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 조선공 포트먼 II

 

 

 - 계집얘가 어디서 배를 타려해?

 - 배를 타는 여자라니! 마녀가 분명해!

 - 배를 타는 마녀는 큰 재앙이지!





 조선소의 조선공들이 모여서 세라를 흩겨 보며 저들끼리 쑥덕댄다. 세라는 그러거나 말거나 조선공들이 하는 말을 귀에 담지도 듣지도 않았다. 정작 세라가 조선공들 앞을 지날때는 아무말 없이 딴청을 피우는척 했지만 지나가고나서 세라의 엉덩이를 쳐다보며 또 한번 쑥덕댔다. 콧수염 사내는 태도가 180도 바뀌어 있었다. 자신의 이름을 몽크라고 소개하고 손님을 무례하게 대한 점, 냉랭하게 대한 점을 깊게 사과하며 사장인 포트먼은 잠시 해외 출장중이라 자신이 대신해 나왔다고 했다. 그리고 입구 쪽에 들어서 웅장한 자태를 뽐내며 정착된 선박을 하나씩 하나씩 소개했다.


 선박들은 하나같이 거대하고 아름다웠다. 레이날드는 이제껏 보지 못한 큰 배들이여서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콧수염 사내가 (몽크라고 소개했지만 계속 그상태로 불리고 있었다.) 한척 한척을 설명할 때마다 입을 떡하니 벌렸으며 최고다 멋지다라며 감탄했고 콧수염 사내는



 - 알아보시다니.. 꽤나 지식인이셧군요.




라며 괜히 어깰르 으쓱으쓱댔다. 레이날드는 이거다 저거다 하며 손가락으로 몇번을 배들을 가리키는데 열올렸지만 세라는 이제껏 모든 선박에 불만을 가지고 있었다. 그 불만들은 대충 이러한 것이였다.



 - 너무 작아!

 - 볼품없어, 우아한 나와 어울리지 않다구...

 - 이건 좀 냄새가 나는데?



 

 레이날드는 모든 배들을 맘에들어 했지만 그와 다르게 세라는 그보다 더 엄격한 기준인지 콧수염 사내의 말에 줄줄이 퇴짜를 놓았다. 14번째 선박을 보고있을때쯤 레이날드가 세라를 멈춰 세우며 따진다.

 


 - 세라, 대체 왜 이러는거죠? 정말로 배가 맘에 안드나요?

 

 레이날드가 이해 할 수 없단 표정으로 세라를 정면 응시한다. 짐짓 레이날드의 얼굴에 화를 억누르는것이 보인다.

 



 - 응, 배가 맘에 안들어. 전부 다. / 세라가 손가락으로 원을 그리며 말했다.

 - 세라, 여긴 빌지워터 최고의 조선소에요. 빌지워터 최고는 곧 발로란 최고구요... 여기서 맘에 드는 배가 없다면 그 어디에서도 당신에게 알맞은 배는 없을꺼에요.

 


 - 응 알고 있어.

 

 - 변덕인가요?

 

 - 아니

 

 - 그러면요? 모건 선장님의 엘리자베스 호요?

 

 - 그것밖에 없는것같아.

 


 어느새 해가 서쪽 산 끝자락에 매달려 있었다. 조선소의 모든 선박들을 보고나서 맨 마지막 배 '용기'호를 보고 난 후였다. 명품 포트먼가의 조선소는 100여척의 선박이 있었지만 세라의 눈에 만족할만한 선박은 단 한척도 없었다. 모두 다 싸구려였고 죄다 빈틈투성이였다. 깐깐한 세라의 기준에 두손을 들은 레이날드는 한숨을 쉬며 고개를 돌리고 그만 돌아가자고 할때. 세라가 마지막 선박 '용기' 호의 뒷편을 빤히 쳐다보고 있었다. 아주 빤히. 세라가 가득 실망한채 돌아선 레이날드의 목덜미를 잡는다.

 


 - 저게 좋을것 같은데?

 - 뭐라구요?

 


 레이날드가 한걸음 단박질에 뛰어가보니 '용기'호 뒷편에 가려진 선박 한척이 보였다. 군함보다 크기는 조금 작았고 탐험선보다 컸다. 아직 채 만들다 말았는지 주갑판과 내부가 만들어지지 않았고 돛도 달려있지 않았다. 꽤나 손댄지 오래된듯 거미줄이 얼기설기로 엉켜있었다. 

 


 - 이 선박은 판매할 수 없습니다. 개발중이거든요.

 

 - 그럼 언제쯤 완성되지? / 세라가 물었다.

 

 - 올해 안으로는 무리일것 같습니다. 내년 초에나..

 

 콧수염 사내가 눈을 가늘께 뜨며 돛대 끝 부분을 쳐다보며 말했다. 

