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4. 붉은머리 소녀





대해적 빈센트! 


 큼지막한 수배서 안에 복면을 하고 수염이 엉망진창으로 나있는 사내가 무언가 소리치듯 입을 벌리고 있다. 아래엔 대해적 빈센트라고 큼지막하게 써있다. 그 아래 0의 숫자는 4자리를 넘어갔다. 정확히 1만 하고도 2천 골드! 원양어선 한척이 천 골드에 거래되었으니 실로 엄청난 금액이였다. 해적선은 곧 모습을 드러내어 빌지워터에 상륙했는데. 해적선이라고 믿기지 않을 정도로 거대하고 한편으론 장엄한 자태를 뽐내고 있엇다. 원래 해적들은 훔치고 달아나는 것의 개념으로 일종의 좀도둑과 비슷했다. 하지만 그림자 빈센트의 등장은. 빌지워터에 해적 전문직이라는 새로운 직종을 알리는 것이였다. 




 마리아는 곧 10달 뒤. 건강한 딸아이를 출산한다. 이름은 세라 포츈(Sarah Fortune), 자신과 닮은 붉은 머리의 아기는 낳았을때 마리아보다 단을 더 닮아있엇다. 마리아의 이 기적과도 같은 출산은 함께 살던 과부들과 함께여서 가능한 일이였다. 과부들은 남편이 없어 수다를 떨때면 휴식 회관에서 모였는데 회관은 과부들로 가득차서 소위 과부당이라고 불렀다. 과부들은 아버지가 없는 세라의 사정을 같이 안타까워 해주었으며, 출산 경험자들은 산후 조리에 도와 주고 몇달 간 과부당에서 지내게 해, 마리아 몸에 안정을 크게 가졌던 때이기도 하다. 하지만 산후의 예민함 때문인지 밤마다 바다를 쳐다보면 울렁이는 마음에 눈물을 찍곤 했다. 뱃속에 씨앗을 남겨두기만 한채, 끝내 배에서 탈출하지 못한 단이 생각나서 일까, 아님 세라와 자신만 남겨둔 현실이 비통해서 일까. 가끔 절벽에 올라갈때 마다 저승에 있는 단이 생각났지만 집에 남겨둔 한창 크고있는 세라 덕분인지 목숨을 버리진 않았다. 평범하게 살던 한 여자가 납치되어 왕의 기생으로 끌려가 탈출해 고향을 향하던 도중 포류하던 배를 만나 선원과 사랑을 나누어 배까지 맞추고 아이를 가져 기구한 낯선 땅에서 하루하루 죽어가며, 하루하루 살아가고 있엇다. 하지만 그녀의 더욱 잔혹한 운명이 끝나지 않고, 새로운 국면으로 그녀를 맞이하고 있엇다.




오후 4시 싱그러운 풀밭의 정원에서 당신을 기다릴께요 - 인스



 또 쪽지다. 마리아가 얹혀 사는 집 문앞에 쪽지와 함께 꽃 한송이 하나 붙어 있다. 그걸 본 한나는 아유 또 시집가도 되겟다면서 깔깔대지만, 마음 한구석이 불편 했다.  집은 유독 친하게 지낸 한나의 집이였는데 작은 셋방에 마리아와 함께 들어와 살고 있엇다. 마리아는 출산 후에도 아이를 가진 과부라고 해도 믿기지 않을 정도의 미모를 유지했다. 그 덕에 마을의 장가 못간 노총각들은 한번씩은 구애했는데. 마음을 가다듬고 옷 깨나 차려입고 결혼해 주시오 라며 마리아에게 무릎을 꿇때, 마리아의 다리 뒤에서 아기가 아장아장 기어 붙는걸 보고 에이씨, 유부녀였잖아 하고 등을 돌려 침을 밷었다. 하지만 바닷가의 여자들이 과부가 대부분이듯이 그녀에게 이미 남편이 없다는것이 빠르게 알려졌고 속물처럼 다시 노총각들은 마리아에게 고등어 떼처럼 몰려다녔다. 여만간 스트레스를 받던 찰나 세라가 말도 잘 할 수 잇는 4살쯤 되자 마리아는 기대왔던 한나의 보석을 훔쳐 빌지워터를 잽싸게 빠져나갔다. 


