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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하기 전에 개념부터 잡고 갑시다. 시스템 안에 있는 드라이브를 내장, 밖에 있는 드라이브를 외장 혹은 외장형 드라이브라고 부릅니다. 그럼 왜 드라이브를 안에 넣지 않고 밖에 두고 쓰는 걸까요? 우선 이동성입니다. 데이터를 다른 곳에서 쓰거나 옮길 때마다 시스템을 가르고 매번 드라이브를 꺼내기란 몹시 귀찮은 일입니다. 여기서 좀 더 나가면 보안 이야기까지 나옵니다. 은밀한 자료가 저장된 드라이브를 빼서 숨기기만 하면 은닉과 인멸이 되니까요. 그리고 외장형 외에 다른 선택을 할 수 없는 경우도 있습니다. 평범한 데스크탑 PC라 해도 드라이브를 더 넣을 공간이 없을수도 있고, 노트북이나 미니 PC, 콘솔 게임기처럼 분해가 어려워서 외장형 드라이브를 쓸 수밖에 없는 상황도 있습니다.

 

여기까지 써 놓고 보니 내장형 드라이브를 쓸 이유가 하나도 없어 보이는군요. 이렇게 장점이 많은데요. 그러나 모든 드라이브가 외장형으로 나오지 않는 이유도 있습니다. 바로 성능입니다. 외장형 드라이브와 시스템 사이를 연결하는 인터페이스의 속도에 한계가 있거든요. 지금까지는 썬더볼트처럼 희귀하고 비싼 솔루션을 사용해야 겨우 NVMe PCIe SSD의 제 성능을 발휘하며, USB 3.1 타입 C 포트로 연결해도 내장형 드라이브만큼 높은 성능이 나오진 않았습니다. 평범한 USB A 포트로는 SATA 6Gbps의 속도나 제대로 내 주면 다행이었죠. 하지만 보신대로 이제는 이런 설명이 다 과거형이 됐습니다. 최신 USB 3.2 Gen2x2 인터페이스를 통해 속도의 한계를 끌어올린 Western Digital WD Black P50 Game Drive가 있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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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품명Western Digital WD Black P50 Game Drive
인터페이스USB 3.2 Gen2x2 타입 C
연결 케이블

USB C to C, USB C to A 제공

크기118x62x14mm
무게 115g
용량500GB, 1TB, 2TB
최고 순차 속도2000MB/s (USB 3.2 Gen2x2 연결 시)
호환성

윈도우 8.1 이상

macOS 10.11 이상

PS4 시스템 소프트웨어 4.5 이상

Xbox One

A/S5년
보관 온도-20~70도
작동 온도

0~35도

특징방열판 장착
참고http://prod.danawa.com/info/?pcode=10459227
가격

2TB: 789,000원

1TB: 459,000원

500GB: 269,000원

(2020년 7월 다나와 최저가 기준) 

 

 

