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 활동 중인 외신기자들이 한국은 이미 선진국에 접어들었다고 진단했다. 다만 삶의 질 개선을 위해선 경쟁사회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조언했다.

안톤 숄츠 독일 PD&기자, 루싱하이 중국중앙방송(CCTV) 서울지국장, 카미야 타케시 일본 아사히신문 서울지국장은 13일 서울 중구 서울신라호텔에서 열린 제10회 이데일리 세계전략포럼에 참석했다. 이들은 ‘새로운 판에 대비하라’라는 주제 하에 안승찬 이데일리 국제경제팀장의 사회로 진행된 순서에서 한국을 둘러싼 다양한 현안에 대해 솔직한 의견을 나눴다. 

카미야 지국장은 “한국은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회원국인데도 국민들이 스스로를 선진국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라며 “이는 경제 수치가 아닌 마음의 문제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경제가 성장한 만큼 한국인의 삶의 질이 개선되지 못했기 때문”이라며 “특히 교육에 지나치게 많은 돈을 쓴다”고 지적했다. 

카미야 지국장은 “교육에 부모와 아이 모두가 스트레스를 많이 받고, 부동산 문제도 발생해 지방 경기가 침체하고, 저출산 문제 등으로 이어지고 있다”며 “이런 문제를 개선하면 삶의 질이 올라가고 국민 자신들도 ‘이제 선진국이구나’라는 생각을 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숄츠 기자도 키마야 지국장의 의견에 동의했다. 그는 “한국인은 숫자와 랭킹(순위)에 너무 집착한다”며 “독일은 이런 것에 특별히 관심이 없다”고 말했다. 그는 “국내총생산(GDP)이 얼마인지, 소득이 3만달러를 넘어섰는지 중요하지 않다”며 “돈으로만 행복할 수 없다. 경쟁에 너무 신경쓰다보니 한국 젊은이들이 사회에서 힘들어 하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숄츠 기자는 “한국인은 왜 한국이 선진국이 아니라고 생각하냐”고 질문하면서 “물론 교육 제도에 문제가 남아있지만 한국은 안전하고 경제성장도 이뤘고 많은 걸 가진 나라다. 이건 심리적인 문제다.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루 지국장 역시 “한국 경기가 좋지 않다고 하지만, 주말에 올림픽대로가 꽉 막히고 식당에는 손님이 가득하다”며 비슷한 의견을 냈다. 한국인의 기준이 너무 높아 경제성장을 느끼지 못한다는 게 루 지국장의 해석이다. 루 지국장은 “한국인은 미국에도 없는 건강보험은 물론 실업수당에 노인복지 혜택까지 받고 있다”며 “충분히 선진국이라 볼 수 있는 것 아닌가”라고 반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