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해를 왜 치우지 않았습네까.” 북한군 검증반이 12일 실시된 비무장지대(DMZ) 내 감시초소(GP) 파괴·철수에 대한 현장 검증에서 우리 군에 이런 질문을 던졌다. 남측 GP인근에 쌓여 있는 잔해더미를 보고 의아하게 여긴 것이다. 북측 GP 10개는 파괴 후 잔해를 깨끗이 치운 상태인데 남측 GP의 잔해는 왜 그대로 남아 있느냐는 취지였다.







정부 관계자는 13일 “북측 검증반 질문에 우리 군은 ‘내년도 국방예산에 반영돼 있다’고 답변했다”고 전했다. 올해 예산에 잔해를 치우는 것까지 반영돼 있지 않아 내년에 치우겠다는 의미다. 북측은 이런 답변에 추가로 문제 제기를 하지 않았다고 한다. 다른 관계자는 “북한은 지난달 20일 폭약으로 한꺼번에 폭파하는 방식으로 GP를 파괴했기 때문에 잔해가 별로 남지 않았다”며 “우리 군은 GP 대부분을 굴착기로 부순 뒤 잔해를 긁어내 그 주변에 모아놓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GP 파괴에 병력을 대거 동원할 수 있는 북한과 달리 우리 군은 중장비를 운용하는 민간업체에 잔해 제거 임무를 맡겨야 하는 상황이었다. 남측의 GP 잔해가 남아 있는 이유는 예산 문제뿐만은 아니다. 아직 활용 방안을 확정하지 못한 탓도 있다. 정부는 GP 잔해를 활용해 기념 벽돌을 찍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베를린장벽 잔해처럼 GP 구조물 일부를 별도 전시관에 보존하는 방안도 논의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