USB 3.2 Gen2x2라고 아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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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stern Digital WD Black P50 Game Drive은 여러 특징을 갖고 있습니다. SSD라고 생각하기 어려울 정도로 멋진 디자인, 보기만 해도 신뢰를 안겨주는 단단한 만듦새, 휴대하기도 편하고 보관하기도 편한 작은 크기, 512GB부터 시작해서 2TB까지 나오는 넉넉한 용량, 스토리지 역사의 산 증인인 웨스턴 디지털의 제품이라 믿고 쓸 수 있다는 점까지, 하지만 가장 결정적인 스펙은 따로 있습니다. 시스템과 USB 3.2 Gen2x2으로 연결해, 평범한 외장형 SSD에선 감히 얼씬도 하지 못할 높은 성능을 낸다는 겁니다. 그러니 WD 블랙 P50 게임 드라이브를 소개하기 전에, USB 3.2 Gen2x2가 무엇인지부터 설명을 해야겠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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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SB의 스펙을 측정하는 USB-IF는 표준 규격을 만드는 재주는 있어도, 이름을 짓는 센스는 영 없어 보입니다. USB 3.2는 새로운 규격이기도 하지만, 또한 지금까지 사용해온 USB 규격을 포함하는 이름이기도 합니다. USB 3.1 Gen 1은 5Gbps의 속도를 내는 기존의 USB 3.0 혹은 USB 3.1이고요. USB 3.2 Gen 2는 10Gbps의 속도를 내는 USB 3.1 Gen 2 규격의 새 이름입니다. 그리고 여기에 USB 3.2 Gen 2x2가 새로 추가됐습니다. 이거야말로 USB 3.2란 이름과 함께 등장한 새로운 전송 규격인데요. 최고 20Gbps, USB 3.1 Gen2의 딱 두배 속도를 냅니다. 이름 뒤에 x2가 붙은 이유도 속도 때문인가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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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연히 모든 제품에서 USB 3.2 Gen2x2의 제 속도를 전부 지원하진 않습니다. WD 블랙 P50 게임 드라이브의 완전한 성능을 내기 위해선 메인보드나 노트북에서 USB 3.2 Gen2x2 포트를 제공해야 합니다. 위 사진은 MSI MPG Z490 게이밍 카본 WiFi https://gigglehd.com/gg/7201821 메인보드의 백패널 포트 일부 사진인데요. 오른쪽 MPG 로고 아래에 SS 2.0 TypeC라고 써져 있는 게 보이시죠? 저게 슈퍼스피드 USB 20Gbps, 즉 USB 3.2 Gen2x2 포트입니다. WD 블랙 P50 게임 드라이브는 USB A 케이블도 제공하지만, 그걸 사용해서 USB 슈퍼스피드 10Gbps 포트에 연결하면 성능을 100% 쓰지 못합니다. 꼭 슈퍼스피드 USB 20Gbps, USB 3.2 Gen2x2 포트에 연결해야 최고 2000MB/s의 성능을 발휘할 수 있습니다. 

 

 

이름값 하는 디자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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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하드웨어 업계는 '게임'이나 '게이밍'이라는 단어를 좀 남발하는 것처럼 보입니다. 뭔가 치장은 해야겠는데 쓸 말이 없으면 갖다 붙이기 가장 만만한 단어가 게임입니다. 하지만 WD 블랙 P50 게임 드라이브는 누가 봐도 게이머가 게임에 쓸것처럼 생겼습니다. 디자인이 매우 강렬하거니와 아주 든든하기까지 하거든요. 트럭이 깔고 지나가도 버티거나 방수까지 된다고 해도 바로 믿겠으나, 아쉽게도 공식 스펙에 그런 말까진 없네요. 그래도 분해가 거의 불가능한 수준으로 꽉 밀봉된 걸 보니 외장 드라이브에 필요한 든든한 내구도와 신뢰성은 갖췄으리라 생각됩니다. P50 게임 드라이브 표면의 나사 4개를 풀어내는 건 쉬우나, 꽉 물려있는 케이스를 어떻게든 갈라보려고 30분 동안 온갖 애를 썼지만 결국은 포기했습니다. 그러니 이 멋진 드라이브를 어떻게든 뜯어볼 생각은 하지 마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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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스 전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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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스 뒷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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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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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SB A to C 케이블, USB C to C 케이블, 설명서, WD 블랙 P50 게임 드라이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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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stern Digital WD Black P50 Game Dri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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뒷면. 제품 정보가 써져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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옆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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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SB-C 포트. 포트 왼쪽에는 화이트 LED가 있어 작동 상태를 알려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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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기 118x62x14m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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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식 무게는 115g.

 

 

그냥 외장 SSD가 아닌 '고성능' 외장형 SS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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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에서 USB 3.2 Gen 2는 10Gbps의 속도를 내고, USB 3.2 Gen 2x2는 그 두배인 20Gbps의 속도를 낸다고 했습니다. WD 블랙 P50 게임 드라이브의 성능 역시 어느 포트에 연결하느냐에 따라 달라집니다. USB C to A 케이블을 사용해 USB 3.1 Gen1에 연결하면 5Gbps, USB 3.2 Gen2 포트라면 10Gbps가 나오고요. USB C to C 케이블을 사용해도 USB 3.2 Gen 2라면 역시 10Gbps, USB 3.2 Gen 2x2에 연결하면 20Gbps가 나옵니다. 그러니 메인보드의 어떤 포트에 연결하는지를 꼭 확인하세요. 아직은 USB 3.2 Gen 2x2 포트의 수가 많지 않습니다. 최근에 출시된 하이엔드 메인보드도 한개 정도면 많은 편입니다. 

