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 노예선

  

 

세라는 그 이후로 마을에서 모든 모습을 감추었다. 빌지워터 그날 밤 이후로 많은 사람들이 죽거나 실종되었는데 세라도 그 중 하나였다. 

 

 해적들의 공격을 받는 빌지워터는 더이상 해적들의 공격을 받지않게 되었다. 왜냐? 빌지워터 그 자체가 해적들의 소굴로 변해버렸기 때문이다. 세라가 사라진 이후부터 해적들의 도시로 변해갔다. 

 

세라에 대한 소문은 마을사람들은 마리아가 그녀의 집에서 시체로 발견되고 나서 세라의 행방도 함께 찾았는데 죽었다면 시체로 남아있을 터. 집안의 물건들과 함께 세라도 해적들이 데려간것으로 보았다. 꼬맹이 여자아이가 해적에게서 살아남기란 불가능했으므로 세라는 거의 죽은것 처럼 여겨졌다.

 

 - 그래 세라, 넌 대체 뭘 하고 있었던 거야?

 

 -  .....지옥같았지

 

 세라가 인상을 구기며 이빨을 씹어 잡는다. 질끈 감긴 눈속에서 지난 날을 마치 영화 필름처럼 빠르게 되새기는것 같다. 

 

 - .......좋아 말해줄께.

 

 세라는 해적들에게 잡혀갔다. 자신도 모르는 사이 잠이 들었고 익숙치 않은 흔들림에 잠을 깼다. 주위에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고 인기척도 들리지 않았다. 뱃멀미를 하는것으로 보아 자신이 배 위에 있다는것을 알았다. 죽음에 대한 공포와 자신이 해적들에게 잡혀왔다는 두려움. 씩씩하고 드센 여자아이는 그때만큼은 엄마가 보고싶었다. 목까지 차올라와 아스라이 눈에 물이 떨어지기 직전에 누군가의 발소리가 들렸고 굳게 닫혀있던 창고 문이 벌컥 열렸다.

 

해적들은 세라를 질질 끌고서 배 밖으로 내팽겨친다. 바다가 아닌 땅이 있어서 곤두박칠 쳤고 눈이 부셔서 희미한 잔상들이 아른거렸다. 주위에는 세라와 비슷해보이는 꼬마얘 몇명이 줄줄이 묶여있었고 세라와 같은 처지인듯 보였다.

 

 

 세라는 아이들과 함께 온갖 잡역과 노예일에 동원되었다. 대포알을 끌고, 식량을 나르고, 판자들을 다듬고, 갑판을 청소하고, 소금기 가득한 선박을 닦고, 돛을 깁다가 바늘에 찔려고, 치료를 하지 못해 파상풍을 입고, 또래 얘들은 쓰러져 죽어도 내일은 죽은 놈 몫까지 해야한다면서 주인은 구박을 하고, 그런 소리를 들으면서 해초밥을 먹고, 그것도 제대로 못먹어서 모두 토하고...  세라의 옷은 삽시간에 걸레로 변했다. 얼굴엔 소금때가, 목에는 말라붙은 꾸정물이 진드럭하게 붙어있었다.  나중에 한참 큰 후에 알게 된 사실이지만 세라가 잡혀간곳은 악명높은 자운의 무역선이였다. 

 

  - 자운 사람들은 심장이 없어, 모두 기계가 되버린것 같아

 

 빌지워터에서 자운을 다녀온 사람들이 하던 말이였다. 낯선 땅 빌지워터에서 보던 사람들과 확연히 달랐다. 항상 차갑고 딱딱한 태도였고 부둣가 바다엔 항상 기름이 둥둥 떠다니며 검은 연기를 뿜는 배들이 득실댔다. 고기잡이를 하는 배는 원양어선 뿐이였고 공장 음식을 먹었다. 무역선 노예 세라는 점점 빛을 잃어갔다.

 

 - 그래도 녹서스로 간 기집얘들보다는 나은 형편이야... 거긴 여자얘들을 낮에는 노예처럼 부려먹고 밤에는 귀족들의 아랫도리를 채워준다고 하지.

 

 세라는 '사내아이' 처럼 보였기에 녹서스로 가는 무리로 분류되지 않았다. 불행인지 다행인지 동료 노예들조차 이 사실을 몰랐고 


 당분간 여자인것을 숨기기로 했다. 아니 숨겨야만 했다.

 



 무역선은 온갖 금은보화와 수출품 등 귀중한 물품을 싵고 다녔는데 워낙에 짐이 많아 노예들을 이용했다. 무역선이 더욱 많아지니 너도 나도 노예들을 이용하기 시작했고 결국 노예들도 '상품'이 되어 해적들에게 공급받던 시대가 되었다. 선박 노예들은 남자든 여자든 심지어 어린이마저도 마구 부려먹었다. 어린 노예들은 값싸고 비용이 적고 반란의 위험도 적어서 자주 애용했다. 심지어 세뇌교육만 잘시키면 평생 부려먹기가 가능했다!

 

 그래서 세라가 평생 노예가 되었느냐? 아니다. 세라 포츈은 지긋지긋한 무역선을 탈출하게 된다. 앞서 말했듯이 무역선은 온갖 금은보화를 가지고 다녔다. 그러기에 해적선들의 습격도 만만치 않았다. 세라는 해적들이 오히려 무역선을 털어주길 바랐다. 해적들을 기다리며 세라는 동료 노예들과 반란을 일으킬 물색을 한다. 세라는 무역하면서 몰래 빼다 훔친 금화들로 동료 노예들의 신임을 얻었고 주인 몰래 밤마다 몰래 의견을 주고받았고 세라는 꽤나 중요한 임무를 맡게 되었다. 또한 해적들은 엄마를 죽인 놈들이지만 복수는 잠시 미뤄야 한다고 생각했다.

 

  - 준비는 항상 되어있어, 이젠 해적을 기다리면 돼!

  - 이삭, 넌 용감하고 엄청난 행운아니깐 잘 해낼거야

  

  세라는 여자임을 들키면 안되었기에 '이삭'이라는 가명을 썼다. 어린 노예들은 소년이 되어가고 있는 세월이 되었다. 탈출에 성공한다면 훗날 꼭 만나기로 소년들은 약속하였다. 자신들이 아닌 우리를 위한 탈출이였다.


  - 해적이다!! 해적이 나타났다


 드디어 해적이 나타났다. 구체적인 반란 계획을 잡은 노예들은 열흘도 되기 전에 해적선과 만난다. 바라고 있던 해적선이 보였다. 지옥같던 자운 무역선에서 빌지워터의 흔한 해적선을 보니 예전과는 다른 느낌을 받는다. 자신이 해적이 될 운명이여서 그러했을까? 오히려 친근하고 고향에서 온 귀향배와 같은 느낌이였다.


  - 엄마.... 지금 집에 갈께요. 도와주세요.


 엄마 엄마. 참으로 오랜만에 불러보는 엄마였다. 마치 엄마가 지켜보고 있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노예를 관리하는 관리원과 무연선선원들, 갑판장이 분주하게 서두르고 있을때, 해적선에서 갈고리가 쒜액하고 날아와 무역선에 크게 박힌다. 세라는 신호를 받고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것이 세라가 만난 두번째 해적이였다.






오랜만입니다.. 틈틈이 쓴것 올리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