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8 빨리 뽑기의 사나이

 

 


 계속되는 해적질에 빌지워터의 어부들은 점점 살 길을 잃어갔다. 배를 노략질당하거나 잡았던 물고기들을 빼앗기기도 했다. 그래서 많은 어부들이 어업을 그만두고 술집을 차렸다. 술집은 선원들과 해적들이 자주 찾는 곳이 되었으며, 여자들 또한 술집을 많이 찾게 되었다. 해적들이 많아짐에 따라 술집도 성행하게 되었다. 술집들은 해적들 덕분에 항상 시끄럽고 요란했으며 콜로세움 처럼 누구와 누구의 싸움을 보러오는 사람들로 붐볐다. 훗날 빌지워터는 술의 도시라고 칭할 만큼 술로 발달한 도시가 된다.

 

 하지만 그 많은 술집들이 모두 같은 형식의 술집은 아니였다. 부자들과 고위층이 가는 술집은 따로 정해져 있었는데, 마이론의 '머더 홀' 같은 술집이 그러했다. 마이론 가의 4대째 내려오고 있는 '암흑 럼' 의 맛은 빌지워터 내에서 최고라고 칭했으며, 동시에  빌지워터에서 가장 비싼 럼주였다. 해적들이 빌지워터에 바글바글 해지면서 일반 술집에서 술을 마실 수 없게 되자 돈 많은 선원들은 머더 홀을 자주 찾았다. 그만큼 머더 홀의 수입 또한 늘면서 엄마의 수입 또한 늘게 되었다. 엄마는 단골 모건 선장을 비롯한 머더 홀을 찾는 많은 사람들을 반겼지만 단 한사람은 증오를 감출 수 없었는데, 그건 바로 잭 파울웰더 선장 때문이였다.


 세라는 어쨌든간에 그 사내를 다시 만나야 했다. 하지만 그가 누구인지도, 무슨 일을 하는지도 정확히 알지 못했다. 다만 그 아지트가 그가 살고 있던 집이였기 때문에 그곳을 다시 찾아가야 했다. 갑자기 세라의 발 앞에 수배서 하나가 떨어진다. 사진에는 어째 익숙한 얼굴이 있었다. 세라가 고개를 갸우뚱하며 수배서를 집어든다.


 - '빨리 뽑기' 말콤?



 세라는 그 남자의 이름을 알게 되었다. 말콤. 현상금은 쥐꼬리 만한 금액이 적혀 있었다. 말콤은 빌지워터 뿐만이 아니라 룬테라 전 지역을 들쑤시는 조무래기 도둑이다. 그의 별명 '빨리 뽑기'는 소매치기에서 유래한 것이였다. 수배서 속 사진과 현상금을 번갈아 보던 세라가 씨익 웃는다. 그리고 전봇대 옆에 붙어있던 수배서 하나를 뜯어 챙긴다.


 - 아주 재밌어지겠는데!


 벌컥!

 

 세라가 어제 그 사내와 다시 조우한다. 정말로 허름한 오두막집을 집으로 쓰고 있었다.  모자를 푹 눌러 썻지만 단번에 그날 2대 1로 격파한 자임을 알아챘다. 

 

 - 또 왔냐. 꼬맹이......

 

 - 마스터, 소녀 인사드리옵니다.

 

 - 마스터? 허, 내가 왜 니 마스터냐?

 

 - 그 전날 말콤님을 몰라뵙고 덤비다니... 소녀, 크게 뉘우치고 있습니다.  / 세라가 나이에 맞지 않는 뻔뻔함으로 말콤을 상대하고 있다. 마치 말콤을 자신보다 어린얘라고 생각하는 듯이 능수능란하게 말한다.

 

 - 너, 내 이름을 어떻게 알지?

 

 - 알다마다요. 말콤님께서 잠시 빌지워터를 떠나있는 동안에 마을사람들 사이에선 의적으로 통한답니다. 


 세라가 품 안에서 수배지를 펼쳐 보여준다. 다른 수배서의 금액과 말콤의 수배서를 절묘하게 합성해 실로 엄청난 금액이 사내의 목에 걸려있었다.

 

 - 으하하하핳! 의적? 그래 난 의적이야! 하하핫! 마을사람들이 나 덕분에 이리 잘살게 된것을 몰랐을껄?


 기실 말콤은 도와주기는 커녕. 오히려 민가를 털고 다녔다. 도둑질을 할때 양심에 찔릴때면 자신은 '의로운 짓을 하고 있다.' 라고 자위해서 착각하는 것이다. 또한 세라가 태어나기도 전이라 까마득한 옛날을 기억할 순 없었다.



 - 말콤.

 

  세라가 총을 꺼내 든다. 때가 탓지만 총구는 새것인양 반짝이고 있었다.


 - 이 총. 다룰수 있는법 알려줘요.


 - 그럼 너는 내게 뭘 해줄 생각이지?