 

 - 시간을 더 줄일순 없겠어? / 세라가 재촉했다.

 

 - 안됩니다. 불가능하구요./ 콧수염 사내가 딱 잘라 말했다.

 

 - 오호, 순순히 내주지 않겠다 이말이군... 좋아 알겠어....

 


 

 콧수염 사내는 늦깍이 노총각이였다.

깐깐하고 결벽성 있는 성격에 여자들이 그를 만나고 나면 하나같이 재수없다고 한다. 그럼에도 콧수염 사내는 여자를 더욱 기피하며 조선소 안에 갇혀 지내다시피 했다. 그런 그일수록 세라에겐 남자들이 뒤돌아보게 하는 빼어난 미모와 작살나는 몸매가 있었다. 콧수염 사내는 깐깐함과 날카로움을 가지고 있었지만 바닷가 사람 특유의 욕망은 그를 무뎌지게 하고 커지게 했다. 레이날드는 사내에게 고양이처럼 사근사근 다가가는 세라를 말릴 수 없었다. 콧수염 사내에게 포츈의 유혹은 치명적이였다. 레이날드에게 '행운'은 치명적이였다.

 


 며칠 후. 북서쪽 항구에 배가 완성되었다는 소식이 들려온다. 정말로 항구 선착장쪽에 근사한 선박 한척이 귀티나는 자태를 뽐내며 바닷바람을 쐬고 있었다. 때마침 석양이 바다를 붉게 물들여 선박의 저녁노을과 같은 색을 한층 더해갔다. 주갑판 위엔 레이날드가 손을 흔들며 세라를 반긴다. 세라는 그제서야 기쁜듯이 팔짝팔짝 뛰며 레이날드를 꽈악 껴안는다. 꼬마같이 좋아하는 모습이지만 예전보다 좀 더 묵직해진 가슴이 레이날드의 배 위에 닿는다. 그 덕에 레이날드의 귀가 빨개졌을지도 모른다.

 






 

 

 '고마워요 엄마'

 

 엄마 생각이 난 포츈은 잠시 고개를 떨구는가 싶더니 이내 다시 머리카락을 쓸어넘기며 석양보다 붉게 빛나는 자신의 배로 시선을 옮긴다. 선박을 만드는데에 사흘이 걸리지 않았으며 조선소 모든 조선공들이 모든일을 멈추고 배에 매달려야만 끝낼수 있는 시간이였다.

 


 - 당신의 이름을 딴 배에요.

 

 - '행운' 호

 


 미인계를 이용해 배를 쉽게 구한것은 그녀에게 행운이였다. 만약에 그녀가 볼품없는 미모였다면 더욱 힘든일이 될을지도 모른다. 배 후미 부분의 선박의 이름을 뜻하는 표지판에 행운(Fortune)이라는 단어가 금색으로 박혀 있었다. 아래 부분에 작게 글귀가 적혀 있었다.

 

 '행운은 멍청이를 싫어하는 법이지'

 

 그리고 그녀가 배를 구합으로서 얻어지는 모험보다 더 큰 운명이 세라 포츈을 기다리고 있었다.


 

 

 



회상의 마무리. 피트의 술집


 - 큭, 술을 진탕으로 마신것같군


 피트의 술집엔 난동피우던 해적들도 술마시기가 끝났는지 모두 돌아가고 남은건 세라와 피트 단 둘뿐이였다. 커튼 사이로 샛노란 아침 햇살이 스멀스멀 술집 안을 기어오른다. 피트와 밤새 술잔을 기울이며 옛날 이야기를 하던 세라가 너무 깊이 취해버린 나머지 테이블 위에 헝클어진 머리를 드러눕히고 있었다. 포츈은 꽤 강한 주량을 가졌지만 과거의 아픈 기억와 어머니의 대한 그리움이 그녀를 깊이 취하게 한듯 하다. 유난히 붉은 물결머리, 초승달처럼 깊게 빛나는 눈, 남자들을 홀리는 풍만한 가슴과 인어같은 다리 태어나기도 전에 운명한 아버지에게 물려받은 뱃사람의 운명, 그리고 오랜시간 아픔과 고통을 견디며 행운을 자신의 것으로 만든 여자가 있었다. 그녀의 허리춤엔 상징과 같은 '충격과 공포'가 햇빛을 받아 위대하고 빛나고 있었다.







1부 회상의 끝

------


이것으로 1부 회상의 끝입니다


총 3부작으로 이루어져 있고


1부 회상 에선 과거의 이야기 미스포츈이 성장하면서 겪은 이야기이고

2부 모험 에선 미스 포츈의 해적 이야기와 갱플랭크 그리고 어머니를 죽인 범인에 관한 이야기

3부 전설 은 리그에 참전하기까지 이야기를 담을 예정입니다


이야기가 너무 긴데도 읽어주시는 분들께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