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수게이머즈 (Gosugamers) 가 수석 게임 및 밸런스 디자이너 마이크 도네이즈와 하스스톤 개발자 데릭 사카모토와 <탐험가 연맹>, 특히 새로 나온 "발견" 메카니즘에 관한 인터뷰를 진행했습니다. 

인터뷰는 어제 기사로 올라왔으나, 인터뷰 진행시점은 블리즈컨입니다.

이번 편은 1부이며, 2부는 추후에 고수게이머즈 웹사이트에 올라올 예정입니다.


 참고로, 저 Gosu는 우리가 아는 우리말 '고수'가 맞아요. 스타크래프트 1 시절 우리가 쓰던 단어인 '고수'가 해외로 수출되어서, 미국 게임 웹진의 이름으로까지 정착되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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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스스톤 개발자 마이크 도네이즈와 데릭 사카모토와의 인
터뷰 1부:

 블리자드: "발견" 메카니즘을 이용해, 우리는 사용자의 '실
력'을 가늠할 수 있는 선택지를 더 많이 만들고 싶었다.  

 
 지금은 하스스톤 플레이어들께선 최신 확장팩인 <탐험가 연맹>을 발매 후 2주동안 재밌게 즐기고 계시지만, 저희가 블리즈컨에서 이 확장팩을 처음 체험해보고 이에 대한 대화도 나눌 때에는 아직 발매 전이였죠. 새 카드들과 새 메카니즘에 대한 기대감이 잔뜩 부풀어있던 저는, Team 5(하스스톤 개발팀)의 선임 개발자들마이크 도네이즈데릭 사카모토와 함께 이야기할 기회를 얻었습니다. 전 그들에게 질문 몇 개를 던져보기로 했지요. 

 
 "얼음왕관 성채는요???" 제 입에서 튀어나온 첫번째 질문이었죠. 2015년 블리즈컨에서 하스스톤 확장팩 공개가 나오기 몇주 전부터, 저를 비롯한 하스 커뮤니티에서는 리치왕을 상대할 생각에 들떠 있었습니다. 분명히 복선과 떡밥이 여럿 깔린 듯 했죠. 겨울이지, 방금 대마상시합(은빛십자군 마상시합의 하스스톤 버젼)이 나왔지. 심지어 차가운 파란색의 (블리즈컨2015)뒷면도 공개되었고. 마지막으로, 우리 모두는 이번 확장팩이 '모험모드'가 될 거라는 걸 알고 있었죠. 기존의 모험모드는 WoW에서 이미 나왔던 레이드 컨텐츠를 본따서 만들어졌고요. 


 새 길을 헤쳐나가며


 블리자드의 작전은 성공했지요. 애너하임에서 직접 블리즈컨에 참가한 사람들도, 집에서 생방송으로 블리즈컨을 보던 사람들도 <탐험가 연맹>을 전혀 예상하지 못했습니다. 뚝 떨어지는 변화구에 방망이가 선풍기처럼 휭휭 돌아갔죠. 

 (역주: 일본발 신카드/신캐릭터 및 성우 정보 떡밥이 11월 초, 블리즈컨 전에 떴었습니다. 리노 잭슨, 엘리스 스타시커, 박물관 관리인(Curator), 족장 스카바쉬, 나가 바다 마녀, 에테리얼 창조술사(Conjurer) 등의 떡밥이 맞음으로서, 이 유출 떡밥의 신뢰성이 높아졌습니다.  http://www.inven.co.kr/board/powerbbs.php?come_idx=3508&l=3287
이 떡밥에도 League of Explorers, 즉 탐험가 연맹의 떡밥이 나왔는데, 번역자인 저는 새로운 모험모드인 건 꿈에도 모르고, 감도 못잡고 어리둥절 했었지요. 
安西康高: League of Explore 노래. (역주: 이거 도대체 뭔가요?))