 

Western Digital WD Black P50 Game Drive는 두 번 테스트했습니다. USB C to A 케이블을 사용해 USB 3.2 Gen 2 포트에 연결한 것과, USB C to C 케이블을 써서 USB 3.2 2x2 포트에 연결한 경우를 포함해서 두 번입니다. WD 블랙 P50 게임 드라이브dp USB A to C와 USB C to C 케이블이 모두 들어 있으니 둘 다 확인해 봐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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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교 대상으론 삼성 970 EVO를 사용했습니다. WD Black SN750 NVMe SSD 방열판 탑재 모델 https://gigglehd.com/gg/5072082 보다는 성능이 낮지만, 그래도 고성능 NVMe M.2 SSD라 할 수 있는 제품인데요. 이걸 시중에서 구할 수 있는 외장형 NVMe M.2 SSD 케이스에 넣어서 사용한 결과를 완성된 외장형 드라이브인 WD 블랙 P50 게임 드라이브와 비교했습니다. 또 흔한 SATA 6Gbps SSD인 마이크론 크루셜 MX500 1TB도 비교용으로 넣었습니다. 

 

CPU는 코어 i5-10400을, 메인보드는 MSI MPG Z490 게이밍 카본 WiFi https://gigglehd.com/gg/7201821 를 사용했습니다. 이 조합을 고른 이유는 이 메인보드에 USB 3.2 Gen 2x2 포트가 달려 있어서입니다. 다른 스펙은 크게 중요하지 않겠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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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탈 디스크 마크 순차 1M Q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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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탈 디스크 마크 순차 1M Q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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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탈 디스크 마크 랜덤 4K Q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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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탈 디스크 마크 랜덤 4K Q1

 

스토리지의 성능을 테스트하는 크리스탈 디스크 마크의 테스트 결과입니다. WD 블랙 P50 게임 드라이브를 USB 3.2 Gen 2x2 포트에 연결하면 최고 속도가 20Gbps에 달하는 인터페이스를 100% 활용한 압도적인 성능을 내 줍니다. 특히 순차 액세스에서 그 차이가 더욱 두드러지게 드러납니다. 반면 USB 3.2 Gen2 포트에 연결하면 여느 외장형 NVMe M.2 케이스와 비슷한 성능이 나옵니다. WD 블랙 P50 게임 드라이브의 제 성능을 내기 위해선 USB 3.2 Gen 2x2 포트가 꼭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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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로딩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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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일 복사 시간

 

게임 로딩이나 파일 복사가 2000MB/s 씩이나 되는 속도가 필요한 작업은 아닐 것입니다. 그래서 순차 성능 테스트만큼 큰 차이가 나진 않지만, 그래도 WD 블랙 P50 게임 드라이브가 고성능 스토리지라는 사실은 변함이 없습니다. 

 

 

