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6 병속의 행운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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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세라, 운이 좋구나.


 그날은 죽은 사람 없이 잭 선장의 선원들이 재빠르게 모인 덕에 해적을 쫒아 낼 수 있었다. 별 탈 없이 해적들 몇몃을 잡아내 관청에 넘겼고 잭 선장의 뛰어난 통솔력에 마을사람들은 감탄을 금치 못했다. 세라는 엄마가 찾기 전에 이미 회관에 있어서 무사할 수 있었다.


다음날, 마을의 늙은이들은 몸을 피한 회관 그곳에서 해적들의 습격에 대한 회의를 열었다. 내용은 해적들의 세력이 점점 커짐에 따라 해적을 막을 힘있는 사람이 필요했는데, 그것도 당연히 여겨지듯 잭 선장이 추대되었다. 과거 잭 파울웰더는 무지막지한 해적이였으나, 월급을 후하게 준다는 관청의 제안으로 향토수비대가 되었다. 해적이 해적을 잡는다는 것, 결국 이이제이 편법이였다.


 - 우리는 잭 선장만 믿겠네.


 - 나에겐 두려움이란 없소 허허허!



 잭 선장은 모자를 흔들며 인사를 한다. 방어에 대한 아무런 대책도 없이 마을의 늙은이들은 오직 잭 선장에게 모든것을 맡겼다. 잭 선장이 과거에 저질렀던 흉폭한 일들은 상관없이 단순히 마을을 잘 지키는 큰 손 이기 때문이다. 잭 선장은 마을의 존경받는 인물이 되었지만 단 한사람. 엄마는 잭 선장에게 노여움을 품게 되었고 잭 선장이 그때 그 선장인지 알기 위해 소문을 알려준 모건을 찾기 시작했다. 마침 교역때문에 블루 플레임 섬을 한창 떠나있던 모건이 북쪽 해안가에 돌아오자. 엄마는 모건의 장화바닥에 아직 물기가 마르기도 전에 모건의 사무실을 찾았다. 집에 돌아온 모건은 뭔가 큰 일을 끝냈다는듯이 책상 위에 발을 올린 채, 값비싼 럼주를 들이키고 있었다.

 

 -  오, 마리아! 핫핫핫핫! 오랜만이군! 여긴 무슨일인가?

 

 - 모건 램캠, 말해 줘요,


 - 뭔가?


 - 잭 선장이라는 그 사람, 찻잔으로 사람을 죽였다는 이야기 사실인가요?


 이제껏 볼 수 없었던 강하고 단호한 태도에 모건은 자세를 바로 잡고 다른  빈 술잔에 럼주를 따라 엄마에게 권했다. 헛기침 몇번 한뒤, 입을 연다.



 - 흠흠... 직접본건 아니지만... 그 배의 선원이 보았다고 하더군. 더군다나 잭 선장은 자신을 모욕한자에게 절대 자비를 베풀지 않는다네...



 항상 웃고 떠들던 엄마와 모건 사이에 이상한 기운이 감돈다. 무슨 낌새라도 차린듯, 갑자기 엄마가 모건의 탁자 위에 올려진 단검을 챙겨 나간다. 모건은 벌떡 일어나 나가려던 엄마의 어깨를 잡아 세운다.



 - 그럼 그 찻잔에 맞아 죽었다는 애송이가........!


 -  맞아요. 남편이에요. 


 - 안되네! 마리아! 잭 선장님은 이젠 빌지워터의..........


  그 순간, 엄마가 단검 자루에서 칼을 쑥 빼더니 단의 목에 칼을 갖다댄다. 모건은 술 기운이 확 달아나면서 목을 뻣뻣하게 세운다.


 - 그 때문에 내 남편이 죽었어요... 함께 살겠다던 꿈이 완전히 붕괴되었다고요!


 그때였다. 엄마의 목 뒤에 길쭉한 칼이 들어간다. 머리칼 사이로 삐져나온 칼에 엄마는 그대로 얼어버린다. 


 - 모건, 무슨일인가. 


 굵은 목소리의 사내가 모건에게 묻는다. 모건은 놀라 몸이 움츠러 들었지만, 안면이 있는 사람임을 알고 이름을 부른다.


 - 재,잭....


 - 칼 내려놔


  엄마는 자신을 노리는 칼에 하는 수 없이 칼을 떨어트린다. 챙그랑 하는 소리가 발 밑에서 들린다.


 - 오랜만이군, 살아있었을 줄이야.


 - .........잭 파울웰더..