 마이크 도네이즈는 "게임의 신선함을 유지하고 사람들이 다음 컨텐츠가 뭘지 궁금하게 만드는 거죠," 라고 밝혔습니다. "또한 기존의 레이드 컨텐츠에서 탈피하여 모험을 떠나는 게 저희에게도 더 재밌었고요." 

 도에니즈가 이끌고 있는 팀에게는, <탐험가 연맹>은 기존의 틀에서 벗어나는 것 이상의 의미를 가지고 있는 확장팩입니다. 그들에게는 이번 확장팩이 자신들이 좋아하던 것들을 다시 회상할 수 있는 만남의 장이었죠. 굳이 WoW 세계관하고 연계될 필요가 없는 것들도 말이죠. 영화, 전자 오락, 보드게임 등은 상상력의 화수분이 됩니다. 또한 좀 더 넓은 폭의, 다양한 류의 소비자들을 아우를 수 있고요. 낙스라마스 레이드가 얼마나 대단한지는 잘 모르는 사람이 많습니다만, 탐험 영화와 인디애나 존스풍의 캐릭터들은 대중적으로 사랑받거든요. 블리자드는 자사 게임의 세계관과 대중 문화 간의 연결고리를 자주 걸긴 합니다만, 이번 <탐험가 연맹>은, 마이크가 말하듯이, 같은 세계관 안에 있으면서도 기존 컨텐츠와 아주 차별화되있죠. 


 "발견"을 발견하다

 
  카드게임에서 새 확장팩이 발매될 때엔 특정 카드 몇 장 보다도 새로운 메카니즘이 중점이 됩니다. 지금 당장 플레이어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기는 건 특정 하수인이나 주문이지만, (그리고 우리가 쓰는 것도 얘들이죠.) 모든 TCG를 구성하는 벽돌은 바로 메카니즘입니다. 
하스스톤처럼 로테이션을 돌리지 않는 카드게임에선, 탄탄한 메카니즘 하나만이라도 제대로 개발해내면 현 확장팩 뿐만 아니라 앞으로 나올 확장팩의 카드들까지 먹여살릴 수 있습니다. 더 독특하고 창의적인 카드들을 만들어낼 여지가 많아지는 거죠.  

 <탐험가 연맹>의 "발견" 메카니즘은 그런 효자가 될 잠재력이 충분합니다. "발견" 효과가 발동이 되면, 카드에 쓰여진 조건을 3개의 카드가 플레이어 앞에 펼쳐지고, 플레이어는 그 중 한 장만 골라야 합니다. "발견"을 처음 봤을 땐 전 좀 시큰둥했습니다. 하지만, 도네이즈와 사카모토 씨와 얘기를 나누고, <탐험가 연맹> 정식 발매 후 게임을 해보고 나서는 새로운 세계에 눈을 떴죠. 

 마이크 도네이즈는 이렇게 말하더군요. "다수의 프로 선수들은, 매 턴마다 더 많은 유의미한 선택지 사이에서 고민할 수 있도록, 더 많은 카드가 손으로 들어올 수 있게 해달라고 저희에게 요구했습니다. 이로 인해 고수와 하수의 차이가 커지고 덱을 굴리는데도 실력의 중요성이 커지죠." 

 수석 개발자가 요점을 잘 짚은 거죠. 하스스톤에서 가장 운영하기 어려운 덱들은 으레 컨트롤덱이나 콤보덱이었습니다. 왜냐하면 손에 들린 카드가 많고, 따라서 경우의 수도 많으며, 그 많은 선택지 중에서 최적의 수를 찾아야 하기 때문이죠. 거인흑마, 냉법, 손놈전사, 그리고 주문도적과 기름도적같은 콤보도적들을 굴릴 때는 한순간의 실수도 용납되지 않습니다. 한 번의 실수가 패배로 직결되는, 마치 외줄타기 같은 덱들이죠. 하지만, 완벽한 수를 두면 매우매우 강력한 덱들이기도 합니다. 그러기에 실수를 거의 하지 않는 선수들이 이 덱들을 선호하곤 하죠. 

