤져라




 아뿔싸! 딘은 불안에 엄습한 기운이 등뒤에 솟구치는것을 느낀다. 마리아만 무사하다면 자신은 어떻게 되든 상관없지만 마리아만은 무사하길 빌었지만 자신때문에, 마리아를 지켜주려던 행동들 때문에 마리아에게 불똥이 튄 것만 같았다.  그리고 곧이어 삐쩍마른 붉은머리의 여자가 머리칼을 잡히며 허연 배를 드러낸채 끌려왔다. 잡아 끌어오던 선원은 머리채를 마구 흔들며 마리아를 갑판위로 내팽개쳤다. 돛대에 묶여있던 단 앞으로 마리아가 외마디 비명을 지르며 쓰러진다. 

 

 

 - 마리아!!!


 마리아는 돛대에 꽁꽁 묶여있는 누군가가 자신을 부르는것을 보았다. 여기저기 심하게 맞아 얼굴이 쥐어 터져버려 자신을 구해준 남자임을 알아보는데 시간이 걸렸다.   선원들은 오랜만에 먹잇감을 만난 늑대처럼 게걸스럽게 침을 닦으며 마리아에게 다가오고 있엇다. 쓰러져 바닥에 있던 마리아의 머리칼을 잡아 일으켜 바로 눈앞의 광경을 보여 준다.



 - 잘 봐둬라! 배에 금기시 되는 여자를 들여보낸 이 멍청한 햇병아리 녀석을..!

 - 단...!!!



  선장이 배를 지휘하는 목소리로 우렁차게 말한다. 배의 선원들에게 그의 이름이 처음 알려진 순간이였다. 하기야, 그들은 선원이라는 직책 자체가 중요햇지 그들의 이름까지 알 필요는 없었다. 중년 선원은 단의 가슴에 칼을 겨눈다.  마리아는 자신때문에 단의 꼴이 이지경이 된것 같아 죄책감을 느꼇다. 보석같은 두 눈에서 나온 눈물이 뺨을 타고 주륵 흘러 내린다. 마리아의 아가리를 쥐어잡던 선원이 크게 웃으며 소리친다.


 - 하핫! 운다, 울어!! 저 녀석을 사랑하나본데?

 - 으흐흐.. 눈물없이 볼 수 없는 드라마군....

 - 그럼 더 재미있게 만들어 주지....

 - 아... 안돼!!


 그 순간.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선장은 단의 머리에 찻잔을 내려친다. 작고 깨지기 쉬운 물체가 대가리에 맞고도 이상하리만큼 멀쩡했다. 마리아의 비명과 함께 단은 어 하는 입모양으로 머리에 피를 줄줄 흘리며  물먹은 휴지처럼 축 늘어졌다. 마리아는 선원들을 뿌리치려 하지만 옥수처럼 팔을 잡고있어, 빠져나올 수 없었다. 눈물을 계속해 흘리는 마리아는 피를 흘리는 단과 선장의 얼굴을 번갈아 본뒤 무어라고 소리치며 반항한다.


 - 걱정하지마.. 아직 안죽어. 한참 남았어.



  단은 줄 끊어진 꼭두각시처럼 푹 늘어져 있다 이마와 볼에는 쉴 새 없이 피가 줄줄 새고 있엇고, 이미 돛대 아래는 피가 흥건하게 웅덩이를 이룬다. 점점 생명줄이 꺼져가, 숨 쉬는 것조차 힘들어진다.



콰-앙!



 그때였다. 귀를 찌르는 듯한 커다란 굉음과 어디선가 포탄이 날아와. 선원들의 바로 옆에 떨어진다. 선원들은 모두 튕겨나갔고 마리아 또한 멀리 튕겨나간다. 돛대가 부러져 간판에 부딧치자 산산조각이 난다. 늦게나마 어디선가 배를 공격하는것이 느껴져 선원들은 우왕좌왕했고 돛대에서 벌이던 살인 이벤트를 무시하는듯이 자신의 몸을 가릴곳을 찾았다. 갑판 위로 한 선원이 크게 소리친다!



 - 해적이다!! 데드 풀이 나타났다!!


