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리옹·마르세유 등 프랑스 전역에서 8일(현지시간) 동시다발로 진행된 4차 '노란 조끼'(Gilets jaunes) 시위가 마무리됐지만, 사태가 좀처럼 진정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당초 사태를 촉발했던 유류세 인상은 철회됐지만, 현장에서는 부유세 부활과 최저임금 인상, 대입제도 개편 반대에 이어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 퇴진 요구까지 등장하면서 상황이 심상찮게 전개되는 형국이다. 마크롱 대통령이 이번 주 초 여론을 진정시키기 위한 추가 대책을 담아 대국민 메시지를 낼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사태가 확산과 수습 국면의 갈림길에 선 모양새다.






이번 시위는 마크롱 정부의 유류세 인상 정책이 직접적인 도화선이 됐지만 그 이면에는 소수 기득권 엘리트 계층에 대한 대중의 반감과 심화하는 불평등 등 다양한 사회모순이 깔려있다는 분석이 많다. 특히 마크롱 대통령 취임 이후 부유세 축소 등 부자 일변도의 정책을 펴는 것으로 인식되면서 빈곤층과 중산층을 중심으로 한 대중의 분노를 키웠다. 시위가 확산하자 마크롱 대통령이 지난주 급히 유류세 인상 철회라는 민심 수습 카드를 꺼내 들었으나 4차 시위가 12만5천여명의 참여 속에 강행된 것 역시 이를 반증한다. 취임 이후 마크롱 대통령이 추진해 온 일련의 개혁정책에 대한 대중의 누적된 불만이 유류세 인상을 도화선으로 폭발했다는 시각도 이와 궤를 같이 한다. '로스차일드'라는 투자은행 출신인 마크롱 대통령은 취임 이후 '1%'의 엘리트 계층과 기업 친화적인 개혁 정책들을 밀어붙였다. 부유세(ISF) 축소 개편이 대표적이다. 마크롱 대통령은 취임 첫 해인 작년 부유세를 부동산 보유분에만 부과하기로 하고 자산에 대한 투자 지분 등은 과세 대상에서 제외하면서 사실상 '빈 껍데기'로 만들었다. 







특히 마크롱 대통령의 권위적인 통치 스타일도 이번 사태의 주요 원인 가운데 하나로 지목된다. 마크롱 대통령은 그동안 "지나치게 권위적이다" "의회를 건너뛰고 대통령의 권위를 내세우며 민주주의의 위기를 불러일으킨다"는 비판 속에서 '불통(不通) 리더십'에 대한 논란에 휩싸였다. 여론의 밑바닥 정서를 헤아리지 않는 듯한 직설화법 역시 단점으로 지적된다. 지난 9월엔 일자리가 없다고 푸념하는 실직 청년에게 일할 사람이 없어 난리라며 "저 건너편 레스토랑에 가보라"고 일갈해 구설에 오르기도 했다. 르몽드는 지난 4일 사설에서 "절대권력을 내세우는 권위적인 태도는 질서 확립도 못하는 무능함으로 바뀌었고, 오만함과 정제되지 않은 발언들이 위기를 고착화했다"면서 "통치 방식을 근본적으로 바꾸지 않고서는 현 국면을 타개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결국 '부자 대통령'이라는 꼬리표를 단 채 위기대응 능력마저 허점을 드러내며 이번 사태를 촉발한 장본인인 마크롱 대통령이 직접 나서 분노한 대중에 해결책을 제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 프랑스 정부 대변인이 마크롱 대통령이 이번 주 초 중대 발표를 할 것이라고 예고한 상황이어서 어떤 수습책이 제시될지가 초미의 관심사다. 시위 사태 이후 사실상 처음으로 공식석상에 모습을 드러내는 마크롱이 대통령이 다양한 갈래로 나뉘어진 '노란 조끼'들의 목소리에 어떤 내용과 수위의 해답을 내놓느냐에 따라 그의 정치적 운명도 기로에 설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