그녀가 향한 곳은 '블루 플레임 섬'의 가장 넓은 지역인 북쪽 해안가 마을이였는데 빌지워터가 일종의 도시였다면 북쪽 해안가는 마을이였디. 지도에 이름도 나와있지 않은 마을이라 딱히 정해둔 이름도 없어 룬테라 사람들은 그곳을 북쪽 해안가라고 불렀다.  그곳은 빌지워터와 아이오니아 대륙을 이어주는 교역로였기에, 일자리가 있음직한 마을로 이사가 자식을 좀 더 편한 곳에서 키우고 싶다는 어머니는 결국 자신이 불행해지는 결과를 낳았다. 빌지워터 밤바다를 도망치며 마리아는 세라를 꼬옥 안아주며 속삭인다.


 - 세라... 꼭 강해지렴,



   북쪽 해안가는 중요한 교역로 답게 일자리를 쉽게 구할수 있엇다. 엄마는 여전히 아름다운 외모때문인지 땀을 흘리는 직종 대신 술집에서의 일이 어울렸는데, 뱃일로 남편을 일찍 잃은 빌지워터의 젊은 과부들은 대부분 이 길을 택할 수 밖에 없었다. 같은 시간내의 일 중에서도 꽤나 고소득을 올릴 수 있는 일이였기 때문이다. 술집 주인 마이론은 엄마가 오래 일할수록 돈을 더 주겠다는 말에 세라는 어쩔 수  없이 이웃사람들에게 맡기게 되었다. 엄마는 밤 늦게 까지 일하다 돌아오곤 했는데 세라를 반겨 안아줄때는 항상 선원들의 술냄새와 담배 냄새가 지독하게 났다. 하지만 세라는 전혀 싫어하는 기색이 없었으며, 한동안 그것을 엄마의 냄새로 인식했다.


 엄마가 마이론의 술집에서 일한지 3년이 지났고  어느순간부터 빌지워터의 해적들은 기하급수로 늘어났는데 그것은 눈에 띄게 줄은 어획량 때문이였다. 주민들이 대부분 어부라서 물고기를 잡아 다른나라에 수출하거나 자급자족하여 살아갔는데 물고기가 안잡힌다는것은 그들에게 죽음과도 같았다. 밥줄이 끊기자 사람들은 신경을 곤두세우며 시비를 걸어' 내 고기다, 내가 잡은것이다' 라며 싸우며 피를 보고 나야 편안하게 잠들 수 있엇는데, 아예 몇몃 어부들은 선박을 해적선으로 개조해 발로란 대륙을 들쑤시고 다녔다. 곧이어 빌지워터 시내에는 해적을 심심치않게 볼 수 있엇고 곳곳에 해적들이 술집을 털거나 가게의 보물들을 약탈하는 모습은 곧 빌지워터의 명물이 되었다. 빌지워터 대 해적의 역사가 시작 된 것이였다. 



  - 하하! 마리아! 잘 지냈는가?


  - 어서오세요. 선장님.


 뾰족한 수염의 사내가 술집 문을 열며 엄마를 반긴다. 이 사내는 모건 래캠, 엄마와 몇 안되는 친구중 하나이며, 모건 래캠은 빌지워터 출신으로 훗날 정의의 저널의 저널리스트가 된다. 모건 래캠은 마이온 술집의 20년 지기 단골이다. 그곳에서 일하는 엄마와 자주 마주치게 되었고 술을 마실때 마다 '내가 무슨 사람이냐'의 자랑과 함께 마이온의 흑진주 럼주의 맛, 이것에 대한 논평과 빌지워터의 정치판에 대한 얘기, 내가 빌지워터의 정치판에 나간다면 해야할 것들..... 엄마는 생판 모르는 빌지워터에 대해 모건은 훗날의 저널리스트답게 이리저리 설명하며 마리아의 말동무가 되어 주었다. 

 어느날 평소와 같이 흑진주 럼주 세 잔째 넘기며 모건이 말했다.



  - 으참참.... 딸이 있다고 하지 않았나..? 이름이 뭐라고 했지...? 그...그...

  - 세라요

  - 하하핫! 그래, 세라, 얼마전에 그물장이 아들녀석을 팬건 어찌 되었나?

