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주 후, 지브롤터. 

 “메르시 박사님!”

 그녀가 이곳에 도착하자마자 반갑게 이름을 불러주는 이가 있었다. 윈스턴, 바로 그였다. 세상에, 저 육중한 몸집으로 저렇게 방방 뛰는 듯 걸어올 수 있다니! 앙겔라는 부드럽게 웃으며 그녀를 향해 달려오는 유인원을 반갑게 맞이했다.

 “윈스턴, 정말 오랜만이에요. 몇 년 만이죠? 3년 만인가요?”
 “정확히는 4년 하고 2개월 만입니다, 박사님! 정말 변한 게 없으시군요! 여전히 아름다우십니다.”

 오버워치의 과학자이자 유전자 조작 유인원, 윈스턴은 그렇게 말하며 호쾌히 웃었다. 아닌 게 아니라 그녀의 모습은 여전히 아름다웠다. 발키리 슈트는 그녀의 잘 빠진 곡선을 유려하게 드러내고 있었고, 날개형 추진기에서 흘러나오는 빛에 그녀의 백금발 머리카락이 반짝이고 있었다. 아이의 그것처럼 생기발랄한 눈동자와 잡티 하나 없이 뽀얀 얼굴, 그리고 멋들어진 몸매까지. 마치 세월이 그녀만 슬쩍 비켜간 것처럼 앙겔라의 모습은 예나 지금이나 변한 게 없었다.

 “고마워요. 그러는 당신은 변했군요? 그런 작업용 멘트도 날릴 줄 알게 되었고.” 앙겔라는 그렇게 말하며 장난스럽게 윈스턴의 입가를 슥 닦았다. “하지만 땅콩버터를 좋아하는 건 여전한가 보네요.”
 [좋아하는 정도가 아니라 중독 증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메르시 박사님. 건강에 심각한 불균형을 초래할 확률이 44%에 육박합니다.]
 “아테나, 쓸데없는 소리는…….”
 “아테나! 후후, 정말 오랜만이에요. 잘 지냈어요?”

 갑자기 수리용 로봇 하나가 이쪽으로 쪼르르 날아오며 기계음 섞인 목소리를 냈지만, 그것은 앙겔라도 윈스턴도 익히 알고 있는 목소리였다. 그녀의 이름은 아테나. 윈스턴이 만들고 현재 이 지브롤터의 거의 모든 시설을 책임지고 있는 인공지능이었다. 앙겔라는 그런 로봇을 향해 장난스럽게 물었다.

 “보아하니 제가 당신에게 입력한 건강 체크 기능이 아주 잘 작동하고 있나 보군요?”
 [매우 유용하게 사용하고 있습니다, 박사님. 원하신다면 윈스턴의 자료를 넘겨드릴 수도 있습니다.]
 “끄응.”
 “후후, 정말 둘 사이는 여전하네요.” 

 메르시가 입을 가리고 호호 웃자 윈스턴이 쓴웃음을 지으며 별 수 없다는 듯 머리를 긁적였다.

 “하하, 변하지 않는 것도 있는 법이죠. 자, 서서 이야기하기도 뭐하니 어서 들어오시죠. 보수 중이긴 하지만 차 정도는 드릴 수 있을 겁니다.”
 [윈스턴, 박사님께 오해의 여지가 있는 발언은 자제해주시길 바래요. 제게 청소 명령을 내려놓고서는 당신은 방금 전까지 하스스톤 경기를 관람하고 있었잖아요?]
 “지금 그게 널 만들어준 과학자에게 할 소리야, 아테나? 어차피 힘들지도 않으면서 뭘 그래?”
 [힘들지는 않죠. 하지만 저도 기분이라는 게 있답니다.]
 “기분? 흥, 인공지능 주제에.”
 [그 인공지능을 이렇게 잘 만들어주신 분은 어디 사시는 누구실까요.]
 “으으, 하여간 한 마디도 안 져.”