 엄마의 눈이 부들부들 떨리며 불안한 상태를 보인다. 잭 선장은 담배 한모금 깊게 내쉬고 말을 붙였다.



 - 8년전 그때, 우리를 공격하는 배는 데드 풀 호였어... 그림자의 배였지. 당시 내 배는 대포 하나 조차 없어서 하는 수 없이 배를 버렸다. 여자가 배를 타면 불운이 따른다고 하는것이 사실처럼 느껴졌지... 맘 같아선 당장 너의 목을 베어버릴수도 있지만, 목숨만은 살려주겠다. 그때 그림자가 아니였다면 넌 살아남지 못했을꺼야.... 




  말을 마친 잭 선장은 칼을 도로 칼집에 집어 넣는다. 엄마는 눈물을 흘린다. 왜일까, 단의 생각이 나서 일까? 혹은 단이 죽은 그날의 악몽이 다시 떠올라서 때문일까? 자신의 남편을 죽인 원수를 바로 앞에 두고도 아무것도 하지 못하는 무기력함에 엄마는 죽도록 자신을 증오했다.


 - 나는 지금 빌지워터로 간다. 더이상 이곳엔 볼일은 없어


 - 재..잭선장!  /  뒤늦게 모건이 잭 선장을 부르지만 이미 사무실을 빠져나간 후 였다. 그의 발소리가 희미해져, 들리지 않게 되자 . 모건은 어깨에 있던 힘을 한숨과 함께 빼낸다.


 - 휴.. 어쨌든 이제 안심이야, 잭선장이 그림자만 해치워준다면 더 좋을 일도 없겠지!


 - 그게 무슨 말이죠?


 - 아, 그게. 빌지워터 관청이 잭 선장을 수비대로 임명했다네! 본격적으로 해적들을 소탕하는거지!


 - 난 그 사람 믿지 않아요.


 - 더이상 해적들의 침입도 없을거라네!


 - ....


 


 하지만 며칠이 지나지 않아 악랄한 해적들은 또 마을을 찾았다. 마리아가 일해서 벌어온 돈은 모두 해적에게 빼앗기고, 다시 돈을 벌고 또 해적에게 빼앗기고 다시 또 엄마는 돈을 번다. 이 돈이 해적에게 바치기 위해 돈을 버는것 같은 기분이 든다. 마리아는 차오르는 눈물을 애써 목으로 넘기며 입술을 씹어 잡는다. 집은 난장판이 되었지만 유독 밝은 달이 창문을 타고 방안을 비춘다. 달빛 아래서 그녀는 단이 선물해준 머리빗을 두 손에 쥐고 가슴에 꽉 끌어안은채 몇번이고 몇번이고 되내였다.


  - 단.... 단...... 오, 제발...... 당신이 있엇더라면!


 달이 지고 다시금 새벽 햇빛이 창문 안으로 들어올때 까지, 그녀는 몇번이고 세라 아버지의 이름을 반복하며, 기도했다.




다음날, 세라는 탁아소에 맡겨졌다. 세라의 나이는 탁아소를 다니기엔 커버렸지만, 집에 혼자 남겨질 것을 생각한 엄마는 그나마 탁아소가 안전하다고 생각해 맡겨놓게 된것이다. 하지만 세라가 탁아소에 지내는 시간은 엄마가 탁아소에 들릴때 그때뿐. 세라는 매일같이 탁아소를 탈출했다. 아, 아기 지옥같은 탁아소! 생각해보라! 세라의 눈에 쥐방울만한 젖도 못뗀 아기들이 우글거리는곳에 지내야 한다는것이!


 - 꼬마들은 너무 싫어! 난 이제 다 컷다구!


 탁아소를 탈출한 뒤에는 ,자유로이 북쪽 해안가 지역을 누볐다. 때론 친구들과 놀러다니며 놀았고, 배고플때면 시장에서 과일을 훔쳐먹기도 했다. 다만 시장을 누빌때 엄마가 일하고 있는 마이론의 술집 근처는 피했다. 시장에서도 자신을 알아보는 자가 생길까봐 붉은 머리카락을 숨기고 다녔고, 피는 못속이는지라 이 바닥에서 살아남는 법을 본능적으로 익혔다. 또한 세라는 무기의 필요성을 느꼈는지 자신의 손가락 만큼 작은 도검을 가지고 다녔는데, 그것은 호신용 겸 밧줄을 끊거나 물건을 훔칠때 아주 유용한 것이였다. 훗날 포츈의 무기는 쌍권총이 되는데, 쌍권총을 사용하게 된 계기가 이때쯤 일어난 바로 이 사건이다.

 

 



꾸준히 봐주시는분들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