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이슈와 대중문화에 밝은 사람들은 최근 이런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을거임.

'페미니스트를 위시한 여초에서 프로듀스48 투표에 개입하려 한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사실이고, 개입의 방향성 역시 굉장히 명확함.




바로 '일본인을 배제한다'.

이 사실이 알려진 뒤 도대체 왜 이런 짓을 하느냐에 대해 의견이 제법 분분함.

'흔한 반일정서다', '남돌팬들의 소속사 의리다', '그냥 이쁜게 싫은거다' 등등.

하지만 여기에 페미가 얽혀있는 이상 이 사안은 페미의 논리에서 접근해야 함.

그리고 페미가 굳이 관심도 없고 보지도 않을 일본 여아이돌을 배격할 이유는 단 하나임.


바로 '탈코르셋'.


쿵쾅이들이 살 안빼고 화장 안하는것과 프듀가 뭔 상관이냐는 (당연한) 반문이 예상되는데,

이를 전달하기 위해서는 먼저 탈코르셋 운동의 명분을 알 필요가 있음.

페미니즘은 기본적으로 '페미를 제외한 모든 문화는 여성차별적이다'를 전제함.

아이돌은 어느 나라에서나 기본적으로 이성집단을 공략하게 되므로,

당연히 걸그룹들은 남성층을 주 고객층으로 간주하고 남성층의 취향을 공략하려 함.

그런데 이는 페미니즘의 입장에선 '여성을 남성의 유흥거리로 전락시키는 여성혐오'이며,

나아가 '여성이 남성의 노리개가 될 것을 종용하는 사악한 문화'로 간주됨.

(당연한 얘기지만 우리의 찌찌파티 언니들은 남돌에 대해서는 아무런 불만이 없음)

그렇기에 탈코르셋 운동이란 곧 '남성의 취향'을 미디어에서 배제하는 일종의 성전과도 같음.


그렇다면 그냥 걸그룹 프로듀싱하는 프듀 자체를 보이콧해야지 왜 일본애들에게 지랄이냐?

지당한 의문이고 실제로 그냥 프듀를 보이콧하는 여초도 있음(대표적으로 쭉빵).

그렇지 않은 쪽이 굳이 일본인을 문제삼는 이유는 크게 두가지로 나뉨.


1. 일본인 자체에 대한 반감

물론 한국인으로서 지니는 일본에 대한 역사적 반감을 이야기하는 것이 아님.

일본인, 특히 일본 여성들은 현재 한국 사회에 만연한 소위 '여성혐오' 논리에 쉽게 공감하지 않음.

당장에 한국 방송계에서 활동하는 대표적인 일본 여성인 후지타 사유리가 그러하고,

(자기 불리할때만 페미니즘 찾지 않게 하도록 아이를 키우겠다 발언한 적 있음)

웹툰작가 사야카의 경우 메갈의 사이버테러에 저항해 책까지 냈던 전적이 있음.

때문에 페미들 사이에서는 일본 여성=노예근성에 찌들어 적(남성)의 하수인으로 전락한 자

라는 이미지가 상당히 강하게 각인되어 있음.


2. 일본 아이돌 문화에 대한 반감

일본의 아이돌 문화는 한국과는 비슷하면서도 미묘하게 다름.

남성층의 취향을 공략한다는 점에서는 한국 걸그룹과 대동소이하나,

이쪽은 상대적으로 보다 귀엽고 발랄한 컨셉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음.

때문에 '쿨'이라든지 '시크'와 같은 중성적인 이미지를 종종 가져가는 한국 걸그룹에 비하면

상대적으로 '여성적'이라고 할 수 있는게 일본 아이돌 문화임.

그리고 당연한 얘기지만 페미쪽에서는 '여성적=남성의 육노예' 정도로 인식이 잡혀있음.

괜히 페미들이 '난 쎄다 존나 쎄다'하는식의 허세부리는 걸그룹을 선호하는게 아님.

즉 이들은 일본 연습생들을 '코르셋 꽉 조인 자발적인 노예들',

혹은 '여성을 노예화하는 일본의 사악한 문화를 전파하는 전령' 정도로 인식함.


종합하자면 페미들은 어차피 여돌 소비층도 아니고 기본적으로 프듀에 관심이 없음.

그들이 결과에 개입하려 드는건 자신들의 '탈코르셋' 이념에 방해되는 일본인들을 배제하기 위함임.

즉 프로듀스48이라는 기획 자체를 '여성을 노예화하는 일본의 사악한 문화를 도입하려는 음모'로 본다는 얘기.

TV 프로그램 하나에 뭔 의미부여를 그리 하냐 싶겠지만 그게 바로 서드 웨이브 페미니즘임.

그리고 그들이 개입에 성공해 일본인들을 모두 배제한다 해서 그룹을 밀어줄 것이냐?

그럴 리가. 어차피 결론은 정해져 있음.


가능이나 할지는 모르겠지만 제작진측에서 페미계 여초의 영향을 최대한 배제했으면 하는 바램임.

얘네는 어차피 잠재적 고객도 뭣도 아닌, 본인들만의 지하드를 수행중인 테러리스트일 뿐이므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