 갑자기 세라가 윗옷을 벗는다. 두꺼운 겉옷 위로 얇게 입은 세라의 속옷 위로 어느새 가슴이 종기처럼 부풀어 올라 있다. 겉옷을 한번 휙 돌려 털어내니 후두둑 하고 보석들과 금화가 떨어진다. 말콤이 금화를 집어 들며 말한다.


 - 도둑고양이 같은 꼬맹이구나

 

 - 자, 이제 총 어떻게 쏘는거죠?

 

 세라가 말콤에게 총을 건넨다. 말콤이 방아쇠를 당겨도 아무런 변화가 일어나지 않았다. 이상하게 여긴 말콤이 몇번 살피더니 어이없다는 듯이 말한다.

 

 - 이런! 이거 총알이 없구만....

 

 

 

 세라는 그 후로 매일 말콤을 찾아 갔다. 총 다루는 법을 배우기 위한 교습료가 어느정도 들어갔지만 자신과 엄마를 지키기 위한 일이라고 생각하면 조금도 아깝지 않았다. 습득력도 빨라 일주일 채 지나기 전에 세라는 어느정도 총을 다룰 수 있게 되었다. 정확히 물체를 맞추는 정도는 아니라 목표물을 향해 마구잡이로 쏘곤 했다.


 세라는 그 후로 자신감을 얻었다. 그 어느 누가 덤빈다고 해도 거뜬히 쓰러트릴 자신이 있었다. 총을 한번 빙글 돌리고 허리에 차 넣을때면 해적은 물론이고 바다용까지 해치울 것 같은 엉뚱한 상상을 하기도 했다. 세라는 말콤과 같이 다니면서 좀도둑의 습성을 익혓고 곧 시장에서 아낌없이 실력을 발휘했다. 차츰 금화주머니의 무게가 늘어갔다.



 엄마가 일하는 머더 홀 주점이 해적에게 공격당했다. 정확히는 해적들이 대포 사격 내기를 하다가 머더 홀의 지붕 꼭대기의 풍향게를 맞추기로 한다. 하지만 술 취한 해적의 형편없는 저격은 빗나가 3층에 떨어지고 만다. 고급스러운 3층이 대포알 하나에 산산조각 난다. 다행히 인명피해는 없었지만 화가 단단히 난 주인 마이론은 대포를 겨눈 해적 모두 싸그리 감옥에 집어 넣는다. 수리를 해야 하기에 당분간 머더 홀은 문을 열지 못했다. 

 그것은 엄마가 집에 있게되는 계기가 된다. 갑작스레 실직을 한 마리아는 집에 가기 전 일찍이 세라를 탁아소에서 찾으러 갔지만 세라는 탁아소에 있지 않았다. 당연히 매일같이 탁아소를 탈출하는 세라가 그곳에 있을리가 없었다. 


 - 세라, 어디있니....!


 엄마는 세라를 찾느라 해질녘까지 마을을 헤맨다. 엄마는 하는 수 없이 돌아오리라 믿고 기다리기로 한다. 분명 어딘가에 있겠지. 해적에게 끌려가진 않았겠지, 바닷물에 빠지진 않았겠지, 낯선사람을 잘 경계하니깐 누굴 따라가지도 않았겠지, 시간이 흐르고 저녁이 찾아올 무렵. 이런저런 생각으로 안심시키지만 엄마는 점점 초조해 지고 있었다. 어두워 지게 되면 해적들이 판을 쳐서 세라의 안전또한 보장받을 수 없기 때문이다. 엄마는 자신도 모르게 품 안에 있던 빗을 꼭 쥔다. 등 뒤에서 문 여는 소리가 삐걱하고 난다.


  - 엄마, 저왔어요......


 드디어 세라가 집으로 찾아왔다. 안심이다. 무사했구나. 너에게 무슨일이 생기지 않아서 참 다행이다. 세라를 반기려고 하던 기도를 끝내기도 전에 후다닥 나오지만, 곧 표정을 일그러뜨린다. 세라가 문을 닫지도 않고 문앞에 서 있는 채로 등 뒤에 무언가 숨기고 있는듯 손을 감추고 있기 때문이다.


 - 세라. 등 뒤에 뭘 숨겼니?

 

 - .......


 - 세라, 손을 보여주렴. 궁금하구나/  엄마가 단호한 말투로 말한다.


 - .......


 일렬 이런적이 없던 세라의 행동에 엄마도 당황한다. 엄마가 세라의 물건을 빼앗으려 다가가지만, 세라는 간격을 유지하며 점점 뒷걸음질 친다. 그리고 세라는 더이상 물러 설 수 없는 상태로 벽에 부딧치고 만다. 그 순간 충격에 의해 숨겨둔 물건이 떨어지고 만다. 주머니에서 찰랑 거리는 소리와 함께 각종 보석들과 빛나는 금화들이 떼구르르 떨어져 엄마의 발 주위에 흩어진다.  세라는 당황해 하며 아차 하는 표정을 짓는다. 이미 쓸어담기에는 늦었다.


 - 오.... 세라, 나를 실망시키는구나. 


 갑자기 세라가 문을 박차고 나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