  - 아휴, 속상해 죽겠네요... 어제 또 그녀석이랑 싸우고 왔어요.

  - 으하하핫! 꽤나 골치 아프겟구먼!




 붉은머리 꼬마아이 세라는  남자같은 드센 아이였다. 두건을 쓰고 다녀 얼핏보면 남자같은 외모에  덩치 큰 남자아이들이 덤비는 족족 코를 깨놓을 정도로 완강한 성격이여서, 여자아이는 물론 남자아이들 중에 소위 말하는 '짱'을 먹게 되었다. 사실 세라는 힘이 강한것이 아닌 '깡'이 있엇는데 9번 덤벼들어 8번 쓰러진다 해도 10번째 또 달려들어 결국 상대가 지쳐 항복하는 그런 깡이 있었다. 그 덕에 엄마는 연신 집집마다 사과를 하며 교육 좀 잘시키라는 뱃사람 여자들의 드센 핀잔들 듣고 다녔는데, 세라는 그 점에서는 도통 이해가 가지 않았다. 잘못한것은 내 쪽이 아닌데 왜 우리가 사과해야하는건지. 이것은 세라가 나중에 비슷한 일을 겪게 될때도 또한 번 되뇌이는 문제이다. 한번은 피트의 집에 사과를 하고 집으로 오는 중에 세라가 눈치를 보며 엄마에게 물었다.

 

  - 엄마, 힘 쎈 사람은 뭘 해야 되요?

 

 

  북쪽 해안가는 빌지워터와 아이오니아와 녹서스 등의 거래를 중매하는 곳이였다. 해적을 우려한 다른 나라들은 평소보다 거래의 양을 줄였는데, 교역로로써는 상당히 타격이 컷다. 빌지워터에 해적때문에 생기는 도미노 현상은 블루 플레임섬을 무너뜨리고 발로란 대륙까지도 영향을 끼쳣다. 

 

 

  세라 또래의 꼬맹이들 사이에선 아무도 세라를 건드리지 못했다. 세라에게 싸움을 걸어온 남자아이들도 세라를 따르고 곧이어 친하게 지냈다. 세라는 북쪽 해안가의 골목대장이 된 양, 이곳저곳을 누비며 상선에 낙서를 하기도 했고 물미역, 게를 잡아다가 구워 먹기도 했다. 세라를 따르던 친구들 중 가장 인상적인 녀석이 바로 피트였는데, 어른들이 하지 말라는 것들을 꼭 해내야 직성이 풀리고 마는 성격이였다. 어느날은 작살을 가져와 물고기를 잡겠다며 히히덕댄다.


 - 흐흐..히히 세라, 나좀 봐! 멋있지 않아?


  피트가 고기잡이 창을 창던지기 선수가 된 마냥 폼을 잡으며 깝쭉댄다. 바위 꼭대기에 올라가 포즈를 잡는데 그것은 마치.....그래, 스파르타 챔피언, 판테온의 페르세우스 스킨의 포즈를 흉내내고 있엇다.


 - 뭐야.. 히히히히

 - 우와, 멋진데?

 - 나도 창 한번만 만져 보자...응?

 

 아이들은 피트의 창이 부럽다는 둥 한번만 만져보게 해달라며 조르고 있엇다. 피트는 더욱 우쭐해져 각기 다른 폼을 잡으며 이 바위 저 바위를 망아지처럼 뛰어다녓다. 그때였다. 이끼가 낀 미끄러운 바위를 밟는 순간, 어 하려는 입모양새와 함께 쭈욱 미끄러져 바닷물에 빠지고 만다.


 - 으아아악!


 피트가 외마디 비명을 지르며 거친 파도에 휩쓸려 그만 정신을 잃고 만다. 바로 옆에 세라가 잽싸게 건져 주었지만 뜻밖의 불상사에 아이들은 당황해 어쩔줄 몰라 하고 있엇다. 피트가 죽었다며 더러 우는아이도 있었다.

 

 - 피트? 피트!

 - 피트 정신차려봐....

 - 으아아앙!! 피트가 죽었어!

 - 내..내가 마을의 어른들을 모셔올께!

 

  세라는 침착히 마을에서 어른들을 모셔온다는 말에 피트가 갑자기 눈을 팟 뜨더니 피트가 일생에 가장 기억될 한 마디를 밷는다.

