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4일 PACMA와 네덜란드, 벨기에, 프랑스, 독일, 스페인, 포르투갈, 이탈리아 등의 동물당 11개가 벨기에 브뤼셀에 모여 이런 공동 마니페스토를 발표했습니다. 28개 회원국서 약 400개 정당, 5000명의 후보자가 751석을 놓고 다투는 유럽의회 선거에 당당히 도전장을 내민 건데요. 동물당이 선거에 참여하는 게 처음은 아니지만 이처럼 한꺼번에 11개의 동물당이 협심해 나선 적은 없었습니다. 무수한 정당들이 사람만을 위한 정책으로 목소리를 높일 때 이들은 선거 포스터에 올빼미, 강아지 등을 모델로 내세워 동물 권리를 주장합니다. 선거 운동이 한참이던 지난 20일 네덜란드 거리에 내걸린 16장의 선거 포스터 가운데 나비 로고를 새긴 포스터가 눈에 띄었는데요. 네덜란드 동물당(Partij voor de Dieren, PvdD)의 것이었습니다. 이미 유럽의회 의원을 배출한 전력이 있는 동물당의 원조 격으로 불리는 당이지요. 네덜란드는 이번에 25석을 할당받았는데 이를 놓고 싸우는 16개 정당 사이에 당당히 자리 잡으며 표심 공략에 나선 겁니다. 








PvdD는 동물 권리에 초점을 맞춘 의제로 의석을 확보한 세계 최초 정당이지요. 창당 당시에만 해도 다음엔 ‘식물당’이 나오는 것 아니냐는 비아냥이 잇따랐지만 무서운 속도로 세를 확장했습니다. 4년 만인 2006년 총선서 상원 2석, 하원 2석을 각각 차지해 원내에 진출하는 기념비적인 기록을 세웠지요. 현재 지역 의회까지 합치면 모두 50석 넘게 PvdD의 몫이라 합니다. 이번 유럽의회 선거에서도 1석을 더 차지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지요. 다당제 국가인 만큼 의석수에 비해 상대적으로 큰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PvdD를 본보기로 삼아 2006년 등장한 영국의 동물복지당(Animal Welfare Party, AWP)은 “유럽의회에서 동물에 대한 정치적 대표성을 높이는 것이 동물의 권리를 위한 싸움과 지속가능한 미래를 위해 중요한 단계가 될 것이라고 믿는다”며 이번 선거에서 “유럽의회 소속 의원이 3배로 늘 것”이라는 자신감을 내비치기도 했습니다. 이 당의 제인 스미스는 노동당과 보수당 후보를 누르고 알세이저 타운 지역의 의석을 지켜 화제를 모은 바 있습니다. 








PvdD의 경우 2014년 모피 생산을 위한 동물 사육을 금지하는 법안을 내 통과시키는 데 일등공신 역할을 했단 평가를 받습니다. 2015년엔 서커스에 동물 출연을 막고 트로피 헌팅(재미 삼아 동물을 선택적으로 사냥하는 것)을 금지하는 법안을 발의했지요. 정부가 최우선 의제 중 하나로 육류 소비의 추가 감소를 들고 나선 게 첫 임기 4년의 가장 큰 성과라고 이들은 밝히기도 했습니다. 최근 유럽유대의회(EJC)에 따르면 네덜란드 헌법재판소가 종교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의견을 냈음에도 불구하고 PvdD는 종교적 도축법 금지안을 또다시 하원에 냈지요. 이슬람 할랄, 유대교 코셔에 따르면 가축은 완벽히 건강한 상태에서 목을 베는 식으로 도살돼야 하는데 죽이기 전 반드시 무의식 상태로 하게끔 제한을 둬야 한다는 게 이들 주장입니다. 투우를 둘러싼 갑론을박이 한창인 스페인에선 지난 3월 대법원이 북서부 카스티야이레온 주에서 매년 9월 열리는 최대 투우 축제인 ‘토르 데 라 베가’를 결국 금지하라고 판결했는데요. 현지 언론은 500년 이상 이어진 고통을 종식시켰다며 PACMA의 역할이 컸던 것으로 평가하고 있습니다. 그렇다고 동물만을 위한 정당이라고 생각하면 오산입니다. 이들이 추구하는 동물 복지는 결국 지속가능한 경제와 복지정책, 안전한 환경과 먹거리 보장 등 다양한 의제와도 맞물려 있기 때문이지요. PvdD가 동물을 포함한 모든 생명체, 사람에게 해를 끼치고 있다는 이유를 들어 자유시장과 자본주의 체제를 반대하는 것처럼 말입니다. PvdD는 현 기후법이 지구 평균기온 상승 폭을 산업화 이전 대비 1.5도 이내로 제한하자는 전 세계적 목표를 실현하는 데 불충분하다며 새 기후법안을 제출한다고 밝히기도 했지요. 영국의 AWP는 하드 브렉시트에 반대하며 대학 등록금 폐지에 발 벗고 나서는 등 사회 문제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