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씨의 아버지 길모(50)씨는 지난달 30일 경남 통영시가 운영하는 ‘통영시추모공원(공설 화장장)’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길씨는 이곳에서 10여년간 무기계약직으로 일했다. A씨는 아버지에 대해 “성실한 분이었다”며 “누구보다 삶에 대한 애착이 강했던 분”이라고 말했다. A씨에 따르면 길씨는 올해 1월 입사한 직장동료 김모(40)씨에게 자주 시달렸다. 수차례 폭언과 폭행을 당했다고 한다. A씨는 여러 지인이 증언해준 내용이라며 “김씨가 아버지 머리에 국을 붓고, 깨진 병이 있는 곳으로 아버지를 민 적도 있다”고 했다. 또 “틈만 나면 아버지를 따라다니면서 ‘나는 높으신 분들을 많이 알고 있다’고 했다더라”고 말했다. 길씨는 이같은 김씨의 괴롭힘을 가족에게는 비밀로 했다고 한다. 폭행을 심하게 당해 치료가 필요할 때는 가족이 걱정할까 봐 정상 출근한 뒤 조퇴하고 병원에 다녀왔다. 길씨 아내조차도 남편이 폭언을 들었다는 정도만 알고 있었을 뿐, 폭행 등 정확한 피해는 뒤늦게 인지했다.









A씨도 아버지의 사망 후에야 자세한 정황을 알게 됐다. 아버지의 휴대전화 녹음파일에 “이제부터 너를 사람 취급 안 하겠다” “X새끼”와 같은 김씨의 폭언이 담겨 있었다. 김씨는 길씨 가족에 대한 욕도 서슴지 않았다. A씨는 “폭행 당시 맞는 소리, 아버지의 비명도 녹음돼 있었다”고 말했다. A씨는 통영시의 대응이 적절치 못했다고 지적했다. 남편이 폭언에 시달리는 것을 알게 된 A씨 어머니가 통영시청을 방문해 항의했지만 아무런 조처도 하지 않았다고 했다. 사건 당일에도 “경찰을 불러 달라”는 길씨의 요청을 받고 시청에 전화했지만 “김씨에게 사실 여부를 확인하겠다”는 답변만 들었다고 주장했다. 길씨는 결국 이날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A씨는 “아버지의 휴대전화에 유언도 녹음돼 있었다”며 내용을 공개했다. 길씨는 휴대전화에 “억울해서 더 못 살겠다. 출근할 때마다 오늘은 어떤 일이 일어날까 가슴이 후드드 거린다. 아무리 시청에 이야기해도 조처를 해주지 않는다. 사람이 죽으면 하려나”라는 말을 남겼다. A씨는 “지금 이 순간에도 그만두기 힘든 직장에서 말 못 하고 앓고 계실 다른 피해자분들을 위해서라도 김씨가 법의 심판을 제대로 받길 원한다”며 “일을 무마시키기 급급한 통영시에 대한 수사도 요청한다”고 강조했다. A씨의 청원은 15일 오전 11시30분 기준 3만3884명의 동의를 얻었다. 통영시는 길씨 사망 다음 날인 지난달 31일 김씨의 사직서를 받았다. 통영시 관계자는 뉴시스와 인터뷰에서 “평소 길씨와 김씨 사이에 알력이 있어 중재도 하고, 시말서도 받고 했지만 폭력행위는 알지 못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