 "발견"은 '카드 수 우위'라는 개념을 한층 더 발전시키려 합니다. 위에서 언급했던 컨트롤/콤보 덱들도 '카드를 맨날 뽑아봤자 그게 그거, 안 봐도 비디오' 라는 고질적인 '단점'을 지니고 있습니다. 이로 인해 각 덱간의 상성관계가 정형화되고 고정됩니다. 하지만 이번 확장팩의 신기능인 "발견"은 그게 아니에요. "플레이어들이 미처 준비하지 못한 상황에 임기응변으로 대처하게 하자." 이것이 하스스톤의 핵심 철학이며, "발견"은 이 철학과 궁합이 잘 맞습니다.

 "카드를 '발견'해서 뽑게 되면, 좀 더 많은 선택지를 가지게 되는 건 사실이지만, 뽑는 카드들은 매번 다릅니다. 플레이어의 실력을 시험할 선택지들을 많이 만들어내는데 아주 좋은 메카니즘이죠. '발견'을 할 때, 어떤 카드를 고르느냐에 따라 현재 경기를 얼마나 잘 이해하고 있는가를 알 수 있죠. 이런 선택의 기로를 이용하여 재미와 실력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을 수 있는 겁니다."
반면에, "발견"의 가장 큰 장점은 제 눈에는 양날의 검으로 보였습니다. 벌목기에서 순전히 운으로 대형 하수인이 나오거나, 차원문에서 말도 안되는 하수인이 순전히 운으로 나오면서 그대로 게임이 터져버리는 현상이 간간히 나움에도 불구하고, 블리자드는 방금 언급했던 그 논리를 옛날부터 주구장창 들고나오고선 이런 부류의 무작위성 강한 카드들을 옹호하곤 했습니다. 무작위성이라는 요소를 가지고 있는 카드와 메카니즘은 항상 따가운 눈초리를 받곤 하며, 받아야 합니다. 어쩔 때는 기대 이상의 성과를 내주고, 어쩔 때는 망하기도 하죠. 일관성이 부족하며 기복이 심하죠. 큰 기복 때문에 망하는 경우의 대표적인 예로는 "창시합" 메카니즘이 있죠. 전 마이크에게 이 문제에 대한 질문을 헀고, 그는 이렇게 답했습니다.

 "제가 느낀 바가 뭐냐면, 무작위성에도 어느정도의 '공정함'은 보장이 되어야 한다는 겁니다. 그물거미를 한 번 보시죠. 내 손으로 들어오는 야수는 완전히 무작위지만, 그래도 제 값의 마나를 지불하고 야수를 내야 합니다. 그냥 야수를 즉시 소환했다면, 이거 한 방으로 게임이 뒤엎어질 수도 있고, 이는 건전하지 못하죠. '발견'도 마찬가지에요. 아주 강력한 대형 하수인을 발견했다 치죠. 그래도 제 마나값을 고스란히 지불하고 카드를 내야 합니다.
 전 불안정한 차원문도 그다지 싫어하지 않아요. 원래 10마나인 카드가 차원문에서 나왔다 칩시다. 그 카드를 내려면 어쨌거나 총 9마나를 소비해야 해요."

(역주: 그럼 '건전하지 못한' 산양 사육사는 도대체 왜 발매했나요?")



 하스스톤, PvE, 그리고 "선술집 난투"라는 이름의 그림판


 모험모드 관련 이야기를 계속 나누면서, 전 PvE로 화제를 슬슬 옮겼습니다. 전 <낙스라마스의 저주>를 처음 접하고 중간보스들을 쳐부술 전용덱을 만들던 시절을 회상하며 개발자들한테 얘기를 했죠. 등급전에서 노가다를 하는 데 질려있었던 저에겐 모험모드가 가뭄의 단비와도 같았었어요. 매직더개더링의 Arch-enemy 모드나, 덱을 만들어서 친구들과 협동전을 함께 즐기던 보드게임이 떠오르더군요. 


