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무기로 곱게 물방울을 뿌리는듯한 비가 내리던 어느 날

횡단보도에서 초록불 보행자 신호를 기다리고 있던 중이었습니다.

그 때, 횡단보도 반대편 나무에서 무언가 천천히 꿈틀거리며

차도 위로 내려오는 물체가 보였습니다.



참새 치고는 작아보이는 새 한마리였습니다. 

날개짓을 열심히 해보지만 가랑비에 날개가 젖어버렸는지 

날아오르지 못하고 도로위에서 발버둥치고 있었습니다. 

다행히 도로위로 내려온지 몇 초 되지 않아

도로 중앙분리봉이 서있는 빗금쳐진 공간까지 어찌 뒹굴었습니다.

도로위의 빗물까지 머금은 날개는 더욱 무거워보였습니다.


그대로 두면 로드킬 당하기 딱 좋아보였지만

적지않은 차가 도로 양방향을 번갈아 오가는 중이라

바로 달려가서 구할 타이밍이 애매했습니다.



고민하기 시작했습니다.



'무단횡단을 무릅쓰고, 저 새를 구하러 가볼까?'

'지금 중앙분리봉 근처에 안전하게 잘있는 저 새를 구하러 다가갔다가 

 새가 나를 피해서 도로로 뛰어들어 로드킬 당하면 어떡하지?'

'그래 보행자 초록신호가 오면 차들이 멈추는 타이밍이 나오니
 
 초록불이 켜지면 구하러 가보자'

순간의 고민을 끝내고

'제발 거기 가만히 있어라' 생각하며

초록불이 오기만 기다렸습니다.


하지만

고민을 끝낸지 10초도 되지 않아 작은새는 노란 빗금칠 위에서

검은색 아스팔트 위로 날개를 퍼덕이며 뒹굴었고

첫 번째 차는 운좋게 피했지만

두 번째 차는 피하지 못하고 바퀴에 그대로....




집으로 돌아가는 내내 머릿속이 불쾌했습니다.

'위험 무릅쓰고 구하러가는게 맞았던걸까?'

'무릅쓰고 구하러갔다면 구할 수 있었을까?'

'미물의 생명구하기보다 교통법규를 지키는게 맞았을까?'

'어차피 구하러갔어도 나를 피하다 다른차에 죽었을수도 있었던거 아닌가?'




지금도 생각해 봅니다.



'이런 생각이 죄책감을 피하려는 자기방어적인 사고는 아닌가?'

'구하려했던것 자체가 오지랖은 아니었을까?'