 윈스턴과 보수용 로봇(아테나)가 사이좋은 오누이처럼 티격태격하는 소리를 배경음 삼아, 앙겔라는 주변은 느긋이 감상했다. 추억이 생각나는 것일까, 그녀의 눈에 아련한 빛이 깃들었다. 이곳에 오는 건 오버워치 해체 이후로 처음이었다. 벌써 4년이라는 세월이 흘렀던 것이었다. 윈스턴의 말대로 보수 중인지 무인 로봇이 기지의 이쪽저쪽에서 바쁘게 움직이고 있었다. 기지가 썩 깨끗하지는 않았다. 하긴 몇 년 동안 거의 방치되다시피 한 구조물이 여전히 깨끗하다면 그게 더 이상한 일이었다. 

 “밖이 좀 더럽죠?” 윈스턴이 기지 안으로 들어서며 말했다. “원래 이렇게까지 더럽지는 않았는데, 며칠 전에 좀 일이 생겨서 말입니다.”
 “폭풍우라도 왔다 갔나 보죠? 어디……. 어머나. 아무래도 폭풍우보다 고약한 무언가가 왔다 간 모양이군요,”
 “하하…….”

 앙겔라는 기지 내부를 보며 자신의 말을 정정했다. 밖이야 그렇다 치더라도 기지 안에는 전투의 흔적이 여실이 남아있었기 때문이었다. 천장에 매달아놨던 육중한 구조물은 바닥에 떨어져 박살이 나 있었고, 곳곳에 총알 자국이 가득했다. 윈스턴의 강화 슈트도, 자세히 보면 미처 감추지 못한 총알 자국이 있었고 말이다. 앙겔라는 어디서 가져온 건지 김이 모락모락 나는 커피 두 잔을 들고 종종걸음으로 따라 들어온 로봇을 향해 물었다. 

 “아테나! 여기서 무슨 일이 있었던 거예요?”
 [4일 전에 리퍼를 필두로 한 탈론 세력에게 습격을 받았습니다, 박사님. 그는 제 안에 있던 오버워치 요원들이 정보를 빼내려고 했어요. 윈스턴과 제 활약으로 간신히 막긴 했지만요.]
 “세상에, 탈론이라면 그 테러 집단 말인가요? 게다가 그 악독한 암살자로 유명한 리퍼라니……. 괜찮아요, 윈스턴? 다친 곳은요?”
 “박사님이 예전에 개발해두셨던 나노 머신 치료기가 있어서 살았습니다.” 윈스턴이 안경을 들어 올리며 씩 웃었다. “그저 박사님의 선견지명에 감탄했을 뿐이죠.”

 앙겔라는 깜짝 놀란 마음을 추스르며 의자에 앉았다. 지금에야 저렇게 웃으며 말하지만, 정말 위험했을 것이 분명했다. 하지만 윈스턴 역시 오버워치의 요원. 그는 강인한 정신의 소유자였다. 앙겔라는 커피 한 모금을 마시며 숨을 길게 내뱉었다.

 “휴, 어쨌든 도움이 되었다니 다행이에요. 소집에 응한 요원은 저 말고 또 누가 있나요?”
 “어디보자, 라인하르트 씨, 토르비욘 씨, 겐지 씨, 그리고 메이 씨. 일단 이 정도군요. 아 트레이서…레나는 소집 요청을 하자마자 다음날 바로 와서 며칠 있다가 갔습니다. 그동안 자경단 활동이라도 한 모양인지 장비의 상태가 썩 좋지 않더군요.”
 “후후, 옥스턴 양은 그런 섬세한 일에 조금 서투니까요.”
 “조금만 더 차분했으면 좋겠는데 말이죠.” 윈스턴이 쓴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아무튼 장비를 손봐주긴 했습니다만, 너무 보채는 바람에 세세한 부분까진 다 조정하지 못했습니다. 오작동이라도 하면 어떻게 될지 좀 걱정되는군요.” 
 “괜찮을 거예요. 옥스턴 양은 강하니까요.”
 “예, 물론이죠. 아, 오시게 한 건 다름이 아니라 박사님의 장비에 대해서도 한 번 보고자 해서 연락을 드렸습니다. 오랜만에 얼굴도 볼 겸 해서 말이죠.”
 “어머, 그래요? 그럼 저야 고맙죠. 오버워치 최고의 과학자께서 친히 장비를 검사해주신다니 말이에요.”
 “하하, 그런 말을 들으니 최선을 다해야겠군요! 장비는 여기에 놔두시고, 잠시만 기다려주세요 박사님. 그리 오래 걸리지는 않을 겁니다.”

