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켓몬에 왜 숨겨진 능력치가 있을까?

포켓몬고로 최근에 포켓몬을 접하거나 포켓몬에 익숙하지 않은 트레이너들이 의문을 가질 법한 주제입니다. 포켓몬스터 시리즈를 제작한 회사, 게임프리크의 게임 디자이너 오모리 시게루는 와이어드라는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이에 대해 이렇게 답합니다.





Wired: The real hardcore Pokemon players are aware of the creatures' hidden stats -- the effort values and individual values. Why do you keep those hidden instead of letting players see them?

SO: Each Pokemon does have a value but I don't consider those data as parameters. I prefer to think of them as real, living creatures. It's the same way that if you have a pet and someone else has the same breed of dog, it's a different dog. That way people can play the game and my Pokemon will be different to your Pokemon even if they're the same type.

A comparison would be looking at a datasheet on different dogs and deciding about the data on the different dogs and deciding which one you want based on that data -- that would be soulless.

와이어드: 하드코어 플레이어들은 포켓몬의 숨겨진 능력치인 노력값와 개체값을 알고 있습니다. 왜 플레이어가 그것들을 보게 하지 않고 숨겨 두는 것입니까?

오모리: 각 포켓몬은 어떤 값이 있지만 저는 그 데이터를 매개 변수로 간주하지 않습니다. 그들이 살아 있는 생물이라고 생각하기를 바랍니다. 당신이 애완동물을 가지고 있고 다른 누군가가 그와 같은 품종의 개를 가지고 있을 때, 다른 개라고 여기는 것과 같은 이치입니다. 그런 식으로 플레이 하면 내 포켓몬이 당신의 포켓몬과 달라 보일 것입니다. 그들이 같은 종이더라도요.

그런 비교는 그저 데이터시트를 보며 개들의 데이터를 결정하고 그 데이터에 기반하여 어떤 개를 원하는지 결정하는 일일 것입니다. 영혼 없는 짓이에요.






포켓몬스터 애니메이션 시리즈 포켓몬스터 DP에서도 위와 비슷한 생각을 엿볼 수 있습니다. 진철이라는, 작중 지우의 라이벌 캐릭터로 플레이어의 '영혼 없는' 행태를 비판합니다.

이전까지 단순히 실력만을 겨루고 관계도 그럭저럭 좋았던 타 라이벌들과 다르게, 지우와는 매우 다른 신념으로 인해 굉장히 심하게 충돌한다. 포켓몬을 일종의 물건과 같이 여기며 포켓몬 개개의 선천적인 능력을 우선시한다는 것이 기본 설정. 포켓몬에게 진심을 다하고 함께 노력한다면 아무리 약한 포켓몬이라도 강해질 수 있다고 생각하는 지우와는 달리, 야생 포켓몬을 포획한 시점에서 그 포켓몬이 지닌 기본 능력치를 발전 가능성과 동일하게 생각했던 것.

초반엔 불꽃숭이를 갖고 있었는데 유독 불꽃숭이만 학대 수준의 훈련을 시켰다. 후에 자신이 불꽃숭이를 이토록 강하게 키우는 건 엄청난 맹화를 갖고 있기 때문이란 걸 밝힌다. 하지만 자신의 뜻처럼 불꽃숭이의 맹화가 발동되지 않자 가차없이 버리고 이를 안쓰럽게 지켜보고 있던 지우가 불꽃숭이를 데려간다. 이후에도 불꽃숭이로 인해 서로 마찰을 빚어간다.




포켓몬이 실제의 생물과 같다는 생각으로 게임을 본다면 개체값 등의 능력치가 게임 내에서 보이지 않는 것은 당연한 일일 것입니다. 인간이나 다른 동물이 태어나면서 개체값 10/15/10이라고 이마에 써 붙이고 태어나지는 않잖아요? 다른 예도 무수히 많겠지만 축구 감독이 되어 보는 풋볼매니저라는 게임에도 숨겨진 능력치가 있습니다. 각 선수는 선수 육성에 가장 중요한 능력치인 잠재력을 가지고 있고, 잠재력이라는 수치가 선수의 현재 능력에서 선수가 성장할 수 있는 최대치입니다. 나아가 이 잠재력이 그 선수의 능력은 물론이고 정체성을 말해 주기도 합니다. 최고의 선수 리오넬 메시는 최고의 잠재력을 가지고 있지, 라는 식으로요.

곁가지가 길어졌는데, 실용적인 관점으로 볼 때 개체값이 중요한 경우는 체육관에 올릴 포켓몬에 한합니다. 포켓몬의 이마에 개체값을 써 붙인 쪽지가 없다고 해서 불만을 가질 만한 상황은 아닌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