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혹한기 훈련에 참여한 제3기갑여단 소속 K1E1 전차 주요제원 [박용한]

일단 시험은 통과했다. 작은 자만심도 생겨났다. 탄약수는 다른 보직보다는 알아야 할 지식이 적어 신규 전차병이나 전시에 충원된 병사가 배치되기도 한다. 그러나 본격적인 훈련을 시작하자 체력과 용기, 그리고 상황 판단 능력이 필요한 보직이라는 확신을 얻을 수 있었다.

전차는 훈련장 한가운데로 질주했다. 전차를 조종하는 조종수 경력 7년 차인 김형민 중사는 탁월한 조종술을 보여줬다. 별다른 흔들림 없이 목표지점으로 전차를 조종했다. 이때 다른 전차 사격이 몸으로 느껴졌다. 엄청난 소음은 고막을 때렸다. 본능적으로 헤드셋이 달린 전차병 헬멧 턱 끈을 꽉 조였다.

13일 제3기갑여단 혹한기 훈련 중 313호 K1E1 전차 내부에서 전차탄을 장전하고 있다. [영상캡처=공성룡 기자]

포수 대탄 전방 적 전차!! 
“포수 대탄 전방 적 전차!!” 전차장이 공격명령을 내렸다. 전차장은 폭발력이 뛰어난 대전차 고폭탄(HEAT) ‘대탄’을 선택했다. 최대 사거리는 약 8㎞인데 탄속은 초속 1100m 수준이라 이날 표적을 약 1초 만에 명중하게 된다. K1E1 전차는 ‘날탄’인 날개안정철갑분리탄(APFSDS)도 탑재한다. 장갑이 두꺼운 표적은 관통 효과가 높은 날탄으로 제압한다.

첫 번째 장전에 실패했다. 주먹으로 전차포탄을 밀었는데 포탄 장입구에 들어가다 멈췄다. 전차포탄을 여러 번 들면서 벌써 힘이 빠졌다. 긴장감도 작용했다. 전차포탄이 장입구에 들어가면 포신 뒤에 달린 폐쇄기가 자동으로 닫힌다. 그때 폐쇄기 부근에 손이 있으면 상상하기 끔찍한 부상이 생길 수 있어 세심한 주의가 필요하다. 군인에게 주어진 모든 임무는 용기가 없다면 나설 수 없다는 점을 다시금 확인했다.

13일 제3기갑여단 혹한기 훈련에 참여한 전차가 기동하고 있다. [영상캡처=공성룡 기자]

“장전 완료, 주퇴거리 확보!!” 전차포탄을 꺼낸 뒤 다시 주먹으로 힘차게 밀어 넣었다. 이번엔 성공했다. 포탄이 장입구에 쑥 들어갔다. 뒤로 물러나 양손을 머리 뒤로 올린 뒤 장전 보고를 마쳤다. 전차포탄을 발사할 때 ‘주퇴복좌기’는 30㎝ 뒤로 밀려나 탄피를 쏟고 다시 앞으로 이동한다. 이때도 부상 위험이 큰 순간이다. 안전거리 확보가 필요한데 전차 내부는 비좁아 뒤로 물러날 공간이 거의 없다.

“쏴!!” 전차장 명령 외침과 동시에 폭음과 진동이 가슴에 전달됐다. 육중한 주퇴복좌기가 움직였다. 순간 전차 무게 중심도 뒤로 쏠렸다가 앞으로 이동했다. 포탑 내부는 화약 냄새가 진동했다. 전투화로 70℃ 이상 온도가 올라간 탄피를 눌러 고정했다. 탄피가 움직여 몸에 닿으면 화상을 입을 수 있어서다.

지난 13일 양평 비승훈련장에서 이뤄진 혹한기 훈련에 나선 제3기갑여단 제83전차대대 장병들이 사격 훈련 뒤 포신을 창소하고 있다. 이물질이 남아 있으면 사격할 때 포신 안에서 포탄이 폭발할 수 있다. 포신 청소 역시 매우 중요한 전투준비 임무다. [박용한]

지금까지 이런 탄약수는 없었다 
"지금까지 이런 탄약수는 없었다" 전차부대 교범은 명령하달 후 수 초 이내 사격하도록 규정했다. 그러나 기자는 10초를 넘겼으니 이 기준을 충족하지 못했다. 숙련된 탄약수는 1분에 최대 12발까지도 장전한다.

본격적인 훈련은 이제부터다. 포수 이진무 하사는 재빠르게 다음 표적을 찾았다. 한 번 더 공격 명령이 내려왔고, 다음 전차포탄을 장전했다. 313호 전차는 표적을 완전히 제압한 뒤 즉각 현장을 벗어났다. 이때도 주포는 전방 적 방향을 유지하며 혹시 모를 공격에 대비했다. 포탑은 한 방향으로 고정한 채, 차체를 마음대로 회전하고 자유롭게 이동방향을 바꿀 수 있다.

13일 혹한기 훈련에서 83전차대대 K1E1 전차가 전방 표적을 향해기동하고 있다. [영상캡처=공성룡 기자]

K1E1 전차는 기존 K1 성능을 개량해 뛰어난 전투력을 발휘한다. 여기서 ‘E’는 ‘강화했다’는 뜻인 ‘Enhanced’ 머리글자다. 전후방 감시카메라ㆍ실시간 정보공유ㆍ전투차량 간 통합 운용 등 전투기능을 개선했다. 대대 지휘반장 강인우 중사는 “전장관리체계(BMS) 덕분에 대대장이 지휘소에서 한 눈으로 예하 부대 및 아군 위치를 확인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3중대장 장성준 대위는 “컴퓨터 게임 스타크래프트에 나오는 미니 맵(지도)을 생각하면 된다”고 덧붙였다.

전차병은 '극한직업'이다. 첨단 장비도 사람이 움직인다. 장 대위는 “전투준비태세를 갖추기 위해 혹한기 훈련을 하는데 어제는 체감온도가 영하 20도까지 내려갔다”면서 “대규모 훈련장에서 전차병(전차장ㆍ포수ㆍ조종수ㆍ탄약수) 팀워크 능력을 키우는 기회를 가졌다”고 평가했다.

제3기갑여단은 이달 11일부터 15일까지 국지도발ㆍ전투사격ㆍ소부대전투기술 훈련에 병력 1600명과 장비 130대를 동원했다. 여단장 지휘아래 전체 장병들이 야외훈련장에서 숙영해 밤이슬을 맞으며 실전적 대비태세를 키웠다.

13일 제3기갑여단 혹한기 훈련 중 전투식량을 먹고 있다. 실제 전술 상환에선 즉각 전투에 돌입할 수 있도록 전차 내부에 앉아 식사한다. [사진캡처=공성룡 기자]


꽤나 디테일하게 체험하고 온듯 ㅋㅋ  근데 한국 언론에도 외국인 인턴기자도 있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