 앙겔라야 마다할 이유가 없었다. 아무리 발키리 슈트를 그녀 스스로 만들었다 하나 윈스턴은 그녀보다 훨씬 더 뛰어난 공학자였으니까. 한창 오버워치가 활동 중일 시절엔 요원들의 장비들 중 그의 손길이 거치지 않은 걸 찾기가 힘들 정도였다. 하지만 어서 장비를 달라는 듯 두 손을 내미는 윈스턴에겐 미안하지만, 조금 곤란한 일이……. 앙겔라는 이걸 말해야하나 말아야하나 망설였다. 그녀의 얼굴이 조금 빨개져 있었다.

 “박사님?”
 [윈스턴! 설마 지금 박사님보고 당신 앞에서 슈트를 벗으라는 건가요? 몰랐는데 많이 음흉해지셨군요. 땅콩버터의 부작용이 틀림없어요.]
 “어, 아니, 아.” 윈스턴이 아차 하는 표정으로 앙겔라를 봤다가, 로봇을 봤다가 휙 돌아섰다. “죄, 죄송합니다 박사님! 제가 그만 들뜬 바람에 실수를…….”
 “괜찮아요. 그럴 수도 있죠.”
 [이게 다 땅콩버터 때문입니다, 박사님. 윈스턴을 말리지 못한 제 잘못이에요.]
 “아닙니다, 제 잘못…은근슬쩍 땅콩버터를 끼워 넣지 마, 아테나! 저쪽에 객실이 있으니 거기서 준비해주시면 아테나에게 가져오라고 하겠습니다.”
 [이쪽입니다.]

 로봇이 앞장을 섰다. 왠지 모르게 로봇의 목소리엔 아쉬움이 가득하게 느껴졌다. 아테나는 의식을 분할한 모양인지, 앙겔라 뒤로는 공중을 향해 주먹을 빙빙 휘두르는 윈스턴의 고함 소리와 아테나의 가볍게 빈정거리는 목소리가 하모니를 이루고 있었다. 유인원 변태, 땅콩버터 등이 그들의 주요 주제(?)였다.

 [박사님, 이쪽.]
 “어머나? 이쪽은 남성용 숙소로 가는 길이지 않나요? 뭐…하긴 아무도 없을 테니 상관없긴 하지만.”

 얼마나 갔을까, 갑자기 안내하던 로봇이 진로를 휙 바꿨다. 앙겔라는 크게 신경 쓰지 않고 따라갔다. 오래 있을 것도 아니고 그냥 슈트만 벗을 뿐인데, 구태여 멀리 있는 여성용 숙소까지 갈 필요는 없다는 생각에서였다. 하지만 남성용 숙소의 어느 문 앞에서 잘만 안내하던 로봇이 갑자기 딱 멈춰 털썩 쓰러지자, 그제야 뭔가 이상한 낌새를 눈치 챈 앙겔라였다.

 ‘뭐지?’

 그녀는 재빨리 호신용 권총을 손이 쥐며 주위를 경계했다. 윈스턴의 말로는 며칠 전에 탈론이라는 테러 단체의 습격이 있었다고 했다. 그들 중 하나가 이곳에 숨어있다 해도 이상한 일이 아니었다. 물론 기지 전체에 아테나의 눈이 닿지 않는 곳은 없을 테지만, 그렇다고 방심해도 된다는 건 아니었다. 방심이야말로 죽음에 이르는 가장 위험한 수단임을 모를 리 없는 앙겔라였다.    

 위잉

 하지만 그런 그녀도 등 뒤에서 숙소 문이 갑자기 열리리라곤 예상하지 못했다.

 “……!”

 어찌나 놀랐던지, 그녀는 거의 반사적으로 권총의 총구를 그쪽으로 돌렸다. 그녀의 행동은 확실히 재빨랐으나, 유감스럽게도 그리 실효를 거두지는 못했다. 문 뒤에 있던 누군가가 그녀의 팔을 잡아채더니 방안으로 끌어들였기 때문이었다. 거미가 먹이를 낚아채듯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었다.

 “꺅! 이거 놔요! 윈…….”
 “매번 잡힐 때마다 놓으라고 하는군. 질리지도 않나?”