 

 룬테라 바다의 가장 큰 골칫거리인 해적선이 마리아가 타고있는 배를 공격하는 것이였다. 선장은 지도를 펼쳐. 자신의 배가 데드 풀의 영역에 있다는 것을 알아차릴때는 때는 이미 늦었다. 데드 풀의 영역에 들어온 배는 모두 살아남지 못했기 때문이다. 데드 풀의 대포는 이미 정평이 나, 해군조차도 두려워 피하는 상대였다. 순식간에 배의 뒷머리는 사라지고 계속되는 대포 공격에 선원들은 모두 삼십육계 줄행랑 배를 떠나 바다로 뛰어들어 빠져 나가기 시작했다. 마리아는 배가 부서지는 파편의 먼지속의 단을 찾았다. 



 - 단!! 단!! 오, 안돼 맙소사....



   부러진 돛대에 묶인 단을 찾았을때는 이미 늦어버려 저 세상으로 간듯 눈아리에 힘이 없이 추욱 늘어져 있다. 마리아는 단의 목을 끌어안고 울부짓는다. 계속해서 날아오는 대포의 굉음에도 그녀의 울음소리는 묻히지 않는다. 목 놓아 우는 마리아의 울음소리 때문인지 단의 눈이 희미하게 열린다.


 - 으으윽... 

 - 단...? 단!... 괜찮아요? 오 안돼...


 단은 마리아의 옷 위로 피를 토한다. 뭔가를 말하려고 하지만 연신 피를 쿨럭대며 말을 잊지 못한다. 


 - 빨리 여기서 나가요...쿨럭..

 - 단!! 당신은요?

 - 난 이미 늦었습니다.... 어서요....

 - 안돼요.... 단..... 제발.... 나...

 - 먼저 내려가요. 뒤따라 내려갈께요.


 그것은 확실성 없는 말이였다. 선원들이 워낙에 힘이 세 단을 묶어놓은 밧줄을 풀지 못하는데다가 이대로 두면 단은 저 세상으로 갈것이 뻔하기 때문이다. 


 - 단...... 제말 들려요? 단.... 나........아기를 가졋어요

 

 조마조마하게 서로를 원했던 사랑은 결실을 맷었다. 임신 사실을 알게된 마리아는 그날밤 단에게 고백해 단과 함께 행복한 가정을 꾸릴 생각이였지만 뜻하지 않게 죽을 위기에, 숨겨뒀던 말을 다급하게 꺼낸다. 하지만 마지막 말은 단의 귀에 들리지 않았다. 단에 입가에 희미하게 미소가 번진다.  단이 힘겹게 손을 올려 마리아의 머리에 얹어 쓰다듬는다. 

 

 - 먼저 내려가요... 마리아, 당신은 혼자가 아니에요.

 


 뱃사람들과 함께였지만 항상 외로움을 느꼈던 것일까? 단은 마리아가 자신과 똑같은 처지에 놓였음을 짐작하고 하는 말이였다. 단은 고개를 숙여 마리아의 입에 입술을 맞춘다. 그것의 의미를 안 마리아는 단의 머리를 세게 껴안으며 흐느낀다. 단의 입술은 차갑게 파르르 떨리고 있엇다. 이순간 마리아는 이순간이 영원히 시간이 멈추었으면 한다. 하지만 눈을 감아도 들려오는건 포탄이 뱃등을 가격하는 소리만 들릴뿐, 꿈이 아닌 현실임을 깨닫는다. 갑자기 포탄이 하늘에서 자신쪽으로 날아오는것을 느낀 단은 남아있는 힘을 다해 마리아를 자신에게서 밀쳐 떨어뜨려 놓는다. 마리아는 단에게서 밀려 떨어져 풀썩 넘어진다.



 - 마리아...


 아버지의 유언이였다. 끝까지 자신의 사랑하는 사람의 이름을 부르다 죽어갔다.


한번 더 날아온 포탄소리에 마리아는 그만 정신을 잃는다.

 



 - 엄마는 그 이후 일은 기억이 나질 않는댔어, 사실 그 이후 일은 별로 말하고 싶지 않으셧나봐.



 세라는 깊숙히 묻어둔 말을 마를 태운 연기같이 뭉게뭉게 피워냈다. 세라는 마굿간 얘기를 하듯 아무렇지도 않게 얘기를 한다. 무언가라도 소리를 만들고 싶은 피트는 괜히 술병을 따며 빈잔을 채운다. 세라에겐 불편한 과거 얘기를 하지만 그것이 이젠 남일이라는듯 한 태도였다.






*열심히 썼는데 읽어보니 너무 길어졌어요....  이런배경이 있었다란것만 알아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