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날 최고위에서 손 대표는 바른정당계 최고위원 3명이 요구한 '국회의원 정수 확대 반대' 최고위 의결 등의 안건을 일괄 거부했다. 손 대표는 "이는 앞으로 전개될 협상과정에서 원내대표 책임 하에 상임위가 해야할 권한과 책임"이라며 "사전에 내용을 제약하는 것은 옳지 않다"는 등의 이유를 밝혔다. 이에 대해 바른정당계는 손 대표가 독단적으로 당을 운영한다며 반발했다. 오 원내대표는 "당 대표 혼자 해석하고 안건 상정을 거부하는 것은 민주적인 운영절차가 아니다"라며 "심각한 당헌 당규 위반이며 최고위를 마비시키는 반민주적 운용"이라고 말했다. 이준석 최고위원도 "손 대표는 이미 (긴급 안건으로 상정한) 의원정수에 대해 '확대' 방침을 공개 천명했다"며 "협의 없는 일방적인 정책 판단이 당의 혼란을 가중시켰다"고 지적했다. 권은희 최고위원은 손 대표의 신임 장진영 비서실장이 전날 라디오에서 '손 대표가 바른정당계를 중심으로 한 당의 보수화를 막으려 한다'고 한 점을 들어 "이렇게 말씀하시는 배경이 궁금하다. 우리 당은 개혁보수와 합리적 중도를 지향하는 당"이라고 날을 세웠다.







그러나 이날 회의에서는 바른정당계 최고위원 3명(하태경·이준석·권은희)이 최고위에 복귀한 이후 처음으로 공세 수위가 한풀 꺾이는 듯한 모습이 연출됐다. 손 대표 퇴진론의 '주포' 역할을 하던 하 최고위원은 공격 대신 자리에서 일어나 옆에 앉은 손 대표에게 90도로 절하며 앞선 '정신 퇴락' 발언을 사과했다. 오 원내대표는 손 대표를 향해 "용퇴를 거부했다면 당 운영이라도 민주적으로 해서 더 이상 잡음이 나지 않도록 해달라"며 퇴진 요구를 접는듯한 발언도 했다. 이는 바른미래당의 내홍이 최악으로 치달으면서 여론의 비판이 거센 점을 의식한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오 원내대표도 현 상황에 대해 "국민의 시선이 여전히 얼음장처럼 차갑다"라고 말했다. 손 대표 역시 당내 화합 차원에서 사퇴를 요구하다 해임된 당직자 13명을 이날 재임명했다. 한편, 하 최고위원의 사과에도 그의 '정신퇴락' 발언에 대한 후폭풍은 끊이지 않고 있다. 손 대표는 이날 하 최고위원에게 "당인으로서 책임도 면할 길 없다"고 언급했다. 이를 두고 사실상 징계를 염두에 둔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다. 최고위에 특별 참석한 바른미래당 제정호 전국시니어위원장은 회의가 비공개로 전환된 이후 하 최고위원을 비판하는 입장문을 낭독했다. 전현직 지역위원장 등으로 구성된 '바른미래당 살리기를 실천하는 전국위원장모임'은 이날 오전 국회 정론관에서 하 최고위원의 징계와 의원직 사퇴를 요구하는 기자회견도 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