 소리치려는 그녀의 말을 막아서며 팔목을 잡은 누군가가 말했다. 앙겔라의 눈에 의혹이 가시며 점차 놀라움이, 그 뒤로는 기쁨이 차오르기 시작했다. 그녀의 손목을 잡고 있는 이는 잭 모리슨이었던 것이다. 

 “모리슨? 당신이에요?”
 “날 속였더군.”
 “뭐가요?”
 “시치미 떼지 마! 네 눈엔 이게 나노 머신으로 보이나, 응?”

 모리슨은 그렇게 말하며 그녀의 손에 예의 그 원형의 통을 쥐어줬다. 보온병처럼 생긴 그것은…진짜 보온병이었다. 하지만 그녀는 미소를 지우지 않고 있었다. 그제야 아차 하는 얼굴로 그녀의 눈을 바라보는 모리슨이었다.

 “후후.”
 “…당했군. 어째서지?”
 “뭐, 언제까지고 기다릴 생각도 있었지만 왠지 저만 기다리는 건 기분이 나빠서 말이죠. 그리고…….” 앙겔라가 부드럽게 미소지으며 말했다. “그리고 그래야 당신이 절 찾아올 핑계도 생기니까요.”
 “헛소리.”
 “어머나, 정말 당신 나노 머신만 필요했던 것 맞아요? 아무리 제가 개발자라고는 하지만 상식적으로 그런 정밀 기기를 집안에 떡하니 두고 있을 리는 없잖아요. 당신이나 되는 사람이 그걸 모르지는 않았을 것 같은데요?”
 “…….”

 할 말을 잃은 모양인지 아니면 어쨌는지는 모르겠지만, 모리슨은 앙겔라의 그 말에 딱히 반박을 못하고 어물거렸다. 그 모습을 보며 그녀의 미소가 짙어지는 건 두말 할 필요도 없었다. 자신을 찾아올 거라 생각은 했지만, 이토록 단시간 내에 보게 될 줄은 예상하지 못한 그녀였다.

 “그나저나 여기는 어떻게 온 거예요?”
 “왜, 내가 못 올 곳이라도 왔나?”
 “그게 아니라, 아테나의 감시망을 피해서 어떻게 왔는지 궁금해서요.”
 [사령관님은 제 감시망을 피하지 않았습니다, 박사님.]
 “꺅! 아테나! 놀라게 하지 말아요!”

 둘만 있는 줄 알았다가 갑자기 방안에서 소리가 들려오자 기겁을 하는 앙겔라였다. 그리고 방문이 윙 하고 열리더니, 아까 그 로봇이 커다란 박스를 든 채 얌전하게 서있었다.

 [사령관님께서는 박사님이 오신다는 소식을 듣고 어제 오셔서 기다리고 계셨습니다. 안심하시길, 윈스턴에겐 알리지 않았습니다. 정체를 밝히는 건 사령관님의 몫이지, 제 권한이 아니니까요. 여담이지만, 모리슨 사령관님은…….]
 “쓸데없는 소리 하지 마!”
 […꽤나 들떠 보이셨습니다.]

 입이 있었다면 단박에 틀어 막히고도 남았을 아테나였다. 하지만 그녀는 인공지능 컴퓨터였고, 입 따위가 있을 리 없었다. 그래서 모리슨은 아무 행동도 못한 채 그저 윽박지를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그의 그런 모습을 보며 숨죽여 웃음을 참는 앙겔라였다. 그녀는 이 사람이 지금 부끄러워서 이런다는 걸 알기 때문이었다. 세상에 그 잭 모리슨의 부끄러워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니, 그를 만난 이래로 이렇게 기분이 유쾌하긴 처음이었다. 그녀는 로봇이 들고 있는 박스에 카두세우스 지팡이를 던져 넣으며 말했다.

 “돌아와줘서 고마워요, 모리슨.”
 “착각하지 마. 그저 내 복수에 이용할 뿐이니까. 리더 따위는 맡지 않을 거야. 애초에 표면에 드러나는 일도 없을 테고.”
 “돌아왔다는 사실에는 부정을 못하네요?” 앙겔라는 이어서 슈트의 조임을 느슨하게 풀며 말했다. “정말 솔직하지 못한 남자라니까.”
 “그야…지금 뭐하는 건가?”
 “아, 몰랐어요? 윈스턴이 제 장비를 봐준다고 했거든요.”

