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공공운수노조 등에 따르면 지난 11일 오전 3시32분쯤 충남 태안화력발전소 비정규직 노동자 김용균씨(24)가 현장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김씨는 한국발전기술이라는 외주하청업체에 소속된 1년 계약직 노동자였다. 김씨가 맡은 업무는 현장 운전원으로, 그는 석탄운송설비 점검 야간 근무 도중 컨베이어 벨트 사이에 말려들어 목숨을 잃고 말았다. 2인1조 근무가 원칙인 위험 업무였지만 그의 옆에는 아무도 없었다. 하청업체 노동자들이 요구한 인력 충원이 이뤄지지 않아 사람이 늘 부족했기 때문이다. 해당 작업장에서 벌어진 인명사고만 해도 이번이 벌써 3번째다. 김씨를 직접 가르쳤다는 A씨는 '너무나 성실했던 친구'라고 그를 회상했다. A씨는 "사고 현장은 위험하다고 말했는데, 첫 직장이고 젊은 사람이다 보니 아무래도 남들보다 더 열심히 하려는 마음에 하지 말라는 일도 했던 것 같다"며 "6일이 생일이었는데 1주일도 안 돼 이런 사고가 일어나니 참담하다"며 한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 A씨는 이번 사고에 대해 "100% 인재다. 조치도, 예방도 할 수 있었는데 그러지 않았기에 처참한 사고가 일어났다"며 "사고 현장 업무를 혼자서는 할 수 없고 인력이 너무 적다고 몇 번이나 요청했는데 운영 자금이 없다는 핑계로 계속해서 무시당했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이번 사고는 2016년 5월28일 일어난 '구의역 사고'와 여러모로 닮아 있다. 당시 비정규직 노동자 김모군(19)은 스크린도어 오작동 신고를 받고 서울 지하철 2호선 구의역 내선순환 승강장 점검에 홀로 나섰다가 참변을 당했다. 만성적 인력부족으로 인해 그는 늘 홀로 여러 건의 작업을 도맡아야만 했다. '구의역 사고 시민대책위원회 진상조사단' 역시 부족한 인력으로 보수용역을 수행하면서 안전보다 속도를 우선시한 탓에 사고가 발생했다는 결론을 내린 바 있다. 진상조사단 시민대표로 참여했던 이병훈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는 "생명을 앗아간 사고의 근본 이유는 위험 업무의 무분별한 외주화"라며 "인건비 절감을 위해 외주화를 하고, 외부자의 업무 수행이다 보니 정규직에 비해 잘 신경을 쓰지 않게 된다"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불필요한 외주화를 자제하고, 꼭 외주가 필요하다면 직영 인력과 동일한 인원을 뽑아서 안전 수칙과 여러 가지 시설 여건을 확보해야 한다"며 "원청의 책임성을 법제화하거나 사고에 대한 책임을 제대로 묻는다면 이번과 같은 무방비한 상황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