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병교육때 부러진 손등뼈…제때 치료 못해 '복합부위 통증 증후군' 악화

군 병원은 'CRPS 의심' 진단하고도 방치…전역 후 일상생활 불가



(서울=연합뉴스) 권선미 기자 = '의무병에게 손의 통증을 계속 호소했지만 무시당했다', '먹은 것을 토해내는 주기가 식후 30분으로 짧아졌다', '부모님이 면회 오는 날, 간부들이 보기 안 좋으니 손에 착용한 스프린트(부목)를 풀고 부모님을 만나라고 했다'

배상현(34)씨가 군복무 시절 쓴 일기의 일부 내용이다. 배씨는 복합부위통증증후군(CRPS) 환자다. CRPS는 골절 치료 후에도 통증이 계속되고, 작은 자극만 있어도 통증이 발생해 일상생활이 사실상 불가능해지는 희소병이다. 배씨는 군에서 부상당한 뒤 제때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해 CRPS를 얻었다.

배씨는 지속적으로 뼈가 으스러지는 듯한 통증이 느껴지는 왼손을 붕대로 동여매고 생활한다. 2015년 3월 CRPS 환자에게 마지막 수단이랄 수 있는 척수신경자극기 삽입 수술을 받았다. 이 장치를 쓰면 신경으로 가는 고통을 임의로 차단할 수 있지만, 사실상 '치료 불가'를 선언받는 셈이라고 한다.

23일 만난 배씨는 "척수신경자극기 삽입 수술을 받았을 때 종신형을 선고받았다고 느꼈다. 군대에 갔다는 죄명으로…"라고 말했다.





◇ 신병교육 때 부러진 손등뼈…"훈련 빠지려 안달" 의무대도 안 보내

2011년 7월 31일 육군 모 사단 신병교육대에 입소한 배씨는 2주 만에 왼쪽 손등뼈 골절상을 입었다. 훈련 준비 중 관물대 위에 있던 군장이 바닥으로 떨어지려 하자 이를 받으려다 뼈가 부러졌다고 한다.

"고통이 심해 의무병에게 의무대에 보내달라고 간청했지만 '사람 뼈는 쉽게 부러지지 않는다. 훈련 빠지고 싶어 안달 났느냐'며 거절했어요. 손에 파스를 뿌리면서 훈련뿐 아니라 단체 기합까지 빠짐없이 받았죠. 손이 퉁퉁 붓더니 손가락이 뒤틀리기 시작했어요."

뒤늦게 의무대를 찾았다. 군의관은 "뼈가 부러졌는데 왜 이제야 왔느냐. 훈련은 참가하지 말라"고 했지만 훈련소 간부들이 열외를 허락하지 않았다.




◇ 군의관 과실로 악화했는데 "수술경과 좋다"…'CRPS 의심' 진단에도 방치 

배씨는 골절상을 입은 지 한 달여 뒤 국군강릉병원에서 수술을 받았다. 집도한 군의관 실수로 수술 후 통증과 손가락 뒤틀림은 더 심해졌다. 그런데도 군의관은 "수술 경과가 좋다"고 했다.

"손에 물건이 닿으면 통증이 심하다"는 배씨의 말에 한 군의관은 CRPS가 발병했을 수 있다고 진단했지만, 별다른 조치는 없었다고 한다.

이후 배씨는 국군수도통합병원으로 옮겼다. "손을 건드리기만 해도 뼈가 으스러지는 듯이 아프다", "물이 닿을 때도 아프다", "무언가에 닿으면 아파서 잘 때도 깬다" 등 증상을 호소해도 적절한 검사나 치료는 받지 못했다.

국군수도통합병원 진료기록에는 의료진이 배씨에게 '이동 간 환부 외상으로 인한 충격 주의토록 설명함', '불편감 발현 시 격려', '손 씻기 격려함'과 같은 조치를 한 내역만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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