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 생각이 나, 타 커뮤니티에 적은 글이 폭발적인 반응을 얻어 혹시나 좋아하실 분이 있나 싶어 올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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섭통, 신섭 소식이 없던 리니지2에 1년 반만에 신섭이 생겼다.
프렌차이즈 식으로 각 섭에 알을 박았던 거대 혈부터 향수에 젖어있던 일반 유저들까지 엄청난 인원이 대거 몰렸다.
당시의 구섭 패치를 100프로 적용한게 아닌,
부분 적용 방식으로 새로 시작하는 이들의 미처 적응하지 못하는 심리까지 부추기며 시작했던 카마엘서버
엄청난 인원 덕분에 사람들은 대기 시스템도 없는 그 당시에로그인을 빨리하기위해 비번 마저 쉽게 바꾸고 30분에서 1시간동안 로그인과 싸울 지경이었다.

섭이 열리고 1달이 채 지나지 않아 섭쟁이 터졌다.
만렙 85레벨 게임에 섭 평균 레벨 40렙인데 다들 B급(52렙제)아이템을 입기도 전에 쟁이 터진것이다.
사냥터 시시비비는 어딜가나 항상 존재했고, 구섭서 넓은 어깨로 으시대며 활보하던 이들끼리 모여있으니 자연 분란이 생길 수 밖에 없었다.
아직 공성도 오픈하기 전인데(기존 성내에 자동 방어하는 엔피씨의 난이도때문에 섭 유저 평균 능력을 보고 반영)
차후 각자의 이익을 위해 양 진영에 붙다보니 이른바 섭쟁이 되버릴만큼 규모가 대단했다.
당시 미르연합 VS 신의연합 구도에서 나는 신의연합 속 2번째로 큰 혈맹의 2라인 군주였다.
겉멋이 잔뜩든 유치 하기 짝이없는, 그래서 사실 지나면 아무것도 아닌 라인 군주제도...
어릴땐 그저 내 캐릭명 위에 미라클 2라인 군주라는 반짝이는 칭호가 좋았다.

누가 말했던가 좆밥들 싸움이 재밌다고,
과연 렙들은 낮았지만 섭에 딱히 고강도 없었고 비급을 두른 이도 많지않아 교전은 정말 볼만했다.
국지전은 말섬 동문, 기란성 북문에서 부터 어느 필드에서도 발생했다.
도합 몇천명이 넘는 대규모 교전시에는 전방에 적을 두고 선봉에 서서 대쉬로 달려갈때에는 심장이 쿵쾅거릴 만큼 장관이었다.
이권이고 명분이고 자시고 그게 뭐가 중요한가 지금이렇게 그저 적과 싸우는 자체가 신나는데.

그렇게 3달이 지났다.
결과는 우리쪽 신의연합의 승리였다.
패자들의 몇몇은 서버에서 이탈했고, 잔류하는 인원들은 차후 어떠한 공식적 활동도 하지 않을 것을 강요 받았고 이에 동의했다.
기란성 신전에 모든 신의연합 인원들이 모여 승리를 자축했다.
거기서 나와 같은 글라디에이터 클래스의 섭 최고렙이라는 레오형님을 처음으로 제대로 뵀다.
하트엔소울이라는 연합속 2순위 혈맹의 군주셨다.
선봉에 같이 서고 같은 클래스라는 동질감, 과묵하지만 멋지게 싸우는 연장자에 대한 동경심
그러나 인사는 잠깐이었다.
본론이 남아있었다.

자축 뒤 3시간의 군주진 회의가 진행됐다.
승리의 대한 전리품으로 연합은 성을 나눠 각인키로 했다.
때마침 2주뒤에 공성오픈 패치가 예정 되있었기 때문이다.
1순위던 카마엘 혈맹이 만장일치로 리니지월드의 수도인 아덴성을 각인하기로 했다.
변방의 세율적은 디온성이 우리에게 떨어졌다.
평소에도 잔소리가 심하고 좀 계산적이라는 평이 있던 1라인군주가 디온성이 뭐냐고 툴툴댔다.
상관없었다. 그저 우리가 이겼고 성주가 된다는 사실이 좋았다.
이 짜릿한 감정때문에 그동안 잠도 제대로 못자고 그 고생을 했구나....이제 밀린 숙제를 할때구나...
승리라는 값진 훈장을 어깨에 달고 사냥터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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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롤 압박
긴글 이라는 단점이지만
어찌됐든 아직 스토리는 엄청나게 남아있습니다.
누군가에게 어떠한 게임의 그시간이 기억에 평생남아있듯이
저에게도 8년이 지난 지금도 또렷이 남아있는 기억입니다.
관심없는 분도 있겠지만 이야기가 재밌으실 분도 있겠지요
2편은 차후 적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