 

 - 안돼 세라! 나는 작살 훔친거 들통나면 엄마한테 쫒겨나..

 

 라는 말을 꺼내며 세라를 붙잡아 말렸다. 갑자기 깨어난 피트에 아이들은 어리둥절 했지만, 혹이 뻘겋게 부어오른채 아직도 히히대며 웃어대는 피트를 보며 안심했다. 피트는 조금 돈(?) 녀석으로 세라보다 나이가 많고 키도 대가리 하나가 들어갈 정도로 컷지만, 그녀를 잘 따르는 죽마고우 였다.

 

  - 그때 내가 너 구해준거 기억안나?

  - 흐흐.... 세라 니가 날 구해줬다고? 나는 내가 직접 일어났엇는데?

  - 아냐 확실히 기억해, 니가 물을 먹어서 몸이 굉장히 무거웠엇어

  - 낄낄낄.... 그랬었나.....




 북쪽 해안가의 교역로에 어느날 그림자 빈센트가 찾아왔다. 이미 발로란 대륙에서 악명을 떨치던 그는 빌지워터에 자주 나타났지만, 그가 북쪽해안가를 찾은것은 처음이였다. 사람들은 악명높은 데드 풀을 보자 경악하며 재빨리 집으로 들어가 자신들의 집을 털지 않기를 기도하며 굳게 문을 잠궜다. 





  

  - 달이 절벽에 걸칠때 쯤 남쪽에서 해적선을 볼 수 있대!

  - 어... 어... 되게 크고 되게 멋있대!

  - 해적들은 한쪽 눈을 가린대!

  - 나는 해적선에 타고싶어!


 아이들은 그날 본 해적선이 신기하듯이 들뜬 애기를 하고 있엇다. 세라의 또래 아이들은 해적을 동경의 대상으로 보았다. 그날 북쪽해안가에 찾아온 크고 으리으리한 해적선은 아이들의 혼을 쏙 빼놓았다. 아이들의 기억에는 어른들이 '해적이 나타낫다'라며 크게 소리를 지르고 숨거나 도망쳤는데 그것이 놀이라고 보았고 부모들은 아이들의 눈을 가려버렸으니 진실을 알 턱이 없었다. 


 - 해적은 뭘 하는 사람인데? 

 - 어.....해적은 보물섬을 찾으러 갈꺼래!  우리 삼춘이 해적인데, 글쎄... 해적선엔 금은보화가 잔뜩 실려있대!


 그림자 빈센트가 무슨 이유에서 '데드 풀'을 이끌고 북쪽 해안가에 나타낫는지 모르지만, 그 이후로 북쪽 해안가는 더욱 심해진 노략질을 당해야 했다. 해적들은 이상하게도 자신을 공격하지 않는 한, 사람을 죽이진 않았는데, 그것은 '신사적인' 그들만의 룰이였다. 북쪽 해안가 마을은 그들의 수익 대부분을 차지하는 교역로가 해적들 때문에 제대로 사용할 수 없게 되자, 마을의 장로는 과부당에서 매일같이 해적을 막기 위한 회의를 했으며 남성들을 모아 해적이 올 때 마다 상륙을 저지하며 돌려보냈다. 하지만 곧 이 방법은 쓸모 없게 되었는데, 매번 남자들이 모일 수 없을 뿐더러 해적들이 대포를 소유하면서 포탄을 쏴대자, 더이상의 방어는 불가능했다. 

 

 여느날처럼 엄마는 마이론의 술집으로 출근을 한다. 출근하던 도중, 큰 길에 사람들이 그물처럼 꼼꼼하게 모여, 누군가의 이름을 계속해 연호하고 있었다. 사람들은 개선장군을 맞는듯 팔을 흔들며 푸른색 줄무늬 옷의 사내를 반긴다. 여기저기서 꽃가루가 터져나오고 악기 소리는 요란했다. 사람들이 외치는 목소리는 다음과 같았다.

 

 - 잭 선장 만세!

 - 잭 파울웰더 만세!

 - 잭 선장 만세!

 - 잭 파울웰더 만만세!


 ....





* 롤 공식 스토리와 다소 차이가 있을수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