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운동 100주년 기념일을 앞둔 지난 19일부터 21일까지 찾은 서울역 광장. 강 의사 동상은 각종 오물과 지린내까지 풍겼고, 표면은 먼지로 뒤덮여 있거나 부식돼 있었다. 독립투사의 애국혼이 담긴 장소임에도 관리가 되지 않은 채 방치 되다시피 했다. 동상 받침대 주변에는 취객의 노상방뇨로 얼룩져 있었고, 토사물이 변색된 자국이 눈에 띄기도 했다. 서울역 광장 가로수마다 소주병뿐만 아니라 과자 상자 등 술안주로 먹은 뒤 아무렇게 버려져 있었다. 서울역(경의선전철)을 이용하는 김모씨는 "지저분한 동상을 볼 때마다 흉물스러웠어요"라며 "깊이 생각해 보면, 우리 스스로가 독립운동가들을 대하는 자세가 이런 행동이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들어요"라고 말했다. 유동인구가 많은 곳임에도 불구하고 기억 속에서 멀어진 독립운동가의 동상 부실 관리와 소홀로 '3.1운동 100주년'과 '강우규 의사 의거 100주년' 의미는 퇴색되고 있었다. 






지난 22일 많은 시민이 강 의사 동상 앞으로 지나다니고 있었다. 기자가 찾아갔을 때 서울역 광장 곳곳에 노숙인들이 진을 치고 있었다. 날씨가 풀린 탓인지 벌써부터 술 냄새가 코를 찔렸다. 허름한 옷을 두껍게 입은 한 노숙인이 지하철 입구 모퉁이에 기대어 주변을 아랑곳하지 않은 채 소변을 보고 있었다. 비틀거리며 소변을 보는 노숙인에게 떨어져 반대편으로 피해 다니는 시민들도 있었다. 일 마친 남성이 바지를 올리고 술자리로 돌아가자마자 소주와 막걸리를 들이켰다. 노숙인에게 가까이 다가가자 술 냄새가 진동했다. 지하철을 이용하는 시민들은 악취 풍기며 누워 있는 노숙자 틈 사이로 얼굴을 찡그린 채 빠름 걸음으로 지나다니고 있었다. 밤만 되면 더욱 심각해진다. 화장실을 가는 대신 노상방뇨를 택한다는 것이다. 동상 주변도 다르지 않았다. 지린내가 난다 싶었는데, 동상 주변은 그들의 공중화장실로 쓰이고 있음을 목격되기도 했다. 장소를 가리지 않고 거리낌 없이 볼일을 보는 노숙인을 쉽게 볼 수 있다. 동상 아랫부분은 소변 자국으로 누렇게 물들었고, 비릿한 악취가 풍겼다. 그뿐만 아니다. 서울역 광장 곳곳에는 선명하게 금연구역임을 알리는 스티커가 붙어 있다. 하지만 걸으면서 담배를 피우거나 눈치도 보지도 않은 채 동상에 하단에 버리는 시민들도 있다. 지하철 입구나 화단에는 담배를 비벼 끈 흔적이 고스란히 남이 있기도 했다. 아무렇지도 않게 담배꽁초를 던지는 모습은 이곳에서 자연스러운 모습이다. 대학생 이씨는 "낮에도 겁나지만, 밤만 되면 엄두가 나지 않는다"며 "술에 취해 비틀거리면서 걷는 다가오는 노숙인을 많이 봤다. 큰 소리로 싸우기도 해 지나다닐 때마다 무섭다"고 불안감을 드러냈다.







서울역을 이용하는 시민들의 가장 큰 고민은 서울역 광장 내 노숙인 주취·폭력·불안감 등 기초 질서 위반행위다. 서울역 광장은 공공장소임에도 노숙인들의 차지가 돼 이들이 버린 쓰레기와 이불, 술병 등으로 많은 시민으로부터 꺼리는 ‘기피지역’이 됐다. 노숙인들의 끊이지 않는 구걸행위·음주 행패·욕설·고성 등으로 서울역을 이용하는 시민들이 불편을 겪고 있다. 기관 단체들이 노숙인들에 대한 계도에 힘썼지만, 현실적인 문제에 부딪혀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 중구와 용산구는 대형급수차를 동원해 서울역 광장을 정기적으로 물청소하고 있다. 그럼에도 노숙인뿐만 아니라 하루에도 수십만명의 유동인구가 이용하는 이곳에서 물청소의 효과는 그리 길지 않다. 겨울철에는 보행자 안전상 물청소가 힘들고, 여름철에는 지린내가 강해 큰 효과를 보지 못하고 있다. 서울역을 이용하는 한 직장인은 "웬만하면 피해 다니는 수밖에 더 있습니까?"라며 "악취가 나도 어쩔 수 없잖아요"고 말했다. 이날 인근 행사장을 찾은 한 대학생은 "다른 곳도 아니고, 독립투사 동상 관리가 엉성해 놀랐어요. 솔직히 저도 잘 몰랐지만, 알고 나니 심각하다는 생각이 들어요"라고 했다. 국가보훈처 한 관계자는 "강우규 의사 동상이 현충시설도 등록돼 있지 않아 관리하기가 힘들다"라고 말했다. 서울역 한 관계자는 "서울역 광장을 주기적으로 청소하면서 강우규 의사 동상도 청소하고 있다. 관리는 서울시에서 하는 것으로 돼 있다. 관계기관과 협력해 최선을 다하고 있지만, 서울역 특성상 항상 깨끗하게 유지하긴 힘들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