 앙겔라는 이내 부츠까지 벗어 상자 안으로 넣으며 말했다. 희디 흰 발목이 검은 부츠에서 스르륵 빠져나왔다. 어느새 그녀는 이너웨어만 빼고 다 벗어서, 맨살이 거의 다 드러난 상태였다. 창가에 스며드는 햇살에 비치는 그녀는 정말로 아름다웠다. 유려한 곡선을 그리는 목덜미와 상아를 깎아 만든 듯 작고 고운 어깨, 딱 달라붙는 이너웨어로 인해 그대로 드러나는 매력적인 몸의 곡선……. 마치 그리스 조각상과도 같은 느낌이었다. 모리슨은 완전히 얼어붙어서 상황 파악이 안 되는 것 같았다. 그런 모리슨을 내버려 두고 앙겔라는 로봇을 향해 눈을 찡긋 했다.

 “아테나? 전 사령관님과 조금 할 얘기가 있어서요. 잠시 자리를 비켜주실 수 있을까요?”
 [이쪽만 센서를 끄겠습니다, 박사님. 사생활은 존중해야 하는 법이니까요.]
 “이봐 잠깐! 지금 뭘…….”
 [수리는 반나절 정도 걸리도록 ‘만들어’ 놓을 테니, 그때까지 편히 쉬시길.]
 “어머나 고마워라. 부탁해요, 아테나.”

 위잉

 뭔가 의미심장한 대화가 오고 간 것 같았지만, 모리슨이 뭐라 하기도 전에 대화가 끝나더니 문이 닫혔다. 앙겔라가 그에게 다가오며 그의 목에 그 흰 팔을 둘렀다. 그의 키가 좀 더 컸기에 까치발을 들어야 했지만 말이다. 그제야 상황 파악이 된 모리슨의 입가에 부드러운 미소가 걸렸다. 그는 손을 들어 미소 짓고 있는 앙겔라의 볼을 살짝 꼬집었다.

 “가끔은 정말 소악마처럼 짓궂다니까, 앙기. 날 유혹하는 건가?”
 “오랜만이니까요.”
 “그럼 유혹에 넘어가주는 게 예의겠지.”

 모리슨은 그렇게 말하며 그녀를 공주님 안 듯 두 팔로 안아 올렸다. 앙겔라는 여전히 그의 목에 팔을 두른 채 미소 짓고 있었다. 그것은 뭔가, 무척이나 고혹적인 미소였다. 그녀는 그의 귀에 대고 속삭였다.

 “나, 매력적이에요?”
 “매우.”
 “1부터 10까지 표현하자면, 어느 정도로?”
 “그것 참 의사 선생님다운 표현이로군.”

 모리슨은 씩 웃으며 대답 대신 그녀의 입술을 상냥하게 덮쳤다. 앙겔라 역시, 그의 입술을 받아들이며 한 손으로 파르스름한 그의 턱을 매만졌다. 방 안에서 두 연인의 입맞춤 소리만이 정적을 깨고 있었다. 그의 존재는 아직까지 그녀만이 아는 비밀이었다. 하지만 그다지 나쁜 기분은 아니었다. 그녀의 마음이 행복과 기쁨으로 찰랑거리며 차오르고 있었다.

 누구나 남에게 말 못한 비밀 하나쯤 가지고 있는 법이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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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담

0. 끝났다!

1. 히힣 쎾...

2. 음 역시 마무리만 잘 하면 장땡이라니까

3. 나중에 써먹어야지 유혹 장면은

4. 메르시 넘 이뻥

5. 아 저장면 삽화 있으면 진짜 대박인데 저거 메르시가 상반신 반쯤 벗은 채로 솔져 목에 팔 두르고 엌 

6. 마지막은 공들여 썼습니다

7. 재밌었으면 댓글좀

8. 호응 좋으면 뭔가가 있겠지
 
9. 시간 순서는 단편 애니메이션 기준으로 영웅 -> 소집 -> 여기가 본편 -> 심장 -> 공식 오프닝 트레일러 이렇게 됩니다.

10. 단편 시간대가 어디라곤 안했으니 막 정했음 저리 안 되면 뭐 적당히 알아서 생각하면 됨(...) 쨌든 즐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