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가 12일(현지시간) 열린 신임투표에서 승리를 거두면서 당분간 한숨을 돌리게 됐다. 그러나 메이 총리 앞에는 내년 3월 29일 예정된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 이른바 브렉시트(Brexit)를 앞두고 의회의 벽을 넘어야 하는 과제가 남아 있다. 이를 위해서는 당장 EU로부터 브렉시트 합의문에 대한 양보를 얻어내야 한다. 그러나 EU가 "재협상은 없다"고 못을 박은 만큼 브렉시트 합의문에 손을 대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이 경우 집권 보수당 내 브렉시트 강경론자는 물론, 노동당 등 야당의 반대를 물리치기까지는 큰 난관이 예상된다.





이날 열린 보수당 당 대표 신임투표에는 모두 317명의 하원의원이 참석했다. '메이 총리를 당 대표로 신임하느냐'를 놓고 벌어진 투표에서 200명의 의원은 찬성표를, 117명은 반대표를 던졌다. 메이 총리는 317명의 의원 중 찬성이 절반을 넘어 일단 당 대표 및 총리직 유지에는 성공했다. 그러나 117명의 의원이 메이 총리에 대한 불신임 의사를 나타냈다는 점에서 이번 투표가 메이 총리에게 실망스러운 결과일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총리 리더십에 상처를 입었다는 평가도 있다. 그동안 메이 총리에 대한 불신임을 주장해 온 보수당 내 유럽회의론자 모임인 '유럽 연구단체'(ERG)는 80명가량의 의원이 메이 총리의 브렉시트 합의안을 반대한다고 밝혀 왔다. 특히 메이 총리는 이날 신임투표에 앞서 자신에 대한 지지를 당부하면서, 반대세력을 달래기 위해 브렉시트를 마무리한 뒤 2022년 총선 이전에 사퇴하겠다는 의사까지 밝혔다.





총리직을 유지하게 되면서 메이 총리는 당초 예정대로 13∼14일 열리는 EU 정상회의에 참석, 브렉시트 합의안 중 영국 의회의 반발이 가장 심한 '안전장치'(backstop) 방안의 수정을 시도할 계획이다. 앞서 영국과 EU는 아일랜드와 북아일랜드 간 '하드 보더'(Hard Border·국경 통과 시 통행과 통관 절차를 엄격히 적용하는 것)를 피하기 위해 미래관계 합의에 이르지 못할 경우 영국 전체를 당분간 EU 관세동맹에 잔류하도록 하는 내용을 브렉시트 합의안에 담았다. 문제는 일단 '안전장치'가 가동되면 영국이 일방적으로 협정을 종료할 수 없어 EU 관세동맹에 계속 잔류해야 하는 상황에 처할 수 있다는 점이다. 아울러 '안전장치' 하에서는 북아일랜드만 EU 단일시장 관할에 놓이게 되는데, 이 경우 영국 본토와 북아일랜드 간 다른 규제가 적용되면서 영국의 통합성을 저해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이에 따라 메이 총리는 '안전장치'가 가동되더라도 영국이 일시적으로 EU 관세동맹에 잔류하도록 추가적인 '법적 확약'을 얻어내기를 원하고 있다. 문제는 영국과 EU의 입장차가 크다는 점이다. EU는 '안전장치'와 관련한 내용을 보다 명확화하는 작업은 가능하지만, 법적 구속력이 있는 합의문에 손을 대는 재협상은 불가능하다는 태도를 굽히지 않고 있다. 지난 11일 브뤼셀에서 메이 총리와 만난 도날트 투스크 EU 정상회의 상임의장은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EU 정상회의에 앞서 메이 총리와 오랜 시간 솔직한 논의를 가졌다"면서 "분명한 것은 EU 27개국은 (메이 총리를) 돕기를 원하지만 문제는 '어떻게'이다"라고 적었다. 같은 날 베를린에서 메이 총리를 만난 메르켈 독일 총리 역시 "더는 재협상이 없을 것"이라고 못을 박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