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 조선공 포트먼 I



 말콤 덕분인지 세라는 일찍이 술을 마실 수 있었다. 그래서 술집을 자주 드나들었다. 술집은 마이론이 운영하는 고급의 술집도 있었지만 해적들이 시끄럽게 떠들고 난동질하는 술집도 있었다. 세라는 후자의 술집이 맘이 더 편했다. 가끔 성가신 해적들이 세라를 보고 야한 농담거리를 던져댔지만 한 해적놈이 팔이 등 뒤로 꺾여 반 병신이 된 이후로 세라를 건드리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그 누구도 세라의 럼 타임(Rum time)을 방해하지 않았다. 이때쯤. 세라는 아낌없이 돈을 쏟아부어 갖가지 럼주의 맛을 보았는데 럼주를 맛보기만 할 뿐아니라 재료와 향신료를 섞어 끓이거나 얼음을 넣는 등에 개발을 할 정도였다. 당시엔 럼주를 물에 타먹기만 했을 뿐이라 세라의 개발은 혁신적이였다. 


 모건과 식사를 마치고 세라는 곧장 술집으로 향했다. 모건에게 받은 금화 자루를 세라 외에 누구도 모르는곳에 숨겨두었고 자신이 자주가던 단골 술집을 찾았다. 그곳은 해적들과 뱃사람, 창녀들과 어린아이들이 함께 취해 난장이 된 곳이였다. 세라는 바텐더에게 주문을 하고 조용히 럼주를 즐기수 있었다. 그렇지만 이미 난장이된 선술집은 어느 덩치 큰 녀석이 다른 덩치에게 술주정을 부리는것에서 부터 시작되었다. 덩치들은 싸우던 목적에 알맞던 언쟁을 하고 있었는데 한 덩치가 욕설을 하자 다른 덩치도 욕설을 했고 너도 욕하면 나도 욕한다 라며 덩치가 받아쳤고 그래 이새끼야 뭐 어쩔껀데로 진해오디다가 그래서 니네 엄마가 창녀다 색꺄라며 간질했고 이 미친새끼가 눈깔구멍을 파버려 닻줄에 매달아 버릴깝다로 대응했고 어느 누가 야 이 덩치큰 녀석들아 후달리냐 라며 기름을 부었고 후달려? 허허허ㅓ헣헣은 누군가의 잠꼬대였다.

 덩치큰 녀석들이 치고 받고 싸우기 시작했다. 누가 먼저 시작했는지 모르겠지만 바닥 판자가 우지끈 부러지고 쿵 쿵 넘어트리는 충격으로 촛대가 흔들거렸으며 술취해 잠들어 있던 놈들은 '지...지진인가?' 하면서 깨어났다. 세라는 이 싸움을 종결시켰는데 그것은 자신이 알고있는 가장 독한 술들을 집어 던진 것이다. 쨍그렁 하며 술병이 깨졌고 덩치들은 고약한 럼주들을 뒤집어 쓰게 되었다. '끈적할 정도로'의 이름을 가진 한 럼주는 눈도 뜨기 어려울정도로 따갑고 뜨거워서 두 덩치들은 화생방 훈련을 하는 것처럼 눈물 콧물을 게워냈다. 독한 럼주들을 섞어 던진것이 효과가 뛰어났음을 보였다. 럼주들이 어떤 화학적 작용을 일으켰는지 모르겠지만 독자여러분, 우리는 이 일을 기억해야 할것이다.

 


 다음날 세라는 술로 잘 버무려진 두 덩치를 보안관에게 넘기니 그에 알맞은 현상금을 받았다. 이날은 세라가 선박을 구하는 날이였다. 빌지워터 북서쪽 네일 항구는 포트먼가의 조선소가 자리잡은 곳이였다. 그 조선소는 빌지워터에서 가장 오래 선박을 제작해왔다. 소문으로는 빌지워터 사람들이 우가우가 할때부터 배를 만들었다고 하는데 아무래도 뱃사람들이 술집에서 지어낸 이야기 같으니 무시해도 될듯 하다. 아무튼 세라는 모건이 써준 포트먼 가 조선공의 추천서와 은 몇괴를 챙기고 동행으로 선박에 유식한 레이날드가 따라나섰다.  키 크고 다부진 어깨에 안경을 쓰고 배에 대해 모르는 것이 없었던 그였다. 둘의 인연은 세라가 레이날드의 원수를 해치움으로서 알게 되었다. 세라보다 4,5살 많지만 항상 세라에게 경어를 사용해 말을 한다. 쌍둥이 형이 해적에게 죽게 되어 해적을 싫어하기는 세라 만큼이나 혐오 했다. 마치 일베를 혐오하는 사람이 운지의 운만 봐도 반감을 느끼는 것처럼. 