성능보다 더 중요한 신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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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성능 테스트를 보고 이렇게 생각하시는 분도 있을 겁니다. USB 3.2 Gen 2x2 포트가 없다면, 혹은 그 만큼 빠른 속도가 필요하지 않다면 굳이 WD 블랙 P50 게임 드라이브를 쓸 필요가 없지 않냐고요. USB 3.2 Gen2 포트에 연결했을 때는 외장형 NVMe M.2 케이스에 M.2 SSD를 조합한 것과 비슷한 성능을 보여 주었으니까요. 하지만 그 성능도 지속적으로 유지되야 의미가 있겠죠. WD 블랙 P50 게임 드라이브는 외장형 드라이브면서도 높은 성능을 안정적으로 뽑아내는 모습을 보여 주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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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D 블랙 P50 게임 드라이브를 USB 3.2 Gen 2x2에 연결했을 때. 테스트 초반부엔 1500MB/s 이상의 성능을 내 주다가 테스트 용량이 12GB를 넘어서면 성능 하락이 조금 보입니다. 하지만 64GB까지도 큰 변화 없이 꾸준한 성능을 내 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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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D 블랙 P50 게임 드라이브를 USB 3.2 Gen 2에 연결. 시종일관 1000MB/s의 성능을 변함 없이 보여줍니다. 아주 안정적인 결과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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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970 EVO 512GB와 JMicron 컨트롤러의 외장형 NVMe M.2 케이스의 조합. 시작했을 때 성능은 1000MB/s인데 22GB 쯤에서 성능이 600MB/s 정도로 떨어집니다. 무엇보다 I/O 오류를 뱉어내며 테스트가 중단되네요. 몇 번을 재시도해 보고 분해 후 재조립했지만 마찬가지였습니다. 이건 삼성 970 EVO의 문제라기보다는 외장형 NVMe M.2 케이스의 문제겠지만, 어쨌건 WD 블랙 P50 게임 드라이브만큼 꾸준한 성능이 나오지도못할 뿐더러 안정적이지도 않다고 봐야 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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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크론 크루셜 MX500 1TB의 성능은 꾸준하지만, 꾸준하게 500MB/s가 나와주니 NVMe SSD와 비교할 수준은 아니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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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티 테스트입니다. WD 블랙 P50 게임 드라이브를 USB 3.2 Gen 2x2로 연결했을 때의 성능인데요. 초반부를 지나면 변동폭이 커지지만, 그래도 최고 속도 1577MiB/s, 평균 속도 1489MIB/s로 격차가 크진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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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D 블랙 P50 게임 드라이브를 USB 3.2 Gen 2로 연결했을 때의 성능입니다. 인터페이스의 속도가 반으로 줄어들면서 최대 속도 979MiB/s, 평균 속도 962MiB/s로 줄어들었지만, 그래도 비교적 안정적인 결과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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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970 EVO 512GB와 JMicron 컨트롤러를 쓴 NVMe M.2 SSD 외장 케이스의 조합입니다. 그림만 봐도 성능이 꽤 불규칙적으로 변한다는 게 느껴지지 않으신가요? 최대 속도 983MiB/s니 WD 블랙 P50을 USB 3.2 Gen 2로 연결했을때와 비슷하지만, 평균 속도는 654MiB/s에 그칩니다. 또 테스트 초반에 성능이 떨어지는건 그러려니 해도 후반부에서 하락폭이 더욱 커지는 결과가 몹시 인상적이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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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크론 크루셜 MX500 1TB입니다. 여기에 운영체제와 게임이 설치돼 있어 테스트 시작점이 다르긴 하지만, 그 점을 감안해도 성능이 썩 좋다고 보긴 어렵네요. SATA 6Gbps라서 더 떨어질 성능이 있으려나 했는데 있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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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단 한번의 테스트가 아니라, 장시간 사용해도 여전히 높은 안정성을 유지할 수 있을까요? 그래서 온도 테스트를 해 봤습니다. 크리스탈 디스크 마크를 20분 동안 실행했을 때 내부 온도는 50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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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이스 표면 온도는 가장 높은 곳이 52도였습니다. 고성능 SSD라서 어느 정도의 발열은 있을 수밖에 없지만, 방열판 케이스 덕분에 성능에 영향을 주지 않는 수준까지 조절이 가능한 것으로 보입니다. 

 

 

Western Digital WD Black P50 Game Dri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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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스토리지 시장에선 고성능 외장형 드라이브의 유일한 대안이나 다름없는 제품입니다. USB 3.2 Gen 2x2로 연결하면 외장형 SSD 중에서 최고 수준의 성능을 냅니다. USB 3.2 Gen 2로 연결하면 속도는 줄어듭니다. NVMe M.2 케이스에 SSD를 넣은 것과 별 차이는 없네요. 하지만 그런 저가형 NVMe M.2 케이스에서 그 성능을 장시간 유지하고, 또 안정적으로 작동하길 기대하기란 힘들어 보입니다. 높은 성능과 안정성을 모두 원한다면 WD 블랙 P50을 고를 이유는 충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