 하지만 처음에만 재밌지, 하스스톤의 PvE 컨텐츠인 모험모드는 반복하려고 하면 할수록 재미없어졌죠. 반복해서 모험모드를 할 이유가 없다시피 하니까요. 최종보스를 무찌르고 나면, "1인용 모험 모드" 버튼은 대다수의 하스스톤 유저들에게는 그냥 없는 버튼이나 마찬가지죠. 새 모험모드가 발매되기 전까지는 이 컨텐츠는 그냥 죽은 컨텐츠인 겁니다. 하지만 마이크 도네이즈는 이 같은 트렌드는 별로 달라지지 않을 거라고 합니다. Team 5는 모험모드가 지금처럼 '한 번 재밌으면 그만인' 컨텐츠로 남아있길 바라거든요.

 "정기적으로 새 확장팩과 모험모드를 발매할 예정이지만, 저희가 하스스톤의 최고의 장점이라 생각하는 건 바로 다른 사람들과의 PvP 게임을 할 수 있다는 점이에요. 반복해서 플레이할 여지도 아주 많으며,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으니까요. 유저들은 저마다 다르다는 걸 인지하고 있으며, 따라서 투기장이나 모험모드 등의 컨텐츠를 활용해 다른 수요를 가진 유저들도 만족할 수 있도록 저희 개발팀이 계속 고민해야 합니다. 많은 분들께서 "이 컨텐츠들을 반복 플레이해도 재밌을 수 있도록 해주세요." 라고 말씀해주십니다. 이런 이유에서, 업적 시스템이 언젠가 도입 될 가능성도 있습니다."

 하스스톤 개발자들과 나눈 담화의 첫 15분을 다룬 이 글을 선술집 난투 얘기로 끝맺을까 합니다. 선술집 난투의 잠재력이 만개했죠. 선술집 난투 발매 직후부터 제일 최근의 메카조드 난투까지 쭉 보아오면서, 전 선술집 난투에서 실험할 것이 아직도 많이 남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따지고 보면 선술집 난투라는 게 게임의 기존을 규칙을 깨부수고 평소에는 볼 수 없는 광경을 보게 해주는 데 모든 의의가 있는 거잖아요. 그물거미 난투나 차원문 난투가 재밌긴 했어도, 그런 류의 난투를 하느라 정작 차후에 게임에 적용될 가능성도 있는 과감한 기능를 실험할 기회가 뺐긴 감도 있거든요. 

 전 개발팀이 선술집 난투를 미래를 구상하는 칠판, 그림판으로 진심으로 간주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기뻐할 수 있었습니다.  

 "저희는 이 게임을 플레이하는 새로운 방도를 계속 찾고 있어요. 그리고 선술집 난투는 이거에 딱 좋죠.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선술집 난투를 해주시는 건 마치 매 주말마다 베타테스트를 하는 것과 같거든요. 저희는 이를 적극 활용할 생각이고요. 
 저희는 선술집 난투에서 정말 많이 배울 수 있었어요. 선술집 난투에서 시도해본 디자인이 진짜 정식 카드에서 적용되기도 했죠. 예를 들면, 1년 전에 저희는 카드를 뽑는 대신, 세 개의 옵션 중에 카드를 한 장 고르는 선술집 난투를 생각해 냈어요. 그리고 '천하제일 소환대회'는 '소환의 돌'이란 카드가 되었죠."

 다음 파트에선 하스스톤 대회, 커스텀 토너먼트 모드, 그리고 유저 인터페이스(UI)등 Team 5가 당면한 과제에 대해 마이크와 데릭과 함께 나눈 대화를 다루겠습니다. 많이많이 기대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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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은 여기까지입니다. 추천과, 악플이 아닌 댓글은 번역자에게 힘이 됩니다.   



(글 작성할 때 오른쪽 하단에 주황색 버튼으로 "하스 카드" 라고 되어있는 거 보이시죠? 그걸로 이미지를 추가했는데 그거때문에 글 중간에 마우스를 올리면 보석 박힌 딱정벌레로 링크되고 딱정벌레의 이미지가 뜨는 문제가 있네요. 어떻게 해결해야 하나요.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