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동부지법 박정길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검찰이 김 전 장관에 대해 청구한 구속영장에 대해 전날 구속 전 피의자 신문을 벌인 뒤 이날 영장을 기각했다. 박 부장판사는 "객관적인 물증이 다수 확보돼 있고 피의자가 이미 퇴직함으로써 관련자들과는 접촉하기가 쉽지 않게 된 점에 비춰 증거 인멸이나 도주의 염려에 대한 소명이 부족하다"고 영장 기각 사유를 밝혔다. 박 부장판사는 김 전 장관이 산하기관 임원들에게 일괄적으로 사표를 제출하게 한 부분에 대해서는 "다툼의 여지가 있다"는 사유도 제시했다. 박 부장판사가 밝힌 영장 기각 사유는 이런 통상적 수준에 그치지 않았다. 이례적으로, 김 전 장관이 환경공단 등 환경부 산하기관 임원의 인사에 관여한 사실이 위법이라고 보기에는 법적 다툼의 여지가 있다는 이유를 상세하게 설명했다.






박 부장판사는 ▲ 일괄적으로 사직서를 청구하고 표적 감사를 벌인 혐의는 최순실 일파의 국정농단과 당시 대통령에 대한 탄핵으로 인해 공공기관 인사 및 감찰권이 적절하게 행사되지 못해 방만한 운영과 기강 해이가 문제 됐던 사정 ▲ 새로 조직된 정부가 공공기관 운영을 정상화하기 위해 인사수요 파악 등을 목적으로 사직 의사를 확인했다고 볼 여지가 있는 사정 ▲ 해당 임원 복무감사 결과 비위 사실이 드러나기도 한 사정 등이 있다고 설명했다. 요약하면, 김 전 장관이 위법이라는 점을 알면서도 고의로 환경부 산하기관 인사에 부당하게 개입했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는 게 법원의 논리였다. 여기에는 최순실 씨의 국정농단 사건 등으로 박근혜 전 대통령이 파면됐고, 박근혜 정부 시절 공공기관 소속 인사들의 방만한 기관 운영이 문제가 됐던 상황에서 이를 정상화하기 위한 인사 조처의 일환으로 환경부 산하기관의 '물갈이 인사'가 단행됐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는 논리가 깔려 있다. '물갈이 인사'가 외견상 '낙하산 인사' 논란을 낳더라도 그 배경에는 탄핵 정국 이후의 대대적인 적폐청산 흐름이 있었던 점을 간과하면 안 된다는 취지로 받아들여진다. 이 같은 법원의 시각은 결국 박근혜 정부 시절에 임명됐던 환경부 산하기관 인사들의 사퇴 동향을 파악하고 이들의 '물갈이'를 종용했다는 김 전 장관의 혐의 사실을 두고 '범죄 소명이 부족하다'는 판단에 이르게 한 것으로 풀이된다.법원은 김 전 장관 등이 특정 인사를 환경부 산하기관의 특정 보직에 임명시키려 한 혐의에 대해서도 "고의나 위법성 인식이 다소 희박해 보이는 사정이 있다"고 봤다. 문재인 정부 출범 후 이뤄진 환경부 산하기관 주요 인사들의 교체는 검찰의 시각처럼 현행법 위반임을 알고도 저지른 '낙하산 인사'라고 단정하기 어렵다는 게 법원의 판단인 셈이다. 이 같은 사법부의 첫 판단을 두고 향후 검찰 수사와 재판 과정에서도 논란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법원의 이번 결정은 낙하산 인사를 막기 위한 공직자윤리법 취지에 예외를 인정한다는 논리로 이해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