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현지시간) AFP 통신에 따르면 이탈리아 헌법재판소는 '타인의 도움을 받아 스스로 목숨을 끊는 문제'를 검토하기 위한 심리를 오는 24일 개최한다고 밝혔다. '안락사'라는 표현을 명시적으로 사용하지는 않았으나 사실상 안락사의 법적 허용 여부를 살펴보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헌재는 이에 앞서 작년 10월 의회에 안락사와 관련한 법적 공백을 메워달라고 요청했다. 안락사가 위법인지를 명확하게 해달라는 취지다. 하지만 의회는 현재까지 이에 대해 아무런 검토도 하지 않았다. 반체제 정당 오성운동과 중도좌파 성향의 민주당이 손잡고 출범시킨 새 정부의 정책 우선 순위에도 안락사 문제는 포함되지 않아 당분간 의회에서 해결책을 찾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다. 안락사 문제는 이탈리아의 유명 음악 프로듀서인 '파비아노 안토니아니 사건'으로 공론화됐다. 2014년 교통사고로 사지가 마비되고 시력까지 상실한 안토니아니는 2017년 2월 급진당 당원인 마르코 카파토 도움으로 스위스로 건너가 죽음을 택했다. 그의 나이 40세 때의 일이다. 스위스는 법적으로 안락사를 허용하는 국가다. 안토니아니는 스위스로 떠나기 전 세르조 마타렐라 대통령에게 편지를 보내 "새장에 갇힌 기분이다. 고통 없는 죽음을 선택하고 싶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후 카파토는 이탈리아에 돌아와 수사당국에 자수하고 법정에 섰다.















카파토는 당시 불치병 등 불가피한 이유로 삶을 포기하고 싶은 이들에게 안락사를 허용하지 않는 것은 부당하다는 주장을 펴 논쟁에 불을 지폈다. 밀라노 법원은 자살을 부추기거나 도운 혐의를 적용해 카파토를 재판에 넘기면서 헌재에 안락사와 관련한 현재의 법 규정을 명확히 해달라는 요청도 했다. 카파토의 유무죄 판단은 헌재 결정이 있을 때까지 보류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일각에서는 헌재가 직접 결론을 내리기보다는 입법권이 있는 의회에 다시 한번 법적 보완을 요청할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런 가운데 프란치스코 교황은 이날 이탈리아 의사협회 대표단과의 면담에서 안락사에 반대한다는 강력한 의견을 재차 피력했다. 교황은 이 자리에서 "병든 사람의 죽고 싶다는 소망을 들어주기 위한 의약품 사용을 법적으로 허용하려는 유혹을 거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