 - 배를 구한다구요 포츈 양? / 레이널드가 물었다.

 - 응. 배를 살꺼야. 네 지식이 필요해

 - 어느 배를 사실건가요?

 - 포트먼 가의 조선소로 갈꺼야


 레이날드의 두 눈이 휘둥그레 해졌다. 세라는 그의 반응에 씨익 웃어 보인다. 그 미소가 무슨 의미인지 알것 같다.


 - 멋지군요. 근사한 계획인데요?


 레이날드의 입가에 미소가 번진다. 아마도 그때가 플릿 가(街)를 지나 항구 귀퉁이로 접어들어갔을 쯤이였다. 



 포트먼가의 조선소는 명백하게 발로란 대륙에서 가장 큰 조선소였다. 포트먼을 포함한 일류 조선공들이 150명 가량 있었으며 나룻배부터 군함까지 취급해 그의 조선소는 못만드는 배가 없었다. 조선소의 높다란 지붕은 비나 눈을 맞지 않으면서 배를 만들기에 최적화 되어있는데 갑판이나 돛대의 나무가 부식되는것을 막는 최신 기술이였다. 원래는 3구역을 차지할 정도였는데 얼마 전 확장 공사를 하면서 4구역으로 늘어나 더욱 거대해진 대형 조선소의 모습을 하고 있었다. 

 세라의 레이널드는 오래된 것으로 보이는 나무 간판을 지나 포트먼의 조선소에 들어왔다. 근육쟁이 청년들이 통나무를 나르고 있었고 망치의 떙땡땡땡 하는 소리와 메스꺼운 유약 냄새가 세라를 먼저 반겼다. 세라와 레이날드가 좀 더 안으로 들어가자 사무실에서 헐레벌떡 누군가가 뛰어나온다. 길쭉한 코에 가늘게 난 콧수염, 기름진 이대팔 머리에 모노클까지 빼짝 마른 양장 재킷을 입은 사내였다. 콧수염 사내는 손님이 온것을 보고 촐랑촐랑 뛰어왔는데 세라와 레이날드를 보고 나서 실망한 표정. 아니 단 0.5초밖에 안되었지만 그 표정을 읽을수 있었다. 살짝 빗겨서 쳐다보는 눈에 샐쭉거리는 미소. 경멸하는 눈빛이였다.


 - 해적? 해적은 안돼!! / 콧수염 사내가 턱을 들이치며 말했다.


 그 순간 레이날드의 미간이 꿈틀거렸다. 해적이라니. 레이날드의 안경 너머로 비치는 눈동자에 분노가 서리고 있었다.


 - 해적이 아니라..... 고객이지


 세라가 사이를 한번 띄우며 말했다. 콧수염 사내가 세라의 머리부터 발끝까지 쑥 훑어 내리깔며 노골적인 불쾌감을 표시했다. 


 - 보아하니 어느 해적놈들이 너흴 시켜서 배를 얻어보려는 수작같은데.... 여긴 니같이 어린 기집얘가 오는곳이 아냐! 썩 물러가!


 콧수염 사내에 눈에는 이 안경잡이 애송이와 해적 옷 소녀가 해적의 꼬임에 넘어가서 이곳에 온거라 생각했다. 


 - 주인장, 우린 선박을 구하러 왔습니다.


 지켜보던 레이날드가 한발 앞서서 말했다.


 - 우린 해적에게 절대로 배를 팔 수 없어!


 그러나 콧수염 사내는 단박에 거절했다.


 - 그럼 이걸 보여주면 말이 바뀌시려나....?


 세라가 바지 뒷주머니에서 주슴주슴 뭔가를 꺼낸다. 양피지 두ㅜㄹ마기로 말려져 있는것을 펼치더니 콧수염 사내는 힐끗 쳐다봐서 입이 쩌억 벌어지며 눈알이 똥그래졌다. 사내는 세라의 얼굴과 양피지 문서를 번갈아 쳐다보더니 이내 묻는다. 


 - 누구의 배를 사는거냐?


 - 내 배!


 해적옷 소녀는 여유만만한 미소로 자신있게 대답했다. 콧수염 사내는 모노클 낀 쪽 눈이 찌그러져 미심쩍은 눈으로 세라를 쏘아붙인다.


 - 돈은.... 가져왔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