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은 21일 "하노이 북미정상회담 실패를 계기로 해서 북한이 핵을 포기할 생각이 없다는 것이 분명히 드러났다"고 밝혔다. 반 전 총장은 이날 오후 인천시 연수구 라마다 송도 호텔에서 열린 인천경영포럼 400회 특별초청 강연에서 "보는 시각에 따라 다 다르고 (문재인) 대통령과 생각이 다 다를 수 있으나 북한이 핵 폐기를 하지 않을 것이라는 게 점점 더 명백해지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최근 하노이 정상회담을 지켜보면 미국 대통령이 미사일 실험만 안 하면 된다고 지나가는 말로 이야기한 것이 북한을 오판하게 했을 가능성이 있다"며 "북한 입장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주한미군을 빼낼지 모른다'라거나 '미사일 실험만 하지 않으면 된다'는 식으로 이야기를 하니 '약간만 내놓으면 미국이 넘어가겠다'고 생각했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한국·북한·미국이 생각하는 비핵화가 서로 다르다는 것이 확인됐다고도 강조했다. 반 전 총장은 "하노이 정상회담을 통해 북한의 비핵화가 우리 생각과 다르다는 게 확실히 드러났다"며 "북한은 지난해 12월부터 관영 미디어를 통해 남한을 상대로 '완전한 비핵화를 혼동하지 말아라, 한반도 비핵화는 미국의 한국에 대한 핵우산 때문에 생기는 것'이라는 방송을 하기 시작했고 이런 부분이 미국과 북한 간 협상하는 데 걸림돌이 돼 미국 대통령이 회담에서 자리를 박차고 나오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반 전 총장은 남북정상회담과 북미정상회담을 거쳐 지난 1년간 한반도 긴장이 크게 완화되는 성과는 있었다고 평가했다. 반 전 총장은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한 2017년 5월부터 12월까지도 한반도 긴장은 상당히 고조됐고 어느때보다 전쟁 가능성이 높았다"며 "문 대통령이 전전긍긍하고 협상했는데 평창동계올림픽을 계기로 극적인 반전이 일어나 남북이 좋은 관계로 발전했다"고 말했다. 이어 "하노이 북미정상회담이 결렬됐으나 한반도에서 '전쟁이 날지 모른다'고 운운하는 사람은 없다"며 "불행 중 다행인 것은 북한의 태도에 대해서 이해할 수 있어 여기에 대비하면 잘 풀릴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부연했다. 그는 이날 강연에서 유엔 안보리 대북 결의 등 북한에 대한 제재를 유지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반 전 총장은 "당분간은 안보리 체제 내에서 문제 해결 과정을 지켜보는 게 좋다"며 "안보리 제재 체제를 유지하는 게 북한에게 세상 물정을 제대로 파악하게 하는 틀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금강산 관광 재개나 개성공단은 약간의 페이스를 두면서 조절해나가는 때가 된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며 "남북 간 교역을 해야 하지만 시기에 맞지 않게 할 경우에는 잘못하면 한미 